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11일 미국 소매판매 부진에 따른 미국채 금리 하락에 강세로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 활동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 관련 핵심 지표가 신통치 않아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4.1%대 중반으로 내려갔다.
국내시장이 전날 외국인의 대규모 10년 선물 매수로 강세 분위기를 구가한 가운데 계속해서 외국인 동향도 주목된다.
지난 9일 케빈 해싯 NEC 위원장이 고용지표 둔화 가능성을 거론하고 10일 미국채 금리가 하락한 가운데 전날 대규모로 장기선물을 매수한 외국인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전날엔 외국인 장기 선물매수, 입찰 종료에 따른 부담 완화, SK하이닉스의 채권자금 집행 소문, 일본 금리 안정 등으로 저가매수들도 일정부분 자신감을 되찾으면서 금리 레벨을 내렸다.
최근 국고3년이 3.25%, 국고10년이 3.75%를 넘어서자 '과도하다'는 지적들도 많았던 가운데 이날은 얼마나 더 금리를 끌어내릴지 주목된다.
다만 일각에선 전날 SK하이닉스의 크레딧 채권 매수 소문에 따른 시장의 강세 반응이 과도했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 美 금리 4.1%대 중반으로...뉴욕 주가는 혼조
미국채 금리는 10일 소매판매의 예상 밖 정체 소식에 하락했다. 중장기 금리는 금리 레벨을 5bp 내외로 낮췄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5.20bp 하락한 4.1470%, 국채30년물 수익률은 5.70bp 떨어진 4.8010%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3.80bp 하락한 3.4460%, 국채5년물은 5.00bp 떨어진 3.6985%를 나타냈다.
뉴욕 주가지수는 혼조세를 나타냈다. 인공지능(AI) 기반 세금 감면 도구의 등장으로 금융주가 하락한 반면, 금리 하락 수혜 덕분에 방어주들은 선전했다.
다우지수는 3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장보다 52.27포인트(0.10%) 상승한 5만188.14에 장을 마쳤다. S&P500은 23.01포인트(0.33%) 하락한 6941.81, 나스닥은 136.20포인트(0.59%) 떨어진 2만3102.47을 나타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업종 가운데 6개가 약해졌다. 통신서비스주가 0.8%, 금융주는 0.7%, 정보기술주는 0.6% 각각 내렸다. 반면 유틸리티주는 1.6%, 부동산주는 1.4%, 소재주는 1.3% 각각 올랐다.
개별 종목 중 알파벳이 1.6%, 엔비디아는 0.8% 각각 하락했다. AMD 역시 1.1% 낮아졌다. 금융주인 찰스슈왑과 LPL파이낸셜도 7.3% 및 8.3% 각각 내렸다.
AI 스타트업 알트루이스트가 AI 기반 세금 감면 도구를 출시했다는 소식이 주목을 받았다. 반면 테슬라는 1.9% 상승했고, 오라클도 2.1% 올랐다. TSMC는 1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면서 1.8% 높아졌다.
달러가격은 보합을 나타냈다.
소매판매 둔화가 달러인덱스를 압박했으나 연준 인사들이 금리동결을 주장하며 연이어 매파적 발언을 하자 달러인덱스는 낙폭을 만회했다.
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0.03% 높아진 96.85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18% 낮아진 1.1896달러, 파운드/달러는 0.39% 내린 1.3642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0.97% 하락한 154.36엔에 거래됐다. 지난 주말 자민당의 총선 압승에 일본은행(BOJ)의 매파적 행보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02% 낮아진 6.9137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에 0.27% 약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하락했다.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을 주시하면서 사흘 만에 소폭 하락한 것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 대비 0.4달러(0.62%) 내린 배럴당 63.96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24센트(0.3%) 하락한 배럴당 68.80달러에 거래됐다.
■ 미국 소매판매, 연말 소비 예상보다 빠르게 식은 것으로 나타나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보합세에 그치며 연말 소비가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식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에 따른 생활비 부담과 악천후, 관세 부담 등이 겹치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상무부는 10일 발표한 자료에서 12월 소매판매가 7천350억달러로 전월 대비 변동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는 11월의 0.6% 증가 이후 상승 흐름이 멈춘 것으로,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인 0.4% 증가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 역시 전월 대비 보합에 그쳐 시장 예상치(0.3~0.4%)에 미치지 못했다. 연간 기준 소매판매 증가율은 2.4%로, 11월의 3.3%에서 뚜렷하게 둔화됐다. 이는 같은 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2.7%에도 못 미쳐 물가를 감안한 실질 소비는 오히려 감소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세부 항목별로는 13개 소매 품목 가운데 8개 부문에서 매출이 줄었다. 기타 소매업체와 가구점 매출은 각각 0.9% 감소했고, 의류·액세서리 매장은 0.7%, 전자제품·가전 매장은 0.4% 줄었다. 자동차 판매 역시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건축자재점과 스포츠용품점 등 일부 품목만이 증가했다. 온라인 판매 증가율도 0.1%에 그치며 둔화 양상을 보였다.
소득 계층별 소비 격차도 다시 부각됐다. 주식시장 강세의 수혜를 입은 고소득층 소비는 상대적으로 견조했지만, 임금 상승세가 제한적인 중·저소득층의 재량 소비는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총생산(GDP)에 직접 반영되는 ‘컨트롤 그룹’ 소매판매는 12월에 0.1% 감소해 시장 예상치(+0.4%)와 달리 뒷걸음질쳤다. 이 지표는 음식 서비스, 자동차, 건축자재, 주유소를 제외한 핵심 소비 흐름을 보여준다.
토머스 라이언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북미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12월 소매판매 부진만으로 4분기 성장세가 훼손되지는 않겠지만, 1월 혹한에 따른 소비 약세까지 감안하면 이번 분기 소비 증가율은 빠르게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번 소매판매 지표는 하루 뒤 발표될 1월 비농업부문 고용지표를 앞두고 공개된 것이다. 시장에서는 고용 증가 폭이 5만5천 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일부 월가 금융기관들은 연간 통계 수정까지 감안할 경우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민간고용 데이터 양호...고용비용은 둔화
1월 고용지표 발표를 앞드고 나온 민간 고용데이터는 양호했다.
10일 민간 고용 정보업체 ADP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로 끝난 4주 동안 미국의 민간 고용 예비치는 주(週) 평균 6500명 증가했다. 이는 직전 주의 5000명 증가에서 확대된 것이다. 3주 연속 증가세이자 지난 1월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ADP는 이번 수치가 2025년 3월 기준 분기 고용 및 임금 인구조사(QCEW) 데이터를 반영한 1월 벤치마크를 적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수치는 예비치로, 추가 데이터가 반영될 경우 변경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고용 지표는 ADP가 매주 발표하는 ‘NER 펄스(NER Pulse)’로 월간 ADP 전국 고용보고서를 보완하는 고빈도 지표다. 4주 이동평균을 통해 주간 고용 변화를 추정하며, 계절 조정과 2주 시차를 적용해 실시간 고용 추세를 보다 정밀하게 반영한다.
최근 4주 평균 고용 증가폭이 확대된 것은 일부 경제 지표에서 미국 노동시장의 냉각 신호가 나타나는 가운데서도, 민간 부문 고용 여건이 완만하게 개선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비농업부문 고용지표 등 주요 고용 통계 발표를 앞두고 이러한 고빈도 지표를 통해 노동시장 흐름을 가늠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고용 비용 상승세는 지난해 4분기에 다시 둔화되며 4년 반 만에 가장 느린 속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 수요 약화로 임금 상승 압력이 완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 고용비용지수는 둔화됐다.
10일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고용비용지수(ECI)는 계절조정 기준 전분기 대비 0.7% 상승했다.
이는 3분기(+0.9%→+0.8%)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둔화된 수치로 시장 예상치(+0.8%)도 밑돌았다. 이번 상승률은 2021년 2분기(+0.7%) 이후 최저 수준이다.
연간 기준으로는 12월까지 1년간 고용비용이 3.4% 상승해 2021년 중반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 기준 연간 상승률은 3.5%였다.
고용비용의 약 70%를 차지하는 임금은 4분기 전분기 대비 0.7% 상승했다. 이는 3분기 대비 0.1%포인트 둔화된 수준이다. 복리후생 등 임금 외 보상도 0.7% 오르며 상승세가 전분기보다 약화됐다. 민간부문 임금은 전기 대비 0.7% 상승해 모멘텀이 둔화된 반면, 정부부문 임금 상승률은 0.8%로 소폭 높아졌다.
ECI는 취업자의 구성 변화에 따른 잡음(composition effects)을 제거해 임금의 기저 흐름을 보다 정확하게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된다. 때문에 이코노미스트들은 월간 고용보고서에 포함된 시간당 평균임금보다 ECI에 더 큰 비중을 두며, 연방준비제도(Fed)가 가장 중시하는 임금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노동시장에서는 냉각 신호도 포착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실업자 1명당 구인 건수는 0.87건으로, 한 달 전보다 낮아졌으며 1년 전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임금 상승 압력이 완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입 관세 영향으로 상품 가격이 오르면서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완전히 진정되지 않은 상태라는 평가다.
■ '투표권 있는' 연준 매파들은...상당기간 금리 동결에 진심
연준 매파들은 계속해서 금리 동결을 상당기간 끌고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열린 오하이오 은행가 연맹 경제 서밋에서 "경제 활동에 대해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중앙은행이 올해 금리 설정을 변경해야 할 긴박한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올해 FOMC 투표권을 가진 해맥은 "현재 금리 수준은 경제를 자극하지도, 과도하게 제약하지도 않는 ‘중립 금리 부근’에 와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금리를 미세하게 조정하려 애쓰기보다는, 최근 단행된 금리 인하의 효과를 평가하며 인내심을 갖는 편이 정책 실패 위험을 줄이는 길"이라며 "경제 전망이 유지된다면 금리 목표 범위는 꽤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맥과 같은 연준 매파들은 물가가 여전히 목표치(2%)를 웃도는 상황에서 물가 상승률이 3% 부근에서 정체될 가능성을 경계한다. 특히 성급한 금리 인하는 인플레이션 재가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 중이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도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는 연준의 이중 책무인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을 달성하기에 적절한 위치에 있다. 추가적인 금리 인하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로건은 10일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강연에서 "현재 기준금리 수준(3.50~3.75%)은 경제를 자극하지도, 과도하게 억제하지도 않는 ‘중립 금리’ 추정 범위에 들어와 있다. 향후 몇 달간 경제 지표가 이러한 판단을 뒷받침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만약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둔화되지 않고 고착화된다면 정책 경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로건 역시 올해 FOMC 투표권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노동시장에 대한 우려는 줄어든 반면 인플레에 대한 추가적인 위험은 커졌다고 보고 있다.
연준 비둘기파들나 차기 연준 의장 케빈 워시가 얘기하는 생산성 향상에 따른 금리인하 필요성 등에도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다.
로건은 "아직 완전히 반영되지 않은 일부 관세 효과와 확장적인 재정 정책, 지나치게 완화적인 금융 환경이 경제 활동의 순풍으로 작용해 물가를 재차 끌어올릴 수 있다"면서 "규제 완화와 신기술 도입이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단기적으로는 가격 상승 압력을 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 국채선물 급등 후...추가 강세룸 가늠
전날 숏커버가 나오면서 국채선물 가격이 급등했다.
국고채 금리는 최종호가수익률 기준으로 3년물이 3.224%, 10년물이 3.681%로 레벨을 낮췄다.
최근 3년이 3.25%, 10년이 3.75%를 넘는 모습은 과도하다는 평가도 많았던 가운데 일단 외국인 선물 매수에 기대 분위기를 돌렸다.
전날 외국인은 10년 국채선물을 1만4777계약 순매수했다. 이 순매수 규모는 작년 8월 5일(2만1405계약) 이후 6개월 여 만에 가장 큰 것이었다. 따라서 이날 다시 외국인의 움직임을 볼 필요가 있다.
미국 고용지표 발표가 대기하고 있는 가운데 기대감도 아직 남아 있다.
해싯 NEC 위원장이 9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고용지표가 여러 달 연속으로 익숙했던 것보다 낮은 수치가 나와도 당황할 필요는 없다"는 발언을 해 고용 데이터 부진에 대한 기대가 있다.
일본 국채금리가 어떻게 방향을 잡는지도 살펴봐야 할 듯하다.
다카이치 총리의 인기 때문에 자민당이 역대급 압승을 거두자 이번주 첫날 일본 국채금리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다가 전날엔 안정되는 양상이었다.
일본10년물 금리는 9일 5.93bp 오르더니 10일엔 레벨을 5.65bp 낮췄다. 초장기물 금리들을 레벨을 크게 낮췄다. 40년물 금리는 9일 0.57bp 레벨을 낮춘 뒤 전날엔 9.15bp 빠져 3.7221%를 기록했다.
외환시장에서 엔화가 강해지면서 금리인상 관점이 약화된 데다 다카이치 총리가 식료품 소비세 감세와 관련해 특례공채(적자국채)에 의존하지 않겠다고 설명한 게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재정정책에 대한 우려가 줄자 일본 초장기채 금리가 급락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