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지난주 한정애 여당 정책위의장은 "정부·여당은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폐지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자신의 엑스(X)에 비거주 1주택자 양도세 부과를 시사한 가운데 나온 발언이었다.
하지만 한 정책위의장의 21일 발언이 무색하게, 이재명 대통령은 베트남 출장 중(24일)에 다시 '1주택자 장특공 폐지'를 시사하는 내용을 올렸다.
이러자 부동산 시장에선 결국 6.3 지방 선거 이후 7월 세제 개편에선 부동산 관련 세금이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강화되기도 했다.
아울러 대통령의 부동산에 대한 인식이 '부동산 경제학의 일반이론'에 반하는 내용이어서 집값을 더욱 급등시킬 수 있다는 우려들도 나오고 있다.
■ 대통령이 당연시 하는 내용, 경제학적으로 볼 때 '당연하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 열심히 일해 번 돈에도 근로소득세 내는데, 주택양도소득에 양도세 내는 건 당연하다'로 시작하는 글을 X에 게재했다.
이 대통령은 "1주택을 보호하려면 실거주기간에 대한 양도세 감면은 필요하지만, 살지도 않으면서 투자용으로 사 오래 투자했다는 이유만으로(더구나 고가주택에) 양도세를 깎아주는건 주거보호정책이 아니라 '주택투기권장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이런 주장을 '유치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 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양도세 부담이 크면 유주택자들이 집을 팔지 않고 보유만 하게 돼, 안 그래도 매물이 부족한 시장을 더욱 힘들게 할 수 있다는 게 인식의 기본이 돼야 한다"고 일갈했다.
장기 보유자에게 혜택을 주지 않으면 시장에 매물이 나오지 않아 공급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궁극적으로 집값은 더욱 오르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장특공이 주택투기를 권장해 집값을 올리고 결국 서민이 어려워진다는 식으로 접근하지만, 부동산 바닥을 오래 지켜본 사람들은 반대로 이해한 셈이다.
아울러 장특공이 '물가상승에 따른 가공의 이익'을 고려하는 제도인데, 이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조치라는 비판도 많다.
예컨대 20년 10억원과 지금의 10억원은 완전히 가치가 다른 데도 '명목상의 이익'에 대해 과세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원금의 일부를 빼앗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비싼 집이 없는 사람들은 수긍하기 어렵겠지만, 사실 장특공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허수를 걷어내 '실질 이익'에만 과세하려는 조세정의의 성격도 있다. 이 역시 경제학의 기본적인 이론과 엮여 있는 내용이다.
■ '똘똘한 한 채' 확산시킨 사람? 이재명 대통령은 정말 누군지 모르는 것인가
이 대통령은 또 "전국, 아니 전세계에서 서울 강남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 사기' 투기를 확산시키고 집값을 연쇄 폭등시킨 사람들, 이들을 비호하는 사람들은 대체 누구일까요?"라고 물었다.
이 부분에서 이 대통령의 '그리 멀지 않은 역사에 대한 무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부동산 시장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뀐 것은 문재인 정부 때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기인 2017년 8월 2일 내놓은 '8.2대책'은 아직도 많은 '부동산 연구자'들의 뇌리에 생생히 남아 있다.
8.2대책은 한국 부동산 시장 왜곡과 '똘똘한 한 채 사기' 열풍을 알리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당시 서울 25개구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으며,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로 일괄 축소됐다. 무주택자의 LTV와 DTI는 50%를 적용하되 주담대 건수를 세대당 1건으로 제한했다.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가 주택을 양도할 경우 2주택자는 기본세율 +10%p, 3주택자 이상은 +20%p의 가산세율을 적용(2018년 4월 시행)했다.
최근 문제가 된 '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 관련 내용도 있었다. 8.2 대책은 3년 이상 보유 시 주어지던 세금 공제 혜택을 다주택자에게는 적용하지 않도록 했던 것이다.
1주택자 실거주 요건도 강화됐다. 1세대 1주택 양도세 비과세를 받으려면 기존 '2년 보유'에 더해 '2년 이상 거주' 요건이 추가됐다.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조합원은 원칙적으로 지위 양도가 금지됐으며, 재개발 분양권 전매도 제한됐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유예 기간도 종료하고 2018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부활시킨다고 했다.
아무튼 2017년 8.2 대책은 한국 주택시장이 '규제 위주'로 재편됐음을 알리는 중대한 사건이었다.
그리고 이 규제 위주의 정책은 결국 '똘똘한 한채' 현상 심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똘똘한 한 채 매수 분위기를 확산시켜 강남 등 서울 상급지 집값을 더욱 폭등시킨 것은 '규제의 힘'이었다.
'똘똘한 한 채 사기' 투기를 확산시키고 집값을 연쇄 폭등시킨 사람들은 문재인·김수현·장하성·김상조·김현미·변창흠 등과 이 정책을 그대로 섭렵한 이후 정권들이다. 그리고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활용하다가 실패한 '정책 도구'들을 가지고 다시금 집값을 손 보려 한다.
■ 대통령의 너무 안타까운 단편적인 접근...살지 않는 집은 다 투기인가?
이 대통령은 "살 지도 않을 집에 오래 투기했다고 세금 깎아주는 비정상을 정상화 하는게 세금폭탄인가"라고 물었다.
그런 뒤 "잠시 조용하다 싶더니 부동산 투기조장 세력이 다시 활동을 시작하는 모양"이라고 했다.
안타깝지만 이런 식으로 접근해선 현재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임대가격 급등을 제어할 수 없다.
'거주하지 않는 집'을 보유하는 사람이 임대용 주택을 공급하는 사람이다.
모든 사람이 집을 살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것은 아니며, 누군가는 전세나 월세로 살아야 하는 게 현실이다. 서울 가구도 절반은 유주택, 절반은 무주택이다.
민간 임대 물량을 공급하는 사람을 압박해 공급 사이드에 흠집을 내면 전·월세 매물 부족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결국 서민들은 임대료 추가 급등이라는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거주하지 않는 집주인이 모두 '팔고 나가면' 임대 시장엔 빨간불이 켜질 수 밖에 없다.
주택공급자에게 세제 혜택이나 감면을 줄이게 되면 그 부담의 상당부분은 임차인에게로 간다. 임대인은 손해를 보는 대신 늘어난 세금 만큼 임대료(월세 등)를 올리는 등 다른 방법을 찾게 된다.
문재인 정부 시절 우리는 '투기 근절'이라는 명분으로 올린 세금이 결국 세입자의 주거비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조세의 전가와 귀착' 현상을 수도 없이 목격해왔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 역시 실패한 문재인 정부 주택정책의 아류에 불과해 보이는데, 과연 우리는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대통령은 "1주택자의 주거를 제대로 보호하려면, 비거주보유기간에 대한 감면을 축소하고 그만큼 거주보유기간에 대한 감면을 더 늘리는 게 맞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부동산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은 현실을 모르는 대통령을 비웃고 있다.
■ 대통령의 부동산 감성팔이
대통령은 "비정상의 정상화, 부동산 투기 탈출은 이 나라의 최후 생존전략"이라며 "집값이 안정되야 보금자리 만들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 기를 거 아니냐"고 했다.
이 문장은 착한 사람들이 하는 좋은 말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서울 집값 폭등의 주범은 '투기꾼'이 아니라 '실수요자'다. 지금이라도 공인중개사 사무소 10곳만 둘러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확인도 하지 않고 투기꾼 타령부터 먼저하니 문제가 해결될 리가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현재 자가 점유(실거주)는 선, 임차(보유 후 임대)는 악이라는 위험한 이분법에 갖져 현실을 제대로 못 보고 있다.
임대 시장에서 물량을 90% 이상 공급하는 사람들은 국가가 아니라 민간이다.
대통령이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해 임대시장 '공급 생태계'를 무너뜨린다면 결국 그 피해는 돈이 적거나, 삶이 힘겨운 임차인들이 보게 된다.
■ 이미 우리는 학습했는데...아직 이 흐름 안 보이는가
지금 임대차 시장에선 전세 소멸과 월세 가속화가 진행되는 중이다.
임대인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면 이들은 이를 충당하기 위해 전세보다 현금 흐름이 좋은 월세나 반전세를 선호하게 된다.
보유세(종부세)와 양도세 부담이 커지면 임대인들이 늘어난 세금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부동산 경제학적으로도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이미 '장기간' 임대사업자 억압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 임대차 시장의 주택공급자에게 페널티를 먹이면 결국 임차인의 안전이 위협받는다.
정부가 2020년 7.10 대책에서 아파트 임대사업자 제도 폐지를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아파트 임대 물량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아울러 '실거주 의무' 강화가 임차인들을 힘들게 한다는 사실은 이미 수도 없이 확인이 됐다.
예컨대 실거주 의무가 강화된 신축 아파트들이 늘어나면서 무슨 현상이 나타났는가. 예전처럼 '신축 단지 입주 시 쏟아지던 저렴한 전세 매물'이 크게 줄어드는 '공급 절벽'이 나타났다.
특히 문재인 정부 후반엔 실거주 요건 강화와 세제 혜택 축소, 그리고 임대차 3법이란 규제가 맞물려 한국 역사상 가장 큰폭(금액 기준)의 집값 폭등이 나타나기도 했다.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하거나, 세금을 내기 위해 보증금을 대폭 올리면서 없는 사람들만 힘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전세가격 급등 등 임대차 시장의 어려움이 2020년 전후 이후 최고라는 통계들도 여럿 보인다.
■ 대통령 인기, 임대차 시장 안정 담보해 주지 않는다
지난주 한국부동산원은 2026년 4월 넷째 주 주간통계에서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0.22%)이 약 6년 4개월(76개월) 만에 최고치라고 발표했다.
과거 '전세대란' 시기 수준의 상승폭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또 KB 부동산 기준으로 서울 전세가격은 6억 8천만원을 넘어 7억원에 육박해 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08.4까지 치솟아 임대차법 후폭풍이 거셌던 2021년 6월 이후 가장 심각한 공급 부족 상태를 나타냈다.
하지만 임대차 시장 혼란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비교할 때 정부 정책에 대한 믿음은 강해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의 인기가 70% 가까운 지지율로 하늘을 찌르다 보니,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보다 기대가 더 크다는 지적마저 보인다.
예컨대 주변엔 이번에야 말로 투기꾼들이 철퇴를 맞게 됐다면서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필자가 볼 때 장특공 혜택을 줄이는 건 없는 사람들의 삶 개선과 아무 관련이 없다.
오히려 전체적으론 '부동산 정책 덕분에' 없는 사람들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이는 머지 않아 시간이 증명해 줄 것이다.
장특공 문제도 결국 '보유 혜택 축소 → 임대 수익성 악화 → 공급 감소 및 약자(임차인)에 대한 비용 전가 → 임차인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때 여러 차례 확인해 본 '경제학의 공식에 따른 효과'가 과연 사람(대통령)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까?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