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대신증권은 14일 "8월 미국 CPI는 괜찮은 듯하나 괜찮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다은 연구원은 "8월 CPI와 근원 CPI는 유가와 항공요금 상승으로 예상치를 소폭 상회했다"면서 이같이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다만 "근원 물가 둔화와 고용시장 둔화 조짐으로 9월 연준의 결정에 영향 없을 것"이라며 "서비스 물가 상승에 따른 물가 경직성에 주목해야 하며 고금리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9월 연준 결정에 영향 없어...경직된 물가로 고금리 지속
8월 미국 CPI상승률은 YoY +3.7%, MoM +0.6%로 예상치(YoY +3.6%, MoM +0.6%)를 소폭 상회하며 2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근원 CPI상승률은 YoY +4.3%, MoM +0.3%로 예상치(YoY +4.3%, MoM +0.2%)를 소폭 상회했다.
이 연구원은 "전반적인 수치가 예상치를 상회한 가운데,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전체 헤드라인 수치는 크게 확대되고 근원 물가는 둔화세를 지속했다"고 평가했다.
상승 요인으로는 휘발유, 항공요금, 임대료, 병원서비스가 꼽힌다. 중고차, 자가주거비는 하락 요인이 됐다.
휘발유는 전월 0.2% 증가에 이어 +10.6%로 전월대비 큰 폭 상승하며 +0.34%p 기여도를 기록했다. 예상대로 국제 유가상승과 유가의 기저효과가 풀린 영향이 반영됐다.
다만 9월 미국 내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정체된 모습을 보이면서 9월 12일까지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월대비 0.9% 하락했다.
이 연구원은 "최근 유가 상승세를 반영하면 9월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은 존재하나 8월만큼 휘발유가 CPI에 영향을 끼치기는 힘들 것"이라며 "항공요금도 유가와 연동돼 전월대비 4.9% 상승하면서 대중교통이 3.9% 올랐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주거비 제외 근원서비스 물가는 전월대비 0.4% 반등했다.
주거비는 복합적인 모습을 보였다. 임대료 상승폭은 0.48%로 확대된 반면, 자가주거비(OER)는 +3.8%로 둔화됐다.
이 연구원은 "과거 선행지표(S&P/CS 주택가격)를 따라 주거비가 둔화됐던 것과 다르게 견조한 고용시장으로 임대료상승세가 지속됨에 따라 주거비가 느리게 둔화되는 모습"이라고 풀이했다.
중고차 가격은 전월대비 1.2% 하락해 근원 상품 가격의 하락세를 주도했다.
이 연구원은 다만 "만하임 도매가격이 7월 상승폭이 축소된 후 8월을 소폭 상승 전환했다"면서 "중고차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반면 신차, 의복 등의 가격 상승으로 근원 재화의 상승폭 둔화 추세도 완만 내지 정체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료서비스는 최근 인건비 상승에 따른 영향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건강 보험료가 1년마다 갱신되기 때문에 올해 10월까지는 계속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이외 치과, 안경 등 전문의료 및 병원 서비스 물가는 인건비를 반영하여 올라가는 추세"라고 밝혔다.
8월 물가 지표가 9월 FOMC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8월 근원 물가는 둔화세를 지속했고 8월 고용지표에서도 고용 시장이 점차 냉각되는 조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는 "연준은 추가 인상보다는 고금리 유지 기간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CME Fed Watch에 따르면 시장에 반영된 11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기존 41.1%에서 CPI 발표 후 38.9%로 오히려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번 물가가 연준의 기조를 바꿀 정도의 내용은 아니었으나, 시장 예상을 상회한 물가 수준과 유가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시장내 물가에 대한 리스크는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더불어 근원 물가의 기저는 9~10월이 정점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CPI내 의료보험료 산출방식으로 지난 1년간 누려왔던 의료서비스의 물가 하방 압력이 10월부터 다시 상승 압력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의 의료보험은 1년에 한 번 갱신돼 1년 후행해 CPI에 반영된다. 이때 보험료의 proxy로 보험사의 이익잉여금 변화를 반영한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내활동이 늘어나면서 의료 이용이 줄어들어 보험사의 이익잉여금이 크게 증가했던 반면 2021년에는 대외활동이 늘어나면서 감소했다.
이 연구원은 "의료 및 개인 서비스 물가도 인건비 상승의 영향으로 조금씩 상승폭이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임대료로 인해 느리게 둔화되고 있는 주거비 만으로는 해당 물가 상방 압력을 상쇄하는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따라서 "10월 이후 물가의 하방 경직성이 강해지면서 물가 부담으로 인한 11월 FOMC에 대한 불확실성과 고금리는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