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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공급 없는 주택공급 대책

장태민 기자

기사입력 : 2025-09-09 14:32

[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재명 정부가 일요일 발표한 9.7 부동산 공급대책을 읽다보니,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들이 떠올랐다.

이번 대책에선 정부가 '공공을 통한 주택 공급'을 강조하고 있으며,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 등을 거론하고 있다.

이 정책들은 문재인 정부의 각종 부동산 공급 대책을 연상시켰다.

그리고 그 시절의 공급 대책의 효과를 생각하면서 이번 대책 역시 비슷한 말로를 맞지 않을까 우려됐다.

한국의 주택정책은 언제부턴가 '발표만 있을 뿐 결과에 대해선 책임 지지 않는' 관행이 굳어져 있다.

정부는 그간 3기 신도시 등 대대적인 발표를 통해 '언제까지 공급이 늘어난다'는 말들을 했지만, 약속을 지킨 경우를 찾기는 어려웠다.

그러다보니 일각에선 이번 주택 공급대책을 두고 '발표를 위한 발표일 뿐'이라는 혹평을 내놓기도 한다.

■ 9.7 공급대책, 공급대책인데 공급이 손에 안 잡혀

정부는 지난 일요일 '9.7 주택공급대책'을 발표했다.

일요일에 '기습적으로' 공급대책을 발표하면서 무슨 꿍꿍이가 있지 않느냐는 의심도 받았다.

맹탕 정책이다 보니 금요일에 발표하는 경우 주말 반응이 두려웠기 때문 아니었냐는 지적도 보였다.

이번 발표 내용엔 2030년까지 수도권에 총 135만 가구를 공급하며, 연간 27만 가구씩 신규 착공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최근 3년 대비 1.7배 증가하는 것이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최근 3년 주택 공급 자체가 기형적으로 적었고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규모 역시 많다고 할 수도 없을 뿐더러 그마저도 공급이 제대로 이뤄질지도 확신할 수 없다는 평가들이 나왔다.

정부는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택지의 주택용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직접 주택 건설사업을 시행해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고 했다.

이 지점에서부터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브랜드 아파트에 민감한 한국인들이 과연 LH 상품 위주의 공급 강화를 제대로 평가해줄지 자신하기 어려웠다. 사람들이 원하는 공급이 이어질 것이라고 신뢰하기 어려웠다.

정부는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공공택지에선 내년까지 약 3.2만 가구의 공공주택 분양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신도시에 임대와 공공이 강조되자, '파리13구역'을 꿈꾸는 것 아닌가 의심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정부는 또 노후 임대주택 재건축, 폐교 등 유휴 국공유지, 공공청사 복합개발을 통한 도심 공급도 확대하기로 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 기간 단축 및 제도 개선도 포함시켰다고 했다.

기존에 약속한 공급 약속 날짜를 못 맞추고 있는 상황에서 억지로 긁어모아서 공급 대책을 마련한 것 같은 느낌을 줬다.

3기 신도시는 발표 후 지속적으로 늦어지고 있는데, 그런 신도시에다 뭔가를 또 덧붙여 마치 '보도자료 재건축'을 한 것 같았다.

공급 대책이지만 실질적인 공급 확대는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규제 쪽에 눈길이 가는 대책이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정부는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기존 50%에서 40%로 낮춰 8일부터 적용키로 했다. DSR 등 대출규제를 감안하면 이 규제가 얼마나 새로운 힘을 발휘할지 애매한 느낌을 줬지만, 정부는 공급이 별 것 없다보니 규제를 몇 가지 더 덧붙여야 했다.

정부는 또 주택매매사업자 및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대출 제한을 강화하기로 했다.

오는 10월부터 1주택자 전세대출 한도를 2억 원으로 일원화해 축소키로 했다.

이밖에 내년 상반기 중 부동산감독원을 신설하기로 했다. 허위 매물 등 부동산 관련 범죄와 비리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이울러 국토부 장관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직접 지정할 수 있게 했다.

결론적으로 공급대책에 '신선한 내용'은 없었다. 발표를 위한 발표, 실효성 떨어지는 발표라는 비난을 하는 사람들마저 보일 지경이었다.

■ 9.7 공급대책, 문재인 정부 실패한 정책들 다시 가져다 쓰기

이재명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공공직접시행' 등은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정책을 다시 내놓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난 2019년 문재인 정부는 4.23 대책에서 '포용적 주거복지 성과를 본격 확산시키겠다'면서 공적임대주택 17.6만호(공공임대주택 13.6만호, 공공지원주택 4만호)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LH, SH 등 공공기관이 직접 사업을 시행하는 계획이었지만 사업 실적은 목표에 크게 못 미쳤다.

공공직접시행이 LH직접시행이란 이름으로 재등장했지만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이번 발표에서 공공도심복합사업도 눈에 띄었다. 이 사업은 김윤덕 국토장관이 야심차게 밀고 있지만 향후 얼마나 성과를 낼지 애매해 보인다.

현재 도심복합사업과 공공재개발 사업 지구는 80곳, 12만가구지만 사업 속도가 너무 느리다.

공공도심복합사업은 실시 4년이 넘도록 사업성이 떨어지고 주민 갈등이 심해 82곳의 후보지 중 단 2곳만 시공사를 겨우 선정한 공공재개발이다. 주민들이 반대하는 사업이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고 과연 잘 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국토부는 그러나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만큼' 잘 할 것이라고 한다.

과연 굼벵이처럼 일처리를 하던 정부가 공공성을 강화하면서 재개발·재건축 속도를 높여 도심복합사업을 완수할 수 있을지 심히 의심스럽다.

이재명 정부는 서울에 집이 넘치게 만들겠다고 하지만 '어떻게'에 대한 답이 없다.

살고 싶은 곳에 사람들이 원하는 집을 공급하겠다는 말은 쉽게 할 수 있는 약속이 아니다. 김현미 전 장관의 말처럼 아파트는 빵이 아니기 때문이다.

왜 한국 대통령은 전문가를 쓰지 않는 것일까...무능한 자들의 향연

김윤덕 국토장관이 9.7 부동산 공급대책 발표하자 추억의 인물들이 떠올랐다.

김 장관이 발표한 정책들은 과거 김현미 국토장관, 변창흠 국토장관이 발표한 정책들에게 대한 기억을 새롭게 했기 때문이다.

사실 김윤덕 장관과 김현미 장관은 상당히 비슷한 느낌을 줬다.

김현미 장관은 임명 때부터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의 신임을 얻지 못했다.

공인중개사들은 김 장관 임명 당시 '임장(臨場)이란 단어도 못 들어봤다는 사람이 국토장관이 됐다'면서 수근거렸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모든 부동산 정책을 다 실패하면서도 역대 최장수 국토장관 기록을 경신했다.

사실 김 장관만의 잘못도 아니었다. 노무현 정부 주택정책을 말아먹었던 김수현 씨 등이 문제였다.

주택시장을 몰랐던 김현미 장관은 취임 당시 '투기세력이 집값 상승의 원인'이라는 발언을 하면서 시장 수요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사람임을 보여줬다.

이 시기엔 정부가 세금 규제, 대출 규제, 다주택자 규제, 투기 규제 등 온갖 규제에 집중한 나머지 실수요자 주거 안정은 더욱 어려워졌다.

전세시장은 공급 감소와 임대사업자 규제 강화로 불안정해 졌으며, 다주택자를 규제하면서 민간 임대시장 생태계가 무너졌다.

결국 수급이 꼬이면서 집값이 폭등했으며, 집이 없는 서민 계층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김현미 장관이 경질된 뒤 등장한 변창흠 장관도 공공임대·도시재생 등 실효성이 부족한 정책들을 나열만 한 뒤 사라졌다. 변 장관은 특히 LH 투기사태로 한국 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킨 인물로 각인이 됐다.

변 장관도 다세대·연립(빌라) 중심의 공공임대 공급을 목표로 했으나 달성하지 못했다. 환매조건부 분양(공공자가주택 등) 등의 사업을 내세워 자신의 브랜드를 각인시켜보려 했지만, 이런 정책들은 시장성이 없어서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문재인 정부 임기 후반부 임대차 3법은 집값 폭등의 피날레였다.

부동산 바닥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이 정책을 만류했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기어이 정책을 시행해 한국 사회의 계급을 고착화시켰다.

임대3법은 2020~2021년 한국 아파트값을 역대 가장 큰 금액으로 폭등시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문재인 정부가 집값 폭등 때문에 정권을 내놓은 뒤 등장한 윤석열 정부 역시 무능하긴 마찬가지였다.

주택정책 아마추어인 원희룡 장관이 등장해 제대로 된 정책을 펴지 못했다.

원희룡 장관은 2022년 취임 이후 공급 확대를 통해 주택시장을 안정화시키고 집값도 크게 내리겠다는 식의 당찬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전문성 부족을 드러내면서 엉뚱한 일만 벌였다. 특히 원 장관은 '빌라왕 사태'를 과장하고 임대사업자들을 악마화해 빌라 시장 초토화에 앞장서면서 서민들을 위한 주거수단 공급을 더욱 힘들게 했다.

한국이 벌써 10년 가까이 꼬아놓은 주택 수급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지금은 다시 전문성이 부족한 김윤덕 장관이 등장했다.

■ 김윤덕 장관의 첫번째 정책 발표

7월 29일 김윤덕 국토장관 후보 인사청문회.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이 "문재인 정부 때의 무능한 장관 표본인 김현미 장관의 데자뷰처럼 느껴져 하나 묻겠다"면서 서울 착공 건수가 작년에 몇 만호인지 물었다.

그러자 김윤덕 장관 후보는 당당하게 "모른다"고 했다.

배 의원이 23년 2.7만호, 24년 2.6만호이니 지금이라도 공부하시라고 덕담을 했다.

김윤덕 후보 스스르도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했다.

하지만 특정 분야 장관이 '나는 이 분야 몰라'라고 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다. 오히려 모르면 그 자리를 안 받는 게 상식이다.

배준영 의원 등이 "김현미 장관 시절 27번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뒤 젊은이와 서민들이 서울에서 집을 사는 꿈을 포기해야 했다. 지금은 주택 인허가, 착공, 준공 모두 감소하고 입주 물량 부족이 예고돼 있어 준비가 필요하다"고 하자 "장관이 되면 조만간 공급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놀라운 발언을 했다.

김 후보는 "전문성이라는 것은 특정 분야에 대한 정교한 이해도 있지만 해결책을 체화해서 집행하는 능력이라고 본다. 역대 최고(의 국토장관)라는 평가를 받도록 해내겠다"고 했다.

김 장관은 전문성과 도덕성은 없지만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은 최고라고 평가를 받았다. 그런 사람이 벼락치기 공부라도 해서 최고가 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후 장관은 첫번째 공급대책을 내놓은 뒤 자화자찬했다.

"2030년까지 수도권에 총 135만 가구의 신규 주택을 착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이는 연평균 약 27만 가구에 해당돼 매년 1기 신도시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과 같습니다. 공공택지 개발은 LH가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직접 주택을 건설하며 3기 신도시와 1기 신도시 정비, 노후 공공임대 재건축 추진도 병행됩니다. 도심 내에도 양질의 주택 공급이 확대되고 민간 부문의 주택 건설사업 인허가 기간도 단축됩니다. 기반시설 부담 완화 등 민간의 공급 여건 역시 개선됩니다."

누군가가 써 준 것을 읽는 것인지, 본인이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부동산 정책들을 지켜봐온 사람들이 '이게 공급정책 맞아?'라며 고개를 젓고 있을 때 그는 '충분한 공급을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택 시장의 근본적인 안정을 위해서는 충분한 공급이 중요합니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속도로 주택을 공급하겠습니다."

김윤덕 장관의 자신감에서 김현미 장관의 자신감을 훔쳐본 것 같아 간담이 서늘해졌다.

(장태민 칼럼) 공급 없는 주택공급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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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공급 없는 주택공급 대책


자료: 국토부
자료: 국토부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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