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23일 한은, 재경부, 예산처 등의 국회 업무보고를 보면서 등락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주 금통위를 앞둔 한국은행의 반응이 주목된다.
기준금리 만장일치 동결 전망에 별 다른 이견이 없는 상황이지만 금융당국은 지나치게 높은 시장금리도 경계하는 중이다.
한국은행 금융시장국장은 설연휴 전인 12일 '금리 높다'는 발언을 통해 시장에 구두개입을 한 바 있으며, 이 발언 직후인 13일 한은과 재경부 수장은 "국고채를 포함한 채권시장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주말 미국에선 상호관세 부과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발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법을 이용해 관세를 올린다고 발표한 가운데 향후 미국과 주요국들의 반응을 봐야 한다.
■ 대법원 상호관세 위법 판결 속 美금리 소폭 상승...뉴욕 주가 상승
미국채 금리는 20일 소폭 상승했다.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로 관세 환급 가능성이 제기돼 재정 건전성 우려가 커졌으나,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관세 10%를 적용한다고 밝히자 금리도 오름폭을 일부 반납했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90bp 상승한 4.0870%, 국채30년물 수익률은 2.10bp 오른 4.7240%를 나타냈다. 국채2년물은 1.40bp 상승한 3.4735%, 국채5년물은 0.15bp 오른 3.6405%를 기록했다.
뉴욕 주가지수는 상승했다. 미국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그동안 관세 타격이 컸던 기업들이 안도 랠리를 펼친 가운데 기술주 강세도 두드러졌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230.81포인트(0.47%) 오른 4만9625.97에 장을 마쳤다. S&P500은 47.62포인트(0.69%) 상승한 6909.51, 나스닥은 203.34포인트(0.90%) 높아진 2만2886.07을 나타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업종 가운데 9개가 강해졌다. 통신서비스주가 2.7%, 재량소비재주는 1.3%, 부동산주는 0.8% 각각 올랐다. 반면 에너지주는 0.7%, 헬스케어주는 0.3% 각각 내렸다.
개별 종목 중 관세 타격이 컸던 웨이페어와 윌리엄스소노마가 2.3% 및 1.9% 각각 높아졌다. 기술주인 알파벳은 4.1%, 아마존은 2.6%, 애플은 1.5% 각각 올랐다. 사이버트럭 가격을 대폭 인하한 테슬라는 강보합 수준을 기록했다.
달러가격은 하락했다.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로 관세 환급 가능성이 제기돼 재정 건전성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관세 10%를 적용한다고 밝히자 달러인덱스는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0.19% 낮아진 97.74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15% 높아진 1.1792달러, 파운드/달러는 0.24% 오른 1.3496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0.01% 내린 154.98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04% 하락한 6.8971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에 0.41% 강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약보합권에 머무는 등 안정적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의 이란 공습이 제한적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기대가 주목을 받았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 대비 0.04달러(0.06%) 내린 배럴당 66.39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0.05달러(0.07%) 낮아진 배럴당 71.61달러에 거래됐다.
미국 CNBC 방송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 제한적 타격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 美대법원, 상호관세 위법 판결...트럼프, 다른 법률 활용해 관세 원위치 시도
대법원은 20일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대통령에게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명시적으로 부여하지 않는다며 6대3 의견으로 위법 판결을 내렸다. 이는 1심, 2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쟁점은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경우 IEEPA에 따라 수입을 ‘규제’할 수 있는 권한에 관세 부과가 포함되는지 여부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도 규제의 일종이라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미 헌법은 평시 관세 부과 권한을 의회에 단독으로 부여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광범위하고 제한 없는 관세를 일방적으로 부과하려면 의회의 명확한 승인 근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IEEPA를 근거로 부과된 10% 기본관세와 국가별 차등 ‘상호관세’, 그리고 이른바 ‘펜타닐 관세’ 등은 법적 기반이 무너지게 됐다. 하지만 자동차·철강·알루미늄 등 품목별 관세처럼 다른 법률에 근거한 조치는 이번 판결의 대상은 아니다.
상호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무역적자를 ‘국가적 비상사태’로 규정하며 추진한 대표 정책이다. 특히 관세 인하를 조건으로 대규모 대미 투자를 이끌어내는 협상 지렛대로 활용돼 왔다. 이에 따라 한국 등 이미 새로운 무역 합의를 체결한 국가들 역시 향후 대응을 고심하게 됐다.
이미 납부된 관세의 환급 여부도 쟁점이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환급 문제를 명시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하급심에서 기업들의 대규모 반환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수치스러운 결정'이라고 비판하며 다른 법적 수단을 동원해 관세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사실 1·2심 팔결 이후 미국 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301조·122조, 관세법 338조 등 다른 조항을 활용한 대체 관세 부과 방안을 검토해왔다.
트럼프는 연방대법원이 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를 위법이라고 판결한 후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전 세계 수입품에 10%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은 20일 포고령을 통해 "150일 동안 미국으로 수입되는 물품에 대해 10%의 신규 관세를 부과한다. 이번 임시 수입 관세는 동부 표준시 기준 24일 오전 12시1분부터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품목은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포고령에 따르면 △의약품과 그 원료 △승용차 및 일부 트럭·버스와 관련 부품 △특정 전자제품 △특정 항공우주 제품 △핵심 광물과 주화·금괴용 금속 △에너지 및 에너지 관련 제품 △미국 내에서 재배·채굴·생산이 어려운 천연자원과 비료 △일부 농산물(소고기·토마토·오렌지 등) 등이 면제 대상에 포함됐다.
무역법 122조는 미국의 국제수지 악화 등 긴급한 대외 경제 상황에 대응해 대통령이 최대 15%의 관세를 150일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150일 이후에도 관세를 유지하려면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후 트럼프는 전 세계 수입품에 부과하겠다고 밝힌 ‘글로벌 관세’를 하루 만에 10%에서 15%로 전격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즉시 효력을 갖는 조치로 전 세계 관세 10%를 허용된 최대치이자 법적으로 검증된 15%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 미국 PCE 물가, 예상 상회...인플레 둔화 흐름에 제동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지난해 12월 다시 상승 압력을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근원 PCE 물가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며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무부는 20일 지난해 12월 PCE 가격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전월 대비로는 0.4% 올랐다. 이는 시장 예상치(전년 대비 2.8%, 전월 대비 0.3%)를 모두 웃도는 수치다. 전년 대비 상승률은 11월(2.8%)보다 확대됐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했다. 전월(2.8%)보다 오름폭이 확대된 것이며, 연준의 물가 목표치인 2%를 여전히 크게 상회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4%로 시장 예상(0.3%)을 웃돌며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PCE 가격지수는 미국 거주자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때 실제로 지불하는 가격을 반영하는 지표다. 연준은 미국 노동부가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PCE를 통화정책 판단의 준거 지표로 활용한다. 소비 패턴 변화를 더 잘 반영하고, 의료비 등 항목 가중치 차이로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관세 인상 여파와 서비스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근원 물가는 다시 3% 안팎으로 반등했다. 한때 둔화 조짐을 보이던 인플레이션이 재가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날 함께 발표된 12월 명목 개인소비지출은 전월 대비 0.4% 증가해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명목 개인소득은 0.3% 늘어나 예상치(0.2%)를 소폭 웃돌았다.
소비와 소득이 모두 견조한 흐름을 보이면서 수요 측 물가 압력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 미국 4분기 성장률 급하게 둔화...1분기 성장률 반등 가능성
미국 경제 성장세가 지난해 4분기(10~12월) 들어 급격히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여파가 성장률을 크게 끌어내리며 시장 기대를 크게 밑돌았다.
상무부는 20일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속보치)이 전기 대비 연율 기준 1.4%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5%)를 1%포인트 이상 하회한 수치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을 계절조정한 뒤 이를 연율로 환산해 발표한다.
연방정부 셧다운 영향이 컸다. 미 연방정부는 지난해 10월 1일부터 43일간 역대 최장 셧다운을 겪었다. 이로 인해 연방정부 지출이 중단되고 수십만 명의 공무원이 무급 휴직에 들어가면서 경제활동이 위축됐다. 연방정부 지출 감소는 4분기 성장률을 1.15%포인트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됐다.
미 경제의 버팀목인 개인소비도 둔화했다. 4분기 개인소비 증가율은 2.4%로 3분기(3.5%)보다 낮아졌다. 서비스 소비는 3.4% 증가하며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지만, 재화 소비는 -0.1%로 감소 전환했다. 그럼에도 개인소비는 1.58%포인트의 성장 기여도를 기록하며 전체 성장의 핵심 동력 역할을 했다.
민간투자는 3.8% 증가해 성장 둔화를 일부 상쇄했다. 인공지능(AI) 관련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속에 장비 투자(3.2%)와 지식재산생산물 투자(7.4%)가 견조하게 늘었다. 다만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0.08%포인트에 그치며 전 분기 대비 크게 축소됐다.
미 경제의 기초 체력을 보여주는 국내 민간구매자에 대한 최종판매(민간지출) 증가율은 2.4%로 3분기(2.9%)보다 둔화했다.
함께 발표된 4분기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2.9%를 기록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상승률은 2.7%로 집계됐다. 성장 둔화와 물가 부담이 동시에 이어지면서 정책 환경은 한층 복잡해진 모습이다.
2025년 성장률은 2.2%로 집계됐다. 1분기 0.6% 역성장 이후 2분기(3.8%)와 3분기(4.4%)에 강한 반등을 보였지만, 4분기 들어 셧다운 여파로 성장세가 1%대로 급격히 꺾였다.
다만 시장 관계자들은 셧다운 영향이 일시적이라는 점에서 올해 1분기에는 성장률이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가 본격화할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가 우세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소비 둔화와 물가 부담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흐름에 대한 경계감은 이어질 전망이다.
■ 한은 업무보고 주목
지난 20일 국내 채권시장은 외국인의 선물 매수로 상승했다.
외국인 국채선물 매수, 일본·호주 등 아시아권 주요국 금리 하락, 설 연휴 직전 당국이 보인 시장금리 레벨 높다는 지적 등이 저가매수에 힘을 실어준 상태다.
시장 분위기가 개선되다 보니 미국과 이란의 갈등에 따른 안전자산선호 강화를 기대하는 모습들도 보였다.
특히 설 연휴 직전 통화당국이 보여준 '가격변수 직접 간섭'이 금리 되돌림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준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그간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인상을 2번 이상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은 지나쳤다는 평가들이 나올 수 밖에 없었으며, 금리 되돌림 국면이 더 이어질 수 있다고 기대도 여전하다.
하지만 반대 쪽에선 최근 시장금리 레벨이 꽤 낮아진 가운데 금통위를 앞둔 헤지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하는 중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이날 한은의 국회 업무보고가 열리는 것이다.
시장은 일단 한은이 지나치게 높은 금리는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예컨대 기준금리가 2.5%인 상황에서 국고3년 금리가 3.25%를 넘나들던 모습은 한은도 불편하다는 점을 알아차렸다.
최종호가수익률을 보면, 지난 9일 3년과 10년 국고채 금리는 3.25%, 3.75%를 넘어섰다.
이후 6거래일만에 3년은 12.4bp 하락한 3.143%, 10년은 21.4bp 떨어진 3.540%로 레벨을 낮췄다.
금리시장이 최근 분위기를 쇄신하면서 커브 플랫을 보인 가운데 금통위 이벤트를 앞둔 이창용 총재의 국회 보고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