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에선 한국 역시 최소 '일본에 준하는' 대우를 받을 것이란 기대감에 자동차 관련주들이 점프했다.
국내에선 전날 현대차(+7.5%), 기아(+8.5%), HL만도(+7.6%), 에스엘(+12.8%) 등의 주가가 급등했다.
하지만 다음 날 '이런 반응이 맞는 것일까'하고 걱정하는 사람도 늘었다.
■ 미국이 만약 한국 자동차를 차별한다면...
트럼프 무역정책의 고문인 피터 나바로가 한국을 긴장시키는 발언을 한 뒤 '혹시나'하고 우려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차별 대우하는 전략을 쓰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였다.
한국과 일본은 아메리카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관세를 통해 '일본 자동차'의 손을 조금 더 높이 들어주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대두된 것이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이 어떤 정치적인 이유로 한국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일본보다 높인다면 이는 매우 난감한 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은 미국과 FTA 체결국이란 점 등을 내세우고 있고 미국산 자동차도 무관세로 수입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미국이 한국 자동차를 일본 자동차 뒤에 줄을 세우면 문제가 커질 수 있습니다."
만약 한국 자동차의 관세율이 일본보다 높아진다면 이는 큰 타격을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 한국 관세협상, 일본 만큼 할 수 있을까
전날 일본이 자동차와 농산물(쌀 포함)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를 약속하면서 상호관세를 15%로 낮췄다는 소식은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끌었다.
관세 협상 시안이 8월 1일까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최근 임명된 구윤철 경제부총리, 김정관 산업장관 등이 최소 일본 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많았다.
일본은 무역 협상을 위해 관계자들이 수도 없이 미국을 방문하고 협상에 정성을 들였지만,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했다는 지적도 보였다.
이런 일본과 비교할 때 한국 정부와 경제·외교 관료들은 너무 안일하게 대응했던 것 아니냐 하는 걱정이 있는 것이다.
협상 시한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고 협상 진전은 잘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이날 아침 '뜬금없이' 미국은 '2+2협상'의 연기를 통고한 상태다.
한국이 협상에 '실패'하는 성적표를 가져오면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KDI는 대미 관세 협상에 실패할 경우에 GDP가 1% 포인트 가까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의 수출 주력 섹터인 자동차가 협상에 실패할 경우 OEM 부품업체 등 중견·중소기업이 생존 위기를 맞는 등 상당히 큰 충격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중이다.
다만 이런 우려들에 대해 '걱정하는 건 좋지만 좀 비현실적인 걱정'이라는 평가들도 많이 보인다.
중국과 G2 패권 다툼을 벌이는 미국이 일본과 한국을 확실히 차별화해 한국을 (상대적으로) 배제하는 전략을 쓸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미국 역시 반도체, 조선, 원자력, 건설, 군수, AI 등 첨단분야에서 한국과 협력해야 할 필요성이 큰 상황에서 한국 배제 전략을 적극적으로 구사하긴 쉽지 않다고 보는 게 현실적이란 관점이다.
아울러 현대차 그룹은 미국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어 아무리 '트럼프의 미국'이라도 일부러 한국을 세게 물 먹이진 못할 것이란 진단도 보인다.
물론 한국 당국자들 역시 일본처럼 '욕심 많은 부자'인 미국에게 조공을 받쳐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처럼 관세를 낮추기 위해 미국 투자 확대 등 많은 떡고물을 준비해야 한다.
한편 전날 급등했던 현대차 주가는 2시 현재 1.7% 하락한 21만 8,250원을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