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스라엘의 이란 원유시설, 더 나아가 핵시설 공격 가능성까지 대두된 가운데 이 시나리오의 현실화 여부를 놓고 금융시장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등 주변의 적대 세력을 제압한 뒤 이란에 보복 공격을 가한다면 유가 급등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4월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에서 확인한 것처럼 최악의 시나리오로 흐를 가능성은 낮다는 진단도 나오는 등 불확실성이 커져 있다.
■ 바이든이 이스라엘의 공격 용납하면...
3일 국제 유가는 5% 넘는 급등세를 보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애매모호한 발언이 영향을 미쳤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타격하는 것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내 생각에 그건 좀..."이라는 부정적인 뉘앙스의 발언은 한 뒤 "우리는 그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중"이라고 했다.
이달 들어 중동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국제유가는 오르는 중이다.
WTI 선물은 1일 2.44%, 2일 0.39% 오른 데 이어 3일엔 5.15% 급등했다. WTI는 2일 70달러를 웃돈 뒤 3일엔 73달러를 넘어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이란 보복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유가가 상승폭을 확대한 것이다.
3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 대비 3.61달러(5.15%) 오른 배럴당 73.71달러를 기록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은 3.72달러(5.03%) 급등한 배럴당 77.62달러로 마감했다.
■ 이스라엘, 헤즈볼라 지도자 제거한 뒤 이란 조준
이란은 지난 1일 오후 7시30분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 180여발을 발사했다. 하지만 발사된 미사일은 대부분 요격됐다.
이스라엘은 모사드 등 뛰어난 정보기관의 정보력을 바탕으로 헤즈볼라, 하마스 등 적대 세력의 지휘부를 제거하는 중이다.
이스라엘은 특히 헤즈볼라의 내부 통신망을 해킹한 뒤 헤즈볼라를 상징하는 인물인 하산 나스랄라도 제거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이 지난 4월의 '형식적인 성격'이 강했던 공격 수위를 넘어서는 대응을 해오자 단단히 벼르는 듯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세력을 크게 약화시키는 등 주변부를 정리한 만큼 이번엔 이란의 핵시설, 원유시설을 공격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문제에선 미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스라엘 언론들도 미국의 입장에 촉각에 곤두세우고 있다.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는 "이스라엘의 이란 원유시설 공격에 반대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얘기하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미국 펜타곤은 이란의 로켓 공격에 대한 응징 문제에 대해 이스라엘 관리들과 이야기하는 중"이라고 했다.
■ 모사드의 놀라운 정보력...'이란 방첩대' 수장이 이스라엘 간첩
이스라엘은 이란의 정보기관에 잠입해 이란 상황도 상당히 꿰고 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모사드 요원들을 감시하던 이란 비밀 정보부대의 책임자가 이스라엘 쪽 간첩이었다.
비밀 정보부대의 책임자 뿐만 아니라 이 부대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도 '이중간첩'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에 포섭된 스파이들은 이미 이란을 탈출해 이스라엘에 정착해 살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이란 대통령은 현지시간 1일 CNN 튀르키예 인터뷰에서 "모사드의 이란 내 활동을 파악하는 임무를 담당하는 이란 정보 요원 20명이 실은 이스라엘 간첩이었다. 이들이 이스라엘에 이란 핵과 관련된 민감한 정보들을 지속적으로 제공했다"고 밝혔다.
또 현재 이란 내의 권력자들 역시 자신의 주변 인물들 중 누가 간첩인지 몰라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7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가 사망한 뒤 헤즈볼라 지도자 나스랄라까지 암살당했다. 이후 이스라엘 내 강경파들 사이에선 이번엔 이란을 확실히 손 볼 때라는 주장도 나오는 중이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지원과 찬성이 중요한 만큼 미국 입장도 속보로 내보내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이스라엘 매체들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동에서 전면전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이스라엘을 도울 것이라는 말했다"고 보도했다.
■ 유가 급등 전망과 한계 전망
유가가 어디까지 오를지는 이번 사태가 전면전으로 확대되느냐 등에 달려 있다.
시장에선 유가가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가능성 등이 제기되고 있다.
RBC 캐피탈은 이스라엘이 이란 원유시설을 공격하면 유가가 100달러로 오를 것이라고 밝혔고, SEB는 이 경우 200달러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루에 150만배럴을 공급하는 이란의 원유시설이 공격 받으면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을 것이란 주장들도 나온다.
이란은 전세계 원유생산의 4% 가량을 차지한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원유생산이나 수출 시설을 공격할 경우 일일 100만배럴 이상의 심각한 공급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지난 4월처럼 미국이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제한'을 가할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란 진단도 보인다. 바이든이 이스라엘의 이란 원유시설 공격을 허용하기 어렵다는 현실론도 제기되는 것이다.
아울러 이란발 원유 수급 우려가 커지더라도 OPEC+의 추가적인 생산 여력,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원유 수요 둔화 등을 감안할 때 유가가 오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중동사태가 지난 4월보다 더 우려돼 단기적으로 유가는 더 오를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최근 중동 우려에 따라 유가가 100불을 넘을 것이란 전망은 모두 틀리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중동 사태를 제외하면 수요와 공급 모두 유가 상승의 한계를 지지하는 상황이어서 일부에서 우려하는 정도의 유가 폭등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