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국제금융센터는 24일 "올해 하반기 엘니뇨에 따른 애그플레이션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국금센터는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작년 12월 이후 상승하면서 3년째 이어져온 라니냐가 종료 수순을 밟고 있으며 하반기에는 4년 만에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태평양 적도 지역 수온이 평년보다 0.5℃ 이상이면 엘니뇨, -0.5℃ 이하면 라니냐다. 태평양 해수면 온도 변화는 남방진동(Southern Oscillation)이라고 불리는 열대 저기압 패턴과 연관돼 있어 대기와 해양의 결합 현상을 총칭해 엘니뇨-남방진동(ENSO)이라고 한다.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인 적도 지역 태평양 Niño 3.4(북위 5°~남위 5°, 서경 120°~170°)의 해수면 온도(Sea surface Temperature, SST)는 작년 8월 중순 평년 대비 -1.2℃까지 떨어졌으나 12월 중순을 기점으로 오름세로 돌아서 지난 2.8일에는 -0.5℃ 기록했다.
SST가 -0.5℃ 이하인 라니냐는 곧 소멸될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공식적인 라니냐의 종료는 3개월 평균 SST가 -0.5℃보다 높아야 하므로 2~3개월 소요된다.
센터는 "라니냐가 종료되면 짧은 ENSO 중립(라니냐도, 엘니뇨도 아닌 상황) 기간을 거친 후 여름부터 해수면 온도가 +0.5℃ 이상 상승하는 엘니뇨로 전환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美 NOAA 등 여러 기상모델에 따르면 2~4월 중 ENSO 중립으로 전환돼 초여름까지 지속된 후 7월부터 엘니뇨로 전환될 확률은 50% 이상인 것으로 나온다. 이번에 엘니뇨가 발생한다면 2018~2019년(10개월간 지속) 이후 4년 만이며, 엘니뇨의 강도(intensity)는 오는 6월을 전후로 보다 명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엘니뇨, 농산물 중심으로 국제원자재 시장 강타 우려...한국은 미리 대비할 필요
센터는 "엘니뇨는 라니냐와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대기 순환을 방해함으로써 세계 곳곳에 이상기후를 초래하고 관련국 경제 전반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며 "국제원자재 수급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곡물 등 농산물시장의 안정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오정석 연구원은 "태평양 적도 지역 수온은 일반적으로 서쪽이 높고 동쪽이 낮으나, 반대로 동태평양 수온이 높아지는 엘니뇨 상황이 발생하면 이 지역에 과도한 열과 습기가 대기로 방출되고 풍향·기온·강우 패턴이 변화하여 기상이변이 자주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가디언은 기후변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엘니뇨가 가세해 올해는 역대 5~6번째로 더운 해가 될 것이며, 내년에는 역대 가장 더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금까지 역대 가장 더운 해는 강력한 엘니뇨가 발생했던 2016년으로 20세기 중반 평균 대비 0.99℃ 올랐다.
오 연구원은 "호주는 지난 3년간 평균보다 많은 강우량과 홍수를 경험했으나, 엘니뇨하에서는 역대급 더위와 건조한 기후가 예상되며 많은 산불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며 "인도는 지난해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을 기록했으며, 금년에도 엘니뇨 영향으로 특히 우기인 몬순 시기에 강우량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프리카 동부, 미국 남부, 남미 남부, 중국 양쯔강 유역 등은 평년보다 강우량이 증가한다"며 "반면 중남미, 브라질 아마존 유역, 동남아시아, 남아프리카 등은
강우량 부족으로 건조한 날씨, 유럽은 춥고 건조한 겨울 날씨가 찾아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엘니뇨에 따른 빈번하고 강력한 극단적 기상현상은 농산물 등 원자재 수급에 있어 불안요인이다. 각국의 주요 농산물, 광물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호주(소맥, 광물), 인도(소맥, 원당), 동남아(광물, 팜유), 남미(광물, 각종 농산물) 등
엘니뇨 취약국의 원자재 생산 및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우려되는 것이다.
최악의 엘니뇨였던 2015년 구리 세계 1위 생산국인 칠레의 생산은 기상 여건 악화로 예상치를 4% 하회했다.
2015~2016년 세계 곡물 생산량은 전년보다 1.6% 감소했다. 특히 옥수수가 부진(-4.1%)했다. 세계 원당 생산량은 브라질, 인도, 태국 등 핵심 생산국들이 모두 부진해 7% 이상 감소
2015년 인도네시아의 팜유 생산량은 극심한 가뭄으로 전년 대비 3% 감소해 전세졔적 이슈가 된 바 있다. 이는 18년래 첫 감소였다.
엘니뇨는 농산물과 광물 뿐만 아니라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의 생산 감소와 수요 증가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화석연료 생산은 물 사용량이 상당해 특히 가뭄에 취약하다. 가뭄은 수력발전량 감소 → 화석연료 수요 증가로도 연결된다.
IMF는 가뭄·홍수·혹서 등 기상이변은 관련국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것으로 보면서 농업 생산이 큰 차질을 빚을 경우 취약 신흥국을 중심으로 기근이 심화되는 등 식량 위기(Food Crisis)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2015년 엘니뇨 당시 아프리카, 남미, 남태평양에서 기근에 직면한 국가들이 속출한 바 있다.
오 연구원은 "올해 엘니뇨의 진행 과정과 강도는 아직 불확실하나 하반기로 갈수록 관련 기후리스크가 세계경제, 특히 애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며 "선제적으로 농산물 등 원자재 전반의 수급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발혔다.
영국 Met Office는 이번 엘니뇨가 내년 지구 기온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현재까지는 +1.2℃) 높일 것이며, 엘니뇨의 영향이 갈수록 세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산업화 +1.5℃는 2018년 파리기후협정이 방어 목표로 정한 수치다.
오 연구원은 "최근 국제농산물 가격은 작년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에 비해 낮아지기는 했으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따라서 하반기 엘니뇨 리스크가 가세할 경우에 대비해 농산물 등 원자재 전반의 수급 및 가격 안정 대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S&P GSCI 농산물지수는 올해 평균(~2.21일) 464.5로 2022년(495.9), 2011년(489.7)에 이어 역대 3위다.
한국의 경우 곡물자급률이 2020년 기준으로 20.2%에 불과하다.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곡물은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오 연구원은 "한국은 주요 생산국들의 수출제한 등 ‘식량자원의 무기화’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긴요한 나라"라고 평가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