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신한금융투자는 31일 "미국의 첨단 산업 중국 견제 정책 기조를 투자 아이디어에 차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신금투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장관 회의가 9월 8~9일에 열린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이벤트는 5월 출범 이후 처음 갖는 장관급 회의로 이전에 정한 4개 주제(필러)에 대한 합의를 위한 자리다.
필러는 1) 공정하고 탄력적인 무역, 2) 안정적 공급망 재편, 3) 탈탄소 및 관련 인프라 구축, 4) 조세 협력 및 반부패 등으로 구성된다.
참여국(14개국)의 상황을 고려해 전부 또는 선별적으로 협상이 가능하다.
최유준 연구원은 "이 회의는 ‘미국 반도체 지원법’, ‘Chip 4 동맹’,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연장선상일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산업과 기업에 주는 영향도 점차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연구원은 "이런 움직임은 불공정 무역의 성격을 지닐 우려가 있고 공급망 변화로 인한 비용 증가는 불가피하다"면서 "한편으로 신규 투자를 통한 시장 확대 및 고객 다변화와 소재/부품/장비 국내 내재화 강화는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구체적인 협상을 통해 한국에 있어 기회와 위협 요인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들은 이에 발맞춰 선제적으로 미국 내 투자를 확대했다. 반도체, 2차전지 등 첨단 산업이 중심이다.
최 연구원은 "한국 산업이 고도화가 진행되면서 해외직접투자의 목적이 낮은 인건비에서 기술 확보로 바뀌고 있다"며 "11월 미국 중간선거까지 첨단산업 공급망 변화는 큰 화두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2차전지와 태양광 밸류체인에서 기회 요인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 반도체, 취약점을 동맹으로 보완하는 미국
미국의 반도체 산업은 설계와 전공정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강한 지배력을 갖고 있다. 반도체 산업이 분업화되고 중국이 후발 주자로 추격하면서 미국은 제조, 후공정, 소재 분야에서 취약점이 드러났다.
제조업 강화를 통한 고용 창출의 필요성도 커졌다. 이를 위해 미국은 산업 지원책과 공급망 강화를 통해 반도체 산업 내재화에 나섰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 주요 제조업체가 미국 내 대규모 투자 계획을 선제적으로 발표했다. 본격 가동 시기는 이르면 2024년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최 연구원은 "대규모 투자가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이뤄진다는 점은 아쉽다"며 "공급망 변화에 따른 비용 상승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장기 측면에서 공급망 변화는 소재, 장비, 부품 업종에 있어서는 사업 확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공급망 변화가 주가 재료로써 영향이 현재는 크지 않지만 긴 시각에서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소재/부품은 수입 금액이 크고 단일 국가 의존도가 높은 분야에서 내재화에 따른 국내 업체의 점진적 수혜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장비는 미세화 경쟁 강화, 파운드리 증설 확대로 국산화율과 선도 국가 대비 기술 수준이 높은 분야가 우선 수혜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미국 IRA는 표면상 인플레 억제를 목적으로 한다. 법안을 들여다보면 공급망 재편, 기술 내재화를 통한 에너지 안보 강화와 기후 변화 대응이 주를 이룬다. 이와 관련한 예산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전치차 보조금 지급에 있어 전기차 산업의 내재화를 위해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 이는 불공정 무역의 쟁점이기도 하다.
최 연구원은 "공급망 변화에 있어 일부 시간을 벌 수는 있지만 방향성 측면에서는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한국 기업의 행태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특히 원재료 조달에 있어 변화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신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이 3%대 수준으로 전기차 침투율이 높아질 여지가 큰 시장"이라며 "IRA의 전기차 보조금 조항이 WTO와 한미 FTA 규정 위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협상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2차전지 주요 소재에 있어 공급망 다변화는 필연적일 것으로 봤다. 중국의 점유율이 현저히 높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 업체에 있어 원재료 공급처 다변화와 소재 가공 공정 중 일부 내재화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미국 및 비중국 밸류체인을 구축한 업체의 대응력이 빠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금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하면서 유럽 가스 공급난이 심화됐다. 가스 공급난은 글로벌 전반 가스 가격을 높이면서 대체 에너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졌다. 가스는 전력 생산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미국 전력의 38%가 가스를 통해 생산되고 있다.
최 연구원은 따라서 "공급난 대응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전환 필요성이 대두됐다. IRA에서는 태양광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기간도 연장됐다"면서 "탈탄소, 인플레 대응, 고용 창출의 목적이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태양광 밸류체인에 있어 중국의 영향력은 압도적이며 글로벌 10대 태양광 기업 중 8개가 중국 기업이다. 미국은 지난 2월 태양광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4년 연장하면서 자체 공급망 확충에 나서고 있다.
최 연구원은 "중국을 전면 배제한 공급 확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내재화를 강화하는 정책 방향성은 명확해질 것"이라며 "한국 기업에 있어 미국 내 밸류체인을 보유한 기업이 우선적으로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하며 동시에 공급망 변화도 일어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