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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세수 펑크와 한은 적립금 눈독 들이기

장태민 기자

기사입력 : 2024-10-31 15:08

사진: 한국은행 전경
사진: 한국은행 전경
[뉴스콤 장태민 기자] 2024년, 2025년 연이은 세수 펑크에 정부의 살림살이가 녹록지 않다.

그러다보니 지난해부터 정부는 본격적으로 각종 기금의 여유자금에 눈독을 들였다.

통상 기금에 쌓인 돈은 세수결손을 메우는 재원으로는 사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일반회계에서 쓸 자금이 부족해지자 정부는 기금 자금을 가져다 썼다.

예컨대 외평기금의 원화 여유재원을 공자기금으로 이전하고 이 돈을 일반회계에 투입해 사용하는 것이다.

야당에선 지난해부터 줄곧 '왜 정석인 추경을 안 했느냐'고 따졌으며, 정부와 여당은 '건전재정'을 유지하기 위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맞섰다.

■ 국채 발행 더 늘리면 안 되는데...그 기조하에 움직이다보니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여러차례 세수결손 대책에 대해 "국채 발행 없이 가용재원만으로 예산을 집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각종 기금에서 쓸 수 있는 돈을 뒤지고, 지자체에 내려 보내는 돈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기금 여유자금 사용과 관련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특히 환율 방어를 위한 외평기금, 서민들 주거 안정을 위한 도시주택기금 등에서 돈을 가져다 쓴 뒤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야당은 지금이라도 '추경을 하라'면서 정부의 '돌려막기 살림살이'를 비난했다.

민주당은 "쓸 돈이 없는데 빚은 내면 안 된다고 한다. 쓸 돈을 찾겠다더니 고작 찾은 방법이 기금에 손 대는 것"이라며 "살림할 돈이 없으니 적금도 헐고 보험도 깨고 연금마저 털어 먹겠다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세수 펑크 내놓고 외평기금, 주택기금 끌어다 쓴다는 정부는 제 정신이 아니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다만 민주당 역시 국민의힘 정부의 무능에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

적극 재정을 통해 국가부채를 대폭 늘린 뒤 뒤를 이은 역시나 무능한 정부에 다이어트를 하라고 하면 살을 제대로 뺄 수 있겠는가.

아니, 민주당은 외세인 IMF나 해외 신평사마저 '한국은 재정건전성 신경써야 한다'고 훈수를 둘 때 적극적 재정을 통해 뚱보에게 더 살을 찌우라고 권했던 곳이다.

나라살림할 돈 부족...한은 적립금 눈독 들인 '정황증거'

지난해 56조원, 올해 30조원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한은 적립금을 어떻게 해보려 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 29일 국정감사에서 야당은 정부가 한은 적립금을 사용할 복안을 세웠다는 비난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기재부가 관리재정수지 적자로 세수 이상이 생긴 뒤 '한은적립금' 갖다 쓸 구상해 법무법인에 자문 용역까지 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폭로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이 이창용 한은 총재에게 '적립금을 정부 세입으로 제안 받은 바 있는가'라고 묻자 이창용 총재는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정부가 법무법인에 자문을 구한 것은 사실이었다.

중앙은행 돈 가져다 쓰기에 실패했지만, 뒷맛이 개운하지 않았다.

결국 정부가 각종 기금에 손을 대고 지방에 내려 보내는 교부금도 줄이다가, 이마저도 부족하니 중앙은행에쌓아놓은 돈까지 욕심냈던 것 아닌가하고 의심하는 것은 당연했다.

국감에서 이 총재는 한은 누적적립금이 현재 20조원 정도 쌓여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쌓을 생각이라고 했다.

총재는 현재 총자산 대비 3%대인 적립금을 총자산의 5% 수준까지 높일 계획이라고 답했다.

■ 진실을 얘기하자면..한은 돈 쓸 욕심엔 여와 야 따로 없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4월 한은 법정적립금 사용 여부에 대한 법률 자문을 구했다.

그 답변은 안타깝게도 '불가'였다.

한국은행은 나라가 위기에 처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한 적립금을 쌓아둔다. 한국경제 위기에 대비한 비상금 성격이라고 볼 수 있다.

기재부의 한은 적립금 사용 여부에 대한 법률 자문은 2년 연속 대규모의 세수 펑크에 따른 것이라고 의심을 받을 만했다.

야당은 무능한 정부의 나람 살림살이 행태를 비판한 뒤 중앙은행 돈까지 마음대로 훔치려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야당 역시 '국민 돈 쓰는 것'을 좋아하긴 마찬가지였다.

확장 재정을 유독 좋아하면서 복식부기 개념도 모르는 민주당 역시 이 돈을 욕심냈던 이력이 있다. 멀리갈 것도 없다.

민주당은 2021년 한은 순이익금의 의무 적립 비율을 30%에서 10%로 대폭 낮추는 한은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곳이다.

2020년말 한은 적립금이 17조원으로 불어나자 이 돈에 눈독을 들이기도 했다. 코로나로 전 국민이 힘드니 한은 돈 좀 써보자가 욕심을 냈던 것이다.

당시 고용진 민주당 의원 등은 "수조원의 적립금을 한은에 쌓아둘 게 아니라 세입으로 납부하도록 해 경기 활성화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한은 적립금은 '국민의 땀'이 이룬 결실이다.

한은은 법에 따라 세후 당기순익의 30%를 법정적립금을 쌓는다.

야당이 한은 돈에 욕심을 냈던 2020년 한은의 적립금이 늘었던 이유는 코로나에 따른 각국의 금리 인하로 통안채 이자 비용이 줄어든 데다 한은의 해외 채권투자에 따른 이익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었다.

돈이 없으면 씀씀이 줄이는 게 순리 아닌가

지난해, 올해 정부가 쓸 돈은 부족했다.

이처럼 돈이 부족한 비상시국에서 특정 목적을 위한 레떼르가 달려 있는 돈을 활용할 수도 있다.

가계도 마찬가지다. 중병에 걸리면 자녀 결혼자금이라도 가져다 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필자라면 그런 자금을 쓰기 전에 줄일 수 있는 소비를 최대한 구조조정하겠다.

사실 정부 입장에선 세출을 줄이는 게 우선으로 보였다. 하지만 남의 돈(국민 돈) 쓰는 재미엔 문재인·윤석열 정부가 따로 있지 않았다.

굳이 병장 월급을 200만원으로 올리고, 없는 사람 위한답시고 기초연금을 더 올리는 식의 정책을 보면서 한국에서 재정 포퓰리즘은 상수가 돼 버린 것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한다. 기초연금을 조사해보면 희한하게 살만한 사람들도 국민 돈을 받아서 쓰는 경우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남아 이 나라의 미래를 걱정해 보고 싶은 사람들은 한번 조사해 보길 권한다.

술술 새는 국민 돈...무능한 자들의 나라살림

살림 살 돈은 부족한데 술술 새는 돈은 너무 많다.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아 학생 수도 줄고 학교도 폐쇄해야 할 판에 교육부 예산은 왜 그렇게 많이 주는가.

뭔가를 생산하기 보다 각종 '세금 쓰는 일'에만 특화된 복지부는 사실 조직을 좀 축소해야 하지 않겠는가.

무능한 교육부, 복지부 등에 엄청난 세금을 밀어넣어 주지만, 이들이 뭔가 성과를 냈다는 말은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능력도 없는 부처에 '남의 돈으로 생색낼 권리'만 잔뜩 있다.

돈은 부족하지만 여당도, 야당도 살림살이를 제대로 구조조정할 생각은 없는 듯하다. 오히려 엉뚱한 구조조정을 해서 국가 경쟁력만 떨어뜨리고 있다.

지난해 R&D 예산 삭감 사건은 큰 사회적 논란이 된 바 있다.

미래 한국경제 경쟁력의 원천인 젊은 과학자들이 연구개발할 돈을 제대로 셈도 안 해보고 줄여버리자, 묵묵히 연구하던 일부 과학자들이 이 나라를 등지는 일도 있었다.

정부는 미래 한국 경제를 이끌 인재들에게 '딴 직장'을 구해보라고 강요하는 바보 같은 짓을 벌였던 것이다.

사실 디테일이 부족한 상태에서 어떤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여선 안 된다. 그래서 '무능한 장수는 적보다 무섭다'고 하지 않는가.

정치인이나 끗발 있는 공무원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곰곰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내 가족의 돈이라면 과연 국민 세금 쓰듯이 쉽게 쓰겠는가.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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