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중국의 8월 소비자 물가가 시장 예상을 밑돈 가운데 생산자 물가도 장기간 디플레이션 국면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뚜렷한 경기 둔화세를 막기 위해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는 시장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8월 CPI는 전년비 0.4% 내려 예상치(-0.2%)를 상회했다.
중국 CPI는 지난 2월 -0.7%를 기록한 이후 3, 4월 각각 -0.1%을 기록하고 5월 -0.2%를 기록하며 4개월 연속 마이너스에 머문 이후 6월 0.1%를 기록하며 5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 이후 7월 0.0%, 8월 -0.4%를 기록하며 2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비 0.9% 상승하며 2024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가전제품(4.6%), 의류(1.9%)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비 2.9% 내려 예상(-2.9%)에 부합했다. 2022년 10월 -1.3%를 기록한 이후 35개월째 마이너스에 머물긴 했지만 지난 7월(-3.6%)보다는 하락폭을 축소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CPI가 마이너스로 전환된 것은 전년 기저효과와 식품 가격 하락에 기인한다"며 "PPI 낙폭이 완화된 것은 정부의 ‘과도한 가격경쟁 규제’ 노력의 효과"라고 설명했다.
식품 가격 하락 폭은 7월 -2.7%에서 8월 -4.3%로 확대됐다. 돼지고기, 신선 채소, 과일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 황쯔춘은 "내구재 디플레이션이 7월 -3.5%에서 8월 -3.7%로 심화됐다"며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 근원 물가가 다소 개선된 것은 일시적 요인일 뿐, 근본적인 수급 불균형 해소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한편 PPI 하락세는 8월 들어서 다소 완화됐지만 구조적 회복세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쉬톈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과도한 가격경쟁을 규제하는 가운데 글로벌 원자재·공산품 수요도 둔화하고 있어서 상승 사이클 전환은 아직 요원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근원 CPI 회복에는 일부 수요 진작 효과가 반영됐지만 여전히 중국 정부의 연간 인플레이션 목표치(2% 내외)에는 못 미친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 당국이 최근 과도한 가격인하 경쟁을 억제하는 정책을 강화했지만 기업 수익성만 훼손할 뿐 소비 진작에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가전·스마트폰 등 소비재 교체를 지원하는 지방정부 보조금 프로그램도 예산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곳곳에서 중단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수출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미국 관세정책으로 인한 여파가 점점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지난 8일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 8월 수출은 달러화 기준 3218.1억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4.4% 늘었다. 예상 수준인 5.0% 증가를 하회한 가운데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수입은 2194.8억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3% 증가해 예상(3.0%)을 밑돌았다. 수출이 수입보다 더욱 늘면서 8월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1023.33억달러로 예상치(+994억달러)를 상회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미국의 ‘제3국 경유 우회 수출 차단’ 정책 등으로 향후 중국 수출에 더 큰 압박이 가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수출 부진과 경기둔화 조짐이 심화되는 만큼 중국 정부가 보다 강력한 재정 부양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은행 조사국 중국경제팀은 지난달 29일 발표한 '중국의 최근 소비여건 점검' 보고서에서 "향후 중국 소비는 일부 부정적 여건에도 불구하고 중국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 의지 등에 힘입어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은 "시장에서는 소비회복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미 정부의 관세정책 영향으로 수출 부진이 본격화될 경우 하반기 중 소비 중심으로 추가 경기부양책(이구환신 보조금 증액·정책금리 인하 등)이 실시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정부의 추가적인 정책지원은 중국경제의 상방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