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 페이스북 [뉴스콤 장태민 기자] 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뒤 각종 뒷말이 끊이지 않는다.
대대적인 규제정책으로 주택 매수와 매도 모두 어려워지면서, 집을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 모두 입이 툭 튀어나와 있다.
이제 한국의 수도와 수도에 준하는 '좋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집을 거래하기 위해선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는 강도높은 대책의 불가피성을 거론했으며, 여당은 정부 정책을 '쉴드' 치기 위해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여당의 원내대표는 정부정책을 옹호하기 위해 납득하기 힘든 소리까지 거리낌없이 뱉어냈다.
■ '부동산 대책' 후 다급한 여당 원내대표...아무 말이나 하기
전날 필자는 여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김병기 원내대표가 당당하게 "빚 없이도 집을 살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게 맞다"고 했다.
장담컨대 인생을 편하게만 살아온 사람이 아니라면 이런 시장이 가능하다는 데 동의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니면, 현금이 있는 진짜 부자만 집을 사라는 말인가.
서울 상급지 중심으로 집값이 폭등해 서울인들 사이에서 마저 위화감이 커진 데다 주택매매가 어려워서 큰 생활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은 데 여당 원내대표라는 사람이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 소리를 한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또 "정부의 이번 대책은 '투기수요'를 막은 것이지 실수요자에게 문을 닫은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필자가 볼 때 이런 상황 진단은 부동산 시장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서나 나올 수 있는 말이다.
안타깝지만 여당이 주장하는 '투기장' 때문에 서울 집값이 폭등한 게 아니다.
부동산 시장의 메카니즘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이번 폭등이 실수요장에서 비롯된 것임을 안다.
김 원내대표는 "수억, 수십억의 빚을 내서 집을 사게 하는 것이 맞는가"라며 "민주당은 정부와 합심해서 불법 투기 행위를 철저히 막겠다"고 했다.
상황 진단이 잘못되니, 다시금 '투기 타령'이 등장한 것이다. 투기 타령 해봐야 집값 잡는 데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는 사실은 문재인 정부 때 수도 없이 확인한 바 있다.
여당의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착한 척'을 심하게 했다.
김 원내대표는 "무주택자와 청년의 주거 안정을 최우선에 두겠다. 집 걱정 없는 나라, 누구나 안심하고 사는 대한민국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무주택자와 청년의 주거안정은 지금의 여당인 민주당이 무너뜨렸다. 그리고 그 민주당의 국회 내 반장이 김병기 원내대표다.
■ 여당 원내대표의 실언 후...내로남불에 대한 비판과 해명
김병기 원내대표가 '무주택자 속 긁는 소리'를 하자 야당 의원들은 내로남불을 문제 삼았다.
없는 사람 위하는 척하는 '강남 부자 김병기 의원'을 소환한 것이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실거주하지도 않으면서 송파구에 35억원짜리 아파트를 소유한 게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이 말하는 투기"라고 비꼬았다.
김 의원은 "국민들의 주거 사다리는 박살내 놓고 동작구 국회의원이 알뜰살뜰 모은 돈으로 송파구에 30억 넘는 아파트를 사놓은 게 자랑이냐"고 했다.
이 밖에도 여러 야당 의원들이 김 원내대표를 겨냥했다.
박정훈 의원은 "공무원만 했던 김 원내대표는 무슨 돈으로 이 아파트를 구입했는가"하고 의문을 제기했다.
조정훈 의원도 "부동산을 언급하려면 일단 갭투자한 장미 아파트부터 팔고 오시라"라고 조언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김 원내대표는 당당하게(!) 해명했다.
김 원내대표는 우선 "국민의힘은 좀 알아보고나 비난하라"라며 "내가 잠실 장미아파트를 보유한 데 대해 국민의힘이 근거 없는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걸 보면 저 당이 망하긴 망할 것"이라고 조롱했다.
김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타임라인'을 올렸다.
o 80년 10월부터 부모님과 함께 장미아파트에 거주
o 98년 장미아파트 11동 구입 입주
o 2003년 8동으로 이사 후 13년간 거주
o 2016년 동작구 e편한세상으로 전세 입주
김 원내대표는 '재건축을 노렸을 것'이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겨냥했다.
그는 "1998년 11동 구입과 2003년 장미아파트 8동 이사 당시에는 ‘재건축’의 ‘재’자도 나오기 전"이라며 "실거주했으니 갭투자와도 거리가 멀다"고 했다.
그러면서 "집은 11동을 판 돈과 안 사람(와이프)이 알뜰살뜰 모아 놓은 돈으로 산 것"이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의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해명에 수많은 여당 원내대표의 팬들은 찬사를 보냈다.
한동훈은 검사 월급으로 도곡동 타워팰리스를 어떻게 샀느냐면서 김 원내대표를 강력 지원하려는 모습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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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서민(빈자)의 마음 알 리 없다
김 원내대표는 동작구 3선 의원이다.
그런 그가 동작구에서 집을 안 사고 송파에서 재건축 대상 집을 지금까지 전세를 끼고 보유하고 있다.
그러면서 '나의 집 보유엔 떳떳함이 있다'고 국민들을 설득하는 중이다.
사실 필자가 볼 때 비싼 본인 소유 집을 전세 주고, 나는 다른 곳에 전세를 살아도 아무 문제가 없다. 이런 건 늘 있던 일이었으며, 죄도 아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엉뚱한 도덕'이 개입돼 주택 수급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즉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때부터 끊임없이 '갭 투자'를 죄악시한 데다 살고 있는 집 외엔 모두 팔아야 한다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실질을 따져볼 때(!) 살고 있던 기존 집을 이사갈 때 안 팔고 전세 주는 것이나, 갭 투자를 하는 것이나 별반 차이도 없다.
여당이 그간 주택에 대해 보였던 태도를 볼 때 김병기 원내 대표의 '자신감 넘치는 당당한 해명'은 내로남불의 전형이다.
아무튼 김 원내대표는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뛰어난 혜안 때문에 이미 오래전부터 강남 금싸라기 땅에 '똘똘한 한 채'를 확보하고 있었던 것이다.
■ 내 돈만으로 집을 산다고? 달나라에서 왔거나 너무 편하게 산 여당 원내대표
현실적으로 부모로부터 큰 돈을 물려받지 않으면, 내 돈만으로 집을 사는 건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빌려서' 집을 산다. 그리고 이런 일을 돕기 위해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주택 금융이 필요하다.
내가 번 돈과 각종 대출을 활용해 집을 사고 이자와 원금을 갚아나가는 게 일반적인 사람들의 인생이다.
돈 많은 부모를 만나거나, 아주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 아니라면, 집을 현금만으로 사기 어렵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힘들긴 하더라도 문재인 정부 이전이었으면 가능했다.
박근혜 정부 후반 때만 하더라도 서울 평균 아파트가 5억원대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서울 아파트 값이 폭등해 없는 사람이 '내 노동만으로 아파트를 살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다.
사실 문재인 정부 때 이미 서울과 지방, 그리고 서울 내부의 계급도 거의 굳어졌다. 그 때부터 신분을 바꾸는 것은 이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기 꺼렸지만, 문재인 정권 당시 계급 사다리가 끊어졌고 노동 가치는 역대 가장 큰 폭으로 타격을 입었다.
사실대로 말하자. 입으론 진보 정부라고 떠들었지만 진보의 기본인 '노동 가치'가 무너진 게 그 때였다.
최근엔 서울 아파트가 평균 14억원대에 거래됐다. 냉정하게 말해 없는 사람들에게 기회가 없어진 지는 제법 시간이 흘렀다.
서울 아파트를 향한 '욕망의 전차'에 올라탈 수 있는 사람들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원내대표가 정부 부동산 정책을 옹호한답시고 '내 돈으로 집 사는 게 맞다'는 식으로, 안 그래도 열 받아 있는 '없는 사람들'의 염장을 지르는 것은 옳지 않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