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국토부 [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국무회의에서 "적극 재정을 통해 청년과 중산층을 위한 고품질의 공적 임대주택 공급에 신경을 써 달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일관성 있는 시장관리 정책과 함께 대규모의 주택공급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은 "실제 착공과 입주가 중요하다. 기존 관행에 얽매이지 말고 택지 조성부터 각종 인허가, 착공까지 기간을 최대한 단축해서 '주택공급 전격전'을 펼쳐달라"고 했다.
대통령은 다만 공급 속도를 늘려야 한다면서도 대통령은 '공적주택', '공공임대'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았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선 공급을 '공공' 위주로 하는 건 집값 하향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사실 '착한 아이 콤플렉스'(Good Child Complex)에 빠진 정부의 주택정책은 없는 사람들을 가장 힘들게 한다. 경제학적으로 볼 때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가진 정부는 결국 '나쁜 아이'가 되고 마는 것이다.
■ 고품질 '임대주택' 공급 논리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 시장 플레이어로서 정부의 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국가 재정을 투입해 신뢰할 수 있는 주택을 빠르게 공급하는 것은 무주택 청년과 중산층의 주거 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스탠스를 보면 '공공임대'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꾸려는 것으로 보인다.
솔직히 말하자.
그간 공공임대주택은 소외계층 중심, 외곽 입지, 좁은 평형 위주의 공급으로 '가난의 증표'가 됐다.
공공임대가 지닌 낙인 효과(Stigma Effect), 즉 안 좋은 입지에 못 사는 사람들이 좁게 거주하는 공간이라는 인식 때문에 공실률 상승 등의 문제가 대두되기도 했다.
그러자 이재명 정부는 이참에 공공임대의 품질을 높여 '중산층도 살고 싶은 임대'로 인식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공공임대를 통해 '주거사다리 복원'도 노리고 있다.
즉 청년층이 시세보다 저렴하고 안정적인 공적 임대주택에 거주하면서 주거비 지출을 절감하면 그만큼의 소득을 저축·투자해 향후 '내 집 마련'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자산을 모을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선 정부의 '좋은 의도'가 오히려 집값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으며, 실질적으로 없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비판도 내놓고 있다.
■ '중산층 위한 공공임대'는 그 자체로 언어도단
'공적 임대주택' 정책의 본래 취지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것이다.
최저소득층이나 주거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중산층을 위한 공공임대'는 경제적,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공공임대주택을 중산층 눈높이에 맞춰 넓은 평수와 고급 자재, 우수한 입지에 공급하려면 어떤 일이 생기는가.
가구당 건설비가 대폭 늘어난다. 그런데 '공공임대'의 목적상 임대료를 시세보다 크게 낮게 책정해야 한다.
결국 공적 주택의 특성상 LH 등 공공기관의 부채가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다.
향후 공적 임대 주택 증가로 적자가 늘어난 LH가 '우는 소리'를 하면 임대료 현실화 주장이 부상할 것이다.
정작 청년층이나 도움이 필요한 계층이 입주하기에는 과도하게 높은 임대료가 책정돼 공적 자금 투입의 명분이 퇴색하고 말 것이다.
■ 정부 '공공위주' 공급 시의 구축효과
2026년 반도체 호황에 재정이 두둑해진 정부가 세금을 털어 시장가격보다 싼 고품질 공공주택'을 대량 공급하면 어떻게 될까.
이러면 민간 분양과 임대 사업자의 수익성이 악화해 민간 주택 공급이 줄어드는 '민간 공급 위축'이 초래될 수 있다.
정부 주도의 과도한 부동산 시장 개입은 가격 기능에 의한 주택 수급 조절을 방해하게 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주택시장 수급을 왜곡할 수밖에 없다.
사실 이런 내용은 경제학 교과서에 빠짐없이 나온다.
정부가 재정을 풀어 입지가 좋은 곳에 저렴하게 공적 임대주택을 대량 공급하면, 민간 임대주택이나 민간 소형 분양주택을 구매·임차하려던 민간 수요가 공공 임대로 흡수된다.
민간 주택 임대인이나 민간 건설사는 수익성이 떨어져 신규 투자와 주택 건설 공급을 줄이게 되며, 결국 공공주택 공급이 늘어난 만큼 민간의 시장 공급은 밀려날(Crowd out) 수 있다.
경제학 교과서는 또 "정부가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 공공이 건설·임대 시장을 주도할 경우 국채 발행 증가에 따른 금리 상승 압력으로 민간 주택 건설사나 금융시장이 위축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민간 건설사나 디벨로퍼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자금 조달 금리 부담이 커져 민간의 주택 개발 투자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재명 정부가 원하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적극적 재정 투입은 국채 발행이나 세수 의존도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사실 공적 임대주택은 돈 되는 사업과 거리가 멀다.
건설 시 초기 비용뿐만 아니라 유지보수 및 관리비용이 장기적으로 국고에서 지속 지출되는 구조다.
세금 절약과 나라 살림살이를 신경 쓰는 사람, 경제학을 공부해 본 사람들의 눈엔 이재명 정부의 '중산층을 위한 고품질 공적 임대주택'이 매우 위험한 사업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