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14일 미국채 시장의 일드 커브 스팁 영향을 받으면서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관심을 모은 미국 CPI가 예상에 대체로 부합해 미국 단기구간 금리는 하락 압력을 받은 반면 트럼프발 인플레 우려로 장기금리는 상승했다.
중국에 대해 매파적 태도를 보이는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 상원의원이 차기 트럼프 정부의 국무장관 후보로 지명되자 관세 인상 관측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것이다.
국내 시장은 최근 트럼프 트레이드에 따른 미국채 금리 상승 영향을 제한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한국 경기 둔화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고환율 등으로 당장 적극적인 금리 인하를 기대하긴 어려워 금리 레벨과 외국인 매매를 보면서 조심스러운 등락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 美10년 금리 4.46%대로 올라...나스닥 하락
미국채 커브는 두드러진 스티프닝을 나타냈다. 예상에 부합한 CPI로 12월 금리인하 기대가 유지되면서 단기금리가 하락한 반면 트럼프발 인플레 자극 우려는 장기 금리를 띄웠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3.55bp 오른 4.4640%, 국채30년물 수익률은 6.70bp 상승한 4.6340%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6.90bp 오른 4.2855%, 국채5년물은 0.30bp 하락한 4.3100%를 나타냈다.
뉴욕 주가지수는 보합권 혼조세를 나타냈다. 대선 이후 이어진 랠리 피로감과 CPI 안도 속에 숨을 골랐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47.21포인트(0.11%) 상승한 43,958.19에 장을 마쳤다. S&P500은 1.39포인트(0.02%) 오른 5,985.38, 나스닥은 50.66포인트(0.26%) 내린 19,230.74를 나타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업종 가운데 7개가 강해졌다. 재량소비재주가 1.1%, 에너지주는 0.8% 각각 올랐다. 반면 통신서비스주는 0.6%, 정보기술주는 0.3% 각각 내렸다.
개별 종목 중 폴크스바겐과의 협력 강화 소식에 리비안이 14% 급등했다. 테슬라도 0.5% 상승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정부효율부 수장에 임명됐다. 반면 아마존의 자체 인공지능(AI) 칩 출시 소식에 엔비디아는 1.4% 하락했다.
달러가격은 상승했다. 장기 금리가 오르자 달러가격도 상승 압력을 받았다.
국제유가는 소폭 상승했다. 이틀간 6% 급락한 데 따른 저가매수 유입이 영향을 미쳤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 대비 0.31달러(0.46%) 높아진 배럴당 68.43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0.39달러(0.54%) 상승한 배럴당 72.28달러에 거래됐다.
■ 美 CPI 전월비 0.2%, 전년비 2.6% 올라 예상 부합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13일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CPI는 전월 대비 0.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CPI는 전년 대비로도 2.6% 올라 예상치와 같았다.
10월 근원 CPI도 전월보다 0.3% 올라 예상치와 같았다. 10월 근원 CPI는 전년 대비 3.3% 상승해 전망에 부합했다.
최근 몇 달 동안 하락세였던 에너지 물가가 10월엔 보합세를 나타냈다. 식품 물가는 전월보다 0.2% 상승했다. 전년 대비로는 에너지 물가가 4.9% 하락한 반면 식품 물가는 2.1% 상승했다.
다른 부문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는 조짐을 보였지만 주거비 물가는 계속해서 CPI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체 지수에서 약 3분의 1 가중치를 차지하는 주거비 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4% 상승해 9월의 두 배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로는 4.9% 상승했다. 주거비 물가지수는 전체 CPI 상승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중고차 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2.7% 상승했다. 자동차 보험료 지수는 전월 대비 0.1% 하락했지만 전년 대비 14% 상승했다. 항공료는 전월 대비 3.2% 상승한 반면 계란 가격은 6.4% 하락했다. 계란 가격은 전년 대비로는 30.4% 상승했다.
근로자의 인플레이션 조정 평균 시간당 수입은 전월 대비 0.1%,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이번 CPI 결과는 연준이 12월에 다시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예상을 강화시켰다.
■ 12월 인하 후 내년엔 인하 강도 축소?
미국 CPI가 발표된 뒤 금리선물 시장이 인하 확률을 80% 이상 반영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12월 인하는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지고 있다.
연준에서도 인하 필요성을 거론하는 목소리들이 나왔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는 "FOMC가 여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더 많은 금리인하가 필요할 것"이라며 "다만 얼마나 많은 인하가 필요한지, 얼마나 빨리 이뤄져야 할지 확신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인플레가 중기적으로 2%에 수렴할 것으로 본다. 점진적으로 정책금리를 중립수준으로 조정해 인플레이션을 목표치로 되돌리고 최대고용을 지원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했다.
무살렘은 다만 "연준은 추가 금리인하를 고려할 때 들어오는 경제 데이터를 신중하게 인내심을 갖고 평가할 수 있다"며 "최근의 금리인하는 정책적 제약을 완화했지만 제거하지는 못했다"고 했다.
연준 관계자들은 기준금리 인하에 무게를 두면서도 불확실성 역시 만만치 않다는 점을 거론하고 있다.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현재까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에 근접하고 있다는 확신이 커지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라며 "지금은 통화정책의 제약성을 줄여가는 때이지만 금리가 얼마나 더 하락할지, 또는 결국 어느 지점에 안착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현재로서는 인플레이션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생각한다"며 "이에 대한 확신이 있지만 좀더 기다려야 한다. 결정을 내리기 전에 앞으로 한 달 또는 6주 동안 데이터를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시장 투자자들은 CPI를 확인한 뒤 9월 FOMC의 점도표 대로 11월에 이은 12월의 25bp 인하에 무게를 뒀다.
다만 트럼프 등장 후 인플레 압력으로 내년엔 금리인하 횟수가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든 상태다.
■ 트럼프 등장에 더욱 커진 한국경제 우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내년 출범할 트럼프2기 행정부의 인사들을 매파들로 채우고 있다.
무역, 이민 정책 등에서 강경하게 나올 수 있는 인사들을 불러들이고 있어서 한국을 포함한 상당수 국가들이 긴장하는 중이다.
또 공화당은 하원에서도 218석 이상을 얻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게 된다.
레드스윕으로 트럼프의 정책에 더욱 힘이 실리게 돼 주변국들은 긴장할 수 밖에 없다.
국내 주식시장에선 트럼프의 재집권에 따라 반도체, 자동차 등에 대한 우려가 컸으며, 현재도 우려가 이어지는 중이다.
특히 한국 대표주 삼성전자의 추락은 무서울 정도다.
삼성전자 주가는 11일과 12일 3.51%, 3.64% 하락한 뒤 전날엔 4.53% 속락했다. 주가는 5만 600원으로 떨어져 이제 '4만전자' 진입을 앞두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로 2.64%(65.49p) 급락한 2,417.08에 거래를 마쳤다.
트럼프의 재등장에 따라 안 그래도 둔화되던 국내 수출 모멘텀이 더욱 둔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채권시장은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는 등 고공행진을 벌이자 연내 추가 금리 인하는 어려워졌다는 평가를 내리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