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연방대법원의 위법 판결로 무효가 된 상호관세 징수액을 돌려달라는 기업들의 요구에 맞서, 환급을 최대한 늦추거나 범위를 축소하는 법적·행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26일(현지시간) 복수의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징수한 상호관세 가운데 일부 또는 상당 부분을 결과적으로 환급하지 않고 보유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연방대법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 부과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환급 범위와 방식에 대해 구체적인 지침을 내놓지 않으면서, 행정부가 이를 법적 대응 여지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환급 규모는 최소 1335억달러에서 최대 17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까지 최소 1800개 기업이 환급 소송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부 내부에서 거론되는 방안 중 하나는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발효된 ‘글로벌 관세’를 통해 기존 징수액의 합법성을 재구성하는 전략이다. 현재 10% 수준인 글로벌 관세를 법정 상한인 15%까지 인상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위법 판결을 받은 상호관세 상당 부분이 결과적으로 합법적 관세 체계로 대체된다는 논리를 펴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미 납부된 관세에 대한 소급 적용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또 다른 방안은 기업이 일부 환급금을 포기할 경우 환급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통상 환급 절차가 1~2년 이상 소요되고, 소송이 장기화될 경우 5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해 ‘부분 환급’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계산이다.
관세를 징수하는 세관국경보호국(CBP)이 물품별·건별로 환급 여부를 다투거나, 법무부가 항소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절차를 지연시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관세가 재무부 계좌로 완전히 이체된 이후에는 환급 절차가 더 까다로워지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행정부가 이처럼 ‘시간 끌기’ 전략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막대한 재정 부담이 자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10년간 약 4조달러의 관세 수입을 전제로 감세 정책을 추진해왔다. 의회예산국(CBO)은 관세 수입이 없을 경우 국가 부채가 3조4000억달러 늘어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대규모 환급이 현실화될 경우 재정 운용은 물론 정치 일정에도 부담이 불가피한 만큼, 행정부와 기업 간 법적 공방은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