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후반 미국 미시간 대학이 발표한 2월 소비심리지수는 전월 64.9에서 66.4로 올랐다. 이는 13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예상치인 65.1도 웃도는 결과였다.
소비자들의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4.2%로 전월 3.9%에서 높아졌다. 5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석 달째 2.9%를 유지했으나 단기 기대 인플레 반등에 채권 투자자들은 경계감을 표출했다.
기존에 발표됐던 CPI 데이터들도 상향조정됐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연례 계절조정 업데이트 작업 결과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월대비 0.1% 하락에서 0.1% 상승으로 상향 수정됐다고 밝혔다.
10월 수치는 +0.4%에서 +0.5%, 11월은 +0.1%에서 +0.2%로 올렸다. 12월 근원 CPI는 0.3% 상승에서 0.4% 상승으로 상향 수정되는 등 이번 조정이 물가에 대한 상방 위험을 다소 키운 것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미국채 시장은 금요일 이같은 지표를 확인한 탓에 곧 발표될 CPI에 대한 경계감을 벗어던지지 못했다.
지난 10일 미국채10년물 금리는 6.95bp 오른 3.7358%, 국채30년물 수익률은 9.09bp 뛴 3.8202%를 기록했다. 물가 재반등 우려에 장기 위주 금리 상승이 이뤄진 것이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이달 2일만 하더라도 3.3963%까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1월 중순에 이어 재차 금리가 3.3%대로 진입했지만, 이후 반등 속도는 가팔랐다.
이후 연준 멤버들의 매파적 발언, 고용지표, 물가 지표수정이나 기대 인플레 재반등 등을 보면서 금리는 3.7%를 넘어선 상태다.
미국채 금리가 6거래일만에 레벨을 34bp 높임에 따라 국내시장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수급 요인으로 최근 미국보다 금리가 덜 오르긴 했으나 경계감은 커졌다.
국고10년물 금리는 이달 3일 3.1%대 중반으로 속락하기도 했으나 이날은 3.4%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美 요인 경계감...글로벌 물가 다시 오를 수 있다
최근 미국 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하게 나오는 데다 따듯한 날씨 등으로 유럽 경기 상황도 당초 전망보다 나은 것으로 발표됐다.
이달초 미국 고용 서프라이즈 이후 금리는 오르고 있으며, 시장은 과도하게 반영했던 기대감을 되돌리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연준이 작년 12월 FOMC에서 연준이 제시했던 기준금리 경로는 2023년 5.25% 도달과 2024년말 4.25%까지 인하 그림이었다.
파월 연준 의장이 이달 1일 '디스인플레이션 시대'를 공식 선언했지만, 최근 고용지표 등을 거치면서 디스인플레이션 전망이 약화됐다. 이러자 최근 일드 커브도 일어서는 모습을 보였다.
박민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초 고용지표 서프라이즈 확인 이후 시장이 반영하고 있는 기준금리 경로는 상향 조정되고 있다"며 "장단기 금리차가 현재 레벨에서 소폭 축소된다는 가정에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4%까지 상단이 열려있다"고 분석했다.
큰 그림의 금리 하락세가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일단 기대감의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진단들도 보인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추세적인 시중금리의 하향 경로는 유효하며 당장 성급했던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반영하며 낮아진 금리 수준을 되돌리는 정도의 조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경기민감' 원자재들의 속등
최근 국제원자재 시장에서 나타난 가격 상승 흐름 등으로 인플레 우려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구리, 알루미늄, 니켈 등 비철금속과 철광석, 휘발유 등 경기에 민감한 국제원자재 가격이 작년 4분기 이후 최근까지 견조한 상승세를 시현 중이기 때문이다.
대표적 경기민감 품목인 구리 가격은 작년 11월 오름세로 전환한 이후 최근까지 20% 상승하며 7개월래 최고치다. 알루미늄(13%), 니켈(34%), 아연(16%) 등의 가격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철광석 가격도 작년 10월말 저점 대비 40% 이상 상승했다. 아시아 휘발유 가격은 12월 중순 이후 20% 이상 반등하며 두바이유 상승률(16%)을 상회하고 있다.
건설·인프라·그린산업 등 다방면에 쓰이는 비철금속과 철광석은 경기에 영향을 강하게 받는 원자재(Cyclical Commodity)다. 이들 가격의 상승은 세계경제 개선 신호로 볼 여지가 있다.
경기 민감 원자재의 반등엔 중국 리오프닝과 함께 세계경제 개선 기대감 등이 꼽힌다.
중국이 양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경제 재개방, 부동산 부양 등으로 소비와 기업 활동이 더 촉진돼 원자재값 상승세가 계속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경기민감 원자재 가격의 강세는 세계경제 침체 우려가 완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원자재 가격이 과도하게 빠르고 강한 상승세를 나타낼 경우 글로벌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를 훼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 연구원은 다만 "원자재값이 수급 불균형 등으로 가파른 오름세를 지속할 경우 세계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기 전에 다시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 이번 금리 상승 구간, 저가매수 기회인가...美CPI 확인
최근 국내외 금리가 재차 오르고 있는 가운데 한국 투자자들은 지금의 금리 상승을 저가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연준 긴축 우려가 재차 강해졌지만 큰 그림의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둔화되는 상황인 데다 국내의 경제 상황은 더욱 어려워 금리 상승룸에 한계가 있다는 관점도 상당한 것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수급 외에 한국의 펀더멘털은 바뀐 것이 없다"면서 "미국 경기 펀더멘털에 대한 시각 상향 조정이 한국 펀더멘털 상향 조정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외국인 선물 매도 물량이 소화된 후 한국 시장금리는 재차 반락을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초 예상보다 가파른 금리 하락에 국내 투자자들이 제대로 채권을 담지 못했지만, 이번 금리 상승기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도 보인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채권을 채우지 못한 투자자들은 이번 금리 상승을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연구원은 "수개월 완화적 금융 환경에 기인한 부담스럽게 낮은 금리 수준이 미국 경제지표의 벤치마크 조정을 계기로 상당부분 해소됐다"면서 지금은 중장기적 시각에서 대응하는 게 유리한 국면이라고 풀이했다.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 근처로 올라오면서 저가매수 등을 저울질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금통위까진 불안불안한데 3년 3.50%면 실어볼 만해 보이긴 한다"며 "국내는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장 미국 CPI가 대기하고 있어서 자신있게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 일단 이를 확인하고 움직이려는 모습들이 나타난다.
다른 증권사 딜러는 "지금이 저가매수할 기회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미국 물가 지표가 결정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