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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나스닥 4% 폭락·관세 우려 속에 오버랩되는 차입 코스트 인하 의지

장태민 기자

기사입력 : 2025-03-11 11:22

출처: 백악관
출처: 백악관
[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 나스닥 주가가 10일 727.90포인트(4.00%) 폭락해 1만7468.32까지 미끌어지면서 미국발 글로벌 경기 악화 가능성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나스닥은 작년 9월 11일 이후 최저치로 미끌어졌으며, 일중 낙폭은 2022년 9월 이후 최대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9일 잠재적인 경기침체 대한 우려를 언급하면서도 미국 경제가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밝히자 위험자산 투자자들이 두려움에 휩싸인 것이다.

■ 트럼프의 관세 공세가 두려운 뉴욕 주가

지난 2년 미국 주식시장을 들어올렸던 매그니피선트7이 맥을 추지 못했다.

테슬라 주가는 10일 15%나 폭락했다.

엔비디아는 5.1% 하락했으며, 애플과 알파벳도 각각 4.9%, 4.5% 떨어졌다. 메타(-4.4%), 마이크로소프트(-3.3%) 등 2년간 강세장을 주도했던 매그니피선트7 종목들이 일제히 주저앉았다.

최근 시장의 공포는 VIX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VIX는 4.49p 오른 27.86을 기록했다. VIX는 장중 29.56으로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는 고용에 대한 충격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졌던 작년 8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발언도 위험자산의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했다.

해셋은 "관세 불확실성이 다음 달 해소될 것"이라며 "1분기 국내총생산이 위축될 것이라는 일부 예측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경제에 대해 낙관할 만한 이유가 많다"고 주장했다.

현재 애틀랜타 연은의 GDP나우는 올해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2%대 중반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셋은 "미국의 감세정책이 2분기까지 경제를 부양하고 투자를 늘리며 실질임금을 높여 관세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상쇄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장기간 글로벌 주식시장을 선두에서 이끌었던 뉴욕 주식시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은 커져 있다.

지난주엔 파월 연준 의장이 '2025 미국 통화 정책 포럼'에서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을 표명하기도 했지만, 관세에 대한 시장의 걱정은 걷히지 않고 있다.

■ 미국 두려움에 전염되는 한국 주식..그러나 상대적으론 나을 가능성

미국 나스닥이 10일 4%나 폭락하자 국내 주가지수도 11일 장중 2% 넘게 빠지면서 맥을 못 췄다. 코스피지수는 2,500에 근접한 수준으로 밀리면서 전전긍긍했다.

올해 국내 주식이 상대적으로 좋은 위치에 있다는 평가들도 보였지만, 미국이 흔들리면 불안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최근 미국의 각종 서베이 지표들은 부진을 면치 못해 투자자들의 센티먼트가 약화됐다.

고용지표 등이 부진을 보이는 가운데 트럼프의 관세 압박 등이 이어지자 '이러다 다 죽는 것 아닌가'하는 식의 두려움도 엿보였다.

최근엔 파월이 나서서 "미국 경제는 여전히 좋은 위치에 있다"고 발언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과도한 불안심리를 누그러뜨리기도 했지만 우려를 걷어내지 못했다.

다만 지난해까지 미국, 일본 등의 시장이 달려가고 유럽, 한국 등은 별로 먹은 것도 없기에 올해는 소외받았던 나라들의 주식시장이 나을 것이란 평가도 많은 편이다.

최근 유럽 주가가 돋보였던 이유는 독일의 재정확대 등 정책적 요인이 컸지만, 그간 소외됐던 유럽 자산군에 대한 관심이나 로테이션 욕구가 작용했다는 진단도 적지 않았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주식시장이 대세적으로 상승할 만한 펀더멘탈이 아직 없지만 최근 주도주-소외주 로테이션의 일환으로 유럽 주식시장이 각광받고 있다"면서 "재정정책과 러-우 종전이 향후 유럽의 펀더멘탈을 개선시킬거란 내러티브를 형성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런 내러티브들이 유럽 경제와 기업이익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지만 수급·모멘텀 공백과 저평가받았던 상황에서는 단기 아웃퍼폼 동인으로는 충분히 작동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지난해까지 상당기간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선 미국·일본·대만 등에 대한 롱 포지션과 유럽·중국·홍콩 숏 포지션이 설득력을 얻었으나, 이제 이같은 국가 포지션 청산과 맞물려 기대 수익률이 변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부각됐다.

한국 주가 역시 장기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인 만큼 상대적으로 더 나은 그룹에 편입돼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미국 주가는 장기간 우상향한 뒤 고점 논란 속에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관세 정책 등이 트리거가 된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싼 한국 주식이 올해는 성과 측면에선 더 나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다만 미국 경기가 침체로 흐른다면 한국 주식시장의 부진도 이어질 수 있어 자신감을 찾기가 쉽지는 않은 모습이다.

■ 트럼프, 금리 빼려고 일부러 이러나 하는 의심도

미국 당국자들이 불안정한 주식시장에 애써 '의연한' 모습을 보이자 일각에선 금리를 낮추기 위해 일부러 이러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하고 있다.

트럼프는 9일 경기침체 우려를 묻는 폭스뉴스 질문에 "그런 상황을 예측하는 건 싫어한다. 우리는 매우 큰 일을 하고 있으며 이런 일은 과도기가 있다"고 했으며, 베센트 재무장관은 "주가 부양을 위해 정책을 조정하는 트럼프 풋은 없다. 좋은 정책을 펼치면 시장은 상승할 것"이라고 했다.

시장에선 트럼프가 정부의 목표 중 하나인 '장기금리 하락', 즉 차입 코스트 하락을 위해 이러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내놓았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본부장은 "트럼프의 혀끝에 모든 게 달려 있는 느낌"이라며 "일부러 주가를 빼는 등 주식시장을 흔들어 자신들이 얘기한 것처럼 장기금리를 낮추려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시장 단기조정을 일단 불가피한 것으로 본다. 다만 본격적인 약세장 진입이라고 보진 않는다"면서 "실제 매크로 데이터가 하락 추세로 본격 꺾이는 느낌은 아니며, 모멘텀 공백에다 관세 노이즈만 부각되니 경계감만 커진 국면"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국내 주식투자자 입장에선 당분간 관망하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여기서 팔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저가매수하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트럼프는 감세에 앞서 공무원 축소 등 비용 절감을 통해 재정적자를 줄이려고 하고 있다. 또한 펜데믹 이후 가파르게 상승한 정부부채와 높아진 금리로 이자 비용도 상당한 만큼 이자 비용도 낮추기를 원한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차환해야할 미국 국채 규모가 8.9조 달러인 가운데 금리를 낮춰야 이자비용이 절감된다"면서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이표채들의 평균 이자율은 2.60%로 현재 미 국채 금리로 차환할 경우 이자비용은 더욱 증가한다"고 밝혔다.

다만 현실적으로 미국이 부채 부담을 좀더 적극적으로 낮추기 위해선 정책금리에 손을 대야 할 것으로 봤다.

임 연구원은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8.9조 달러 중 6.8조 달러가 T-bills이며, T-bills의 만기는 4주~52주로 짧다"면서 "결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자비용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은 연준이 금리를 인하해 T-bills 금리를 낮추는 것이 가장 빠르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채권투자자들은 미국발 안전자산선호 추이를 주시하면서 밀리면 금리 하락룸을 가늠해 보고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일단 트럼프 관세정책에 따른 미국 침체 가능성이 부각되고 최근 경제지표도 부진한 만큼 추이를 더 봐야 할 것 같다"면서 "다만 최근 국고3년 2.5%가 막힌 바 있어 여전히 밀리면 사자는 스탠스 정도가 무난해 보인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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