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로는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16일 서울대 경제학부가 주최한 ‘통화정책과 구조개혁’ 특별강연에서 최근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한 배경을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금리 0.25%포인트 인하를 한두 달 미뤄도 경기를 잡는 데는 큰 영향이 없는데 금리인하 시그널로 서울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더 고생한다"며 "유동성 공급으로 부동산에 불을 지르지 않겠다는 철학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가상자산 시장과 관련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은) 생기는 이익은 잘 안 보이는데 화폐제도를 흔드는 면이 있어 조심해야 한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만든다고 달러 스테이블코인 침투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먼저 발행하면 '스테이블코인 G2'가 될 수 있다는 말은 공포마케팅"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 둔화 문제에 대해서도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달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9%로 제시한 것에 대해 "위기 상황이라기보단 잠재성장률이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재정·금융정책이 나쁜 것은 아닌데 그것만으로는 구조가 개혁되지 않는다"며 "재정은 미래에 거둘 세금을 미리 사용하는 것과 같고 경기가 어려울 때 이자율을 낮추는 것이 경기 조정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큰 틀은 못 바꾼다. 구조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지난 8월 금통위 기자회견 질의응답에서 "잠재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 고령화와 구조적인 면에 영향을 받은 것에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미국처럼 큰 나라도 2%가 넘는 잠재성장률을 갖고 있는데 우리가 고령화를 받아들이고 1% 성장률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구조개혁 없이는 통화정책도 숨을 쉴 수 없다"며 "구조개혁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책이자 통화정책의 '숨 쉴 공간'을 확보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국가채무비율 상승 문제를 두고는 "지금 경기가 안 좋아 재정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도 "계속 국가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