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IMF와 KDI, 석달만에 한국 성장률 수치 '절반 깎기'...다음은 한은 차례
장태민 기자
기사입력 : 2025-05-14 15:02
[뉴스콤 장태민 기자] 지난 4월 IMF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을 1.0%로 제시했을 때 금융시장 등의 반응은 '그러려니' 했다.
IMF가 1월 전망 때보다 성장률 전망을 1%p나 낮춘 것이지만, 이미 연초 이후 한국성장률 전망 낮추기는 유행을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관세전쟁과 수출 둔화폭 확대 우려, 12.3 계엄 후폭풍, 내수의 핵인 건설경기의 끝없는 부진 등으로 한국경제에 대한 비관론은 더욱 강화됐다.
이날 KDI는 0%대 성장률 전망을 제시했다.
■ 1분기 GDP 부진 확인 뒤...KDI도 IMF처럼 성장률 수치 절반으로 깎기
올해 1분기 국내 GDP 성장률은 전기비 0.24% 감소했다. 소비, 투자, 수출 모두 부진을 면치 못했다.
1분기 성장 기여도를 보면 순수출이 +0.3%p로 지난해 4분기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내수는 -0.6%p로 지난해 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감소했고 감소폭도 확대됐다.
성장률은 전년동기대비로도 0.1% 감소해 지난 2020년 4분기(-0.5%) 이후 17분기 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투자자들은 4월 하순(24일)에 발표된 1분기 GDP 결과를 확인한 뒤 각종 기관들의 성장률 전망치가 계속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한국경제는 현재 건설업이 대폭 감소한 가운데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증가세도 둔화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 KDI는 이날 올해 성장률 전망 수치로 0.8%를 제시했다. 지난 2월에 1.6% 수치를 제시한 뒤 IMF처럼 3달만에 '절반' 깎은 것이다.
KDI는 관세 등 대외 충격의 영향이 0.5%p, 대내 충격이 0.3%p라고 분석했다.
한국경제에 대해선 최신 전망 일수록 성장률 수치가 낮아질 수 밖에 없는 만큼 0%대 후반이 특별히 낮다는 느낌은 안 주고 있다는 평가도 보인다.
KDI는 "우리경제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면서 "내수는 정국 불안에 따른 심리 위축이 지속되고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가시적인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수출은 최근까지 반도체의 호조세에도 불구하고 여타산업의 부진으로 둔화되고 있으며 향후 미국 관세인상으로 수출 여건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했다.
KDI는 정책 대응으로 금리인하를 종용하는 중이다. 금융시장의 다수 투자자들은 일단 5월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KDI는 "통화정책은 보다 완화적인 기조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재정정책은 큰 폭의 관리재정수지 적자(86.4조원, GDP 대비 3.3%)를 감안하면 이미 어느정도 완화적 기조로 편성돼 있어 정부지출 추가 확대에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이제 한은이 다시 성장률 낮출 차례인데...
한국은행은 지난달 하순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설명회에서 "2분기 가장 큰 하방요인은 관세 영향으로 이 영향력이 어느정도 수준일 지 알 수 없다. 향후 전망과 관련해서 5월 전망 수정까지 기달려달라"고 했다.
다만 한은은 4월 17일 열렸던 금통위에서 이미 2월 성장률 전망치(1.5%)를 하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치 불확실성, 통상 여건 악화 등으로 내수, 수출 모두 자신들의 예상보다 악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은 것이다.
한은은 이달 하순 금통위를 앞두고 성장률 전망 하향 수정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일단 지난주 이창용 한은 총재는 성장률을 내릴 수 밖에 없다는 점은 강조한 상태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 7일 올해 성장률을 0%대로 잡아야 하느냐(1%도 안 되느냐)는 질문에 "1분기 효과 뿐만 아니라 지금 여러가지 지표 볼 때 성장률 전망을 내려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총재는 "소비와 내수도 생각보다 안 좋은데 최근 일련의 상황을 보면 투자도 걱정스럽다"고 했다.
이제 한은이 다시 성장률 전망치를 절반 가까이 깎아야 하는 상황이란 주장도 보인다.
하지만 성장률 0%대 가능성은 이미 시장에 광범하게 퍼져 있으며, 향후 2차 추경이나 관세전쟁 우려 둔화 등으로 오히려 금리 인하 기대감 등과 관련해 반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진단도 보인다.
증권사의 한 채권중개인은 "IMF, KDI 전망 등을 볼 때 한은도 성장률 전망을 1% 이하로 낮출 수 있고 이미 시장도 0%대 성장률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다만 지금은 호재들이 다 나왔기 때문에 성장률이나 금리인하 기대감이 되돌림 될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