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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신뢰 못 받는 '주택공급 충분' 주장

장태민 기자

기사입력 : 2024-07-19 15:14

사진출처: 국토교통부
사진출처: 국토교통부
[뉴스콤 장태민 기자]
전날 오후 부동산관계장관 회의에서 정부는 "주택공급을 확실히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시세보다 크게 저렴한 수준으로 2029년까지 23.6만호를 분양하고 올해 하반기 그린벨트 해제 등을 통해 수도권 신규택지도 2만호 이상을 추가로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도심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주택공급도 활성화한다고 홍보했다.

공공매입임대 주택 공급을 당초 계획된 12만호보다 최소 1만호 이상 추가 공급하고, 이 중 5.4만호를 금년 하반기에 수도권에 집중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값 상승률이 확대되자 정부는 긴장하면서 '확실히 공급한다, 공급은 부족하지 않다'는 등의 얘기로 시장 심리를 추스리려는 중이다.

또 부동산PF 우려도 완화하면서 정상적인 공급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까지 약 24조원의 PF 대출보증이 집행되는 등 정상사업장에 대한 유동성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으며, 최근 PF 사업성 평가가 완료된 만큰 사업성이 낮은 사업장에 대해서도 신속한 재구조화를 유도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정부 발표가 당장 늘어나는 서울 아파트 수요를 얼마나 잠재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평가도 많다.

■ 국토장관 ''서울과 서울 주변 공급 충분" 강조

정부는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값 상승세가 확대되자 "현재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많은 사람들이 '공급 부족'을 걱정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공급이 충분하다'면서 지금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우선 현 시점에 상당히 많은 아파트를 짓고 있기 때문에 공급 우려는 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올해 5월까지의 아파트 착공은 전국 기준 9만 2천호로 전년 동기 6만 1천호 대비 50.4% 증가했다. 수도권은 전년 동기의 3만 5천호 대비 63% 증가한 5만 7천호가 금년 5월까지 착공했다"면서 공급이 크게 늘었다는 점을 어필했다.

서울의 경우도 5월까지 1만호가 착공돼 전년 동기 9천호 대비 13% 증가했다고 밝혔다.

착공 물량은 추후 분양으로 이어지는 만큼 앞으로 서울과 수도권의 분양 물량은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사람들이 곧 들어가 살 수 있는 아파트 준공 실적도 늘어나 공급 부족은 과장이라고 했다.

장관은 "서울 지역 아파트의 준공 실적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1.2만호로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했다"면서 "24년에 3.8만호, 25년에는 4.8만호가 입주할 예정이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입주물량이 24년 2만호, 25년 3.3만호가 공급되는 등 도심 내 우수입지에서 양질의 주택이 공급된다"고 했다.

10년간 서울 아파트 평균 입주물량이 3.8만호이므로 향후 2년간 서울에서는 평균보다 많은 물량이 공급된다고 강조했다.

서울 주변에서도 곧 많은 물량이 공급되기 때문에 충분하다 주장했다.

수도권 3기 신도시 5곳, 고양창릉, 하남교산, 남양주왕숙, 부천대장, 인천계양의 경우 상당한 기일이 소요됐던 보상 절차가 대부분 마무리돼 현재 부지 조성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올해엔 5곳 모두 주택 착공도 이뤄진다고 했다.

3기 신도시 분양은 올해 9월 인천계양을 시작으로 25년 상반기에는 고양창릉, 하남교산 등에서 본격 진행되는 데다 올해부터 2029년까지 3기 신도시와 수도권 우수 신규택지를 모두 더해 총 23만 6천호의 본청약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또 같은 기간 동안 총 24만 2천호에 달하는 입주물량이 공급될 예정인 만큼 장래의 수도권 주택 공급은 충분히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관이 구체적인 수치를 들이면서 집값 더 오른다는 분위기에 현혹되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는 모습이다.

■ 장관, 그래도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다만 정부가 기존에 발표한 내용을 재탕한다든지, 착공 상황 등을 과장하고 있다는 보는 사람들도 있다.

여전히 서울 아파트 공급 부족을 우려하는 사람도 많다.

정부는 이런 사람들의 오해(?)가 바로 잡히지 않는 만큼 '추가적인 공급'도 거론했다.

박 장관은 "정부는 향후에도 꾸준한 주택 공급이 진행될 수 할 것"이라며 "그린벨트 해제 등을 통해 수도권 신규택지 후보지를 2만호 이상 발굴해 하반기 중 발표하겠다"고 했다.

아파트 외의 다른 주거수단도 홍보하면서 정부가 많이 공급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관은 "임대주택 형태로 제공하는 신축매입약정, 든든전세주택 등 공공 비아파트도 총 12만호(신축 10만호, 기축 2만호)도 차질 없이 공급할 것"이라며 "서민 주거사다리를 보다 강화하고 위축된 비아파트 공급 정상화도 적극 유도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수요에 부응하는 양질의 주택공급'을 약속했다.

■ 정부의 공급 의지, 그러나 '빠른 시간 내 서울 공급' 어려워

하지만 정부가 홍보하고 강조한 공급 대책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꼬인 아파트 수급 문제를 풀긴 어려워 보인다.

정부가 공급 부족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강조한 2029년까지 23.6만호의 분양물량은 3기 신도시 7.7만호, 수도권 중소 택지 60여곳의 15.9만호로 구성돼 있다.

당장 '지금' 아파트가 부족한 '수급'을 극복하기 어렵다.

올해와 내년 본청약에 들어가는 물량이 1만호도 되지 않아 '먼 미래'의 늘어날 수 있는 수치를 가져온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문재인 정부 시절 시행한 사전청약, 본청약 이중 구조는 희망고문에 불과했다. 문재인 정부 집값 폭등을 경험한 사람들은 '미래에 늘어난다'는 말을 잘 안 믿는 경향도 강해졌다.

또 그린벨트를 풀고 택지를 조성해 집을 짓겠다는 계획은 '현재 상황'과 거리가 먼 미래의 일일 뿐이다.

심리에 위안거리가 될 수 있어도 지금 상황에 대응하는 대책과는 관계 없다.

■ 믿음 안 가는 '공급 충분하다' 주장...안타까운 정책 실패들

박 장관이 거론한 내년 서울에 4.8만 가구가 입주하기 때문에 물량은 충분하다는 주장, 그리고 올해 전국 공동주택 준공이 16%, 착공이 31%나 늘었다는 평가 등도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아파트 입주 물량이 실제 그 정도인지,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사람들이 아파트 수준에 미달한다고 보는 '주거수단'이 포함된 것 아닌지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아울러 공동주택 준공이 크게 늘었다는 주장 역시 기저가 이미 낮아질 대로 낮아진 상황에서 나온 수치에 불과하다.

지난 2022년 미국 연준의 4차례 자이언트 스텝 등으로 한국도 금리를 크게 올려야 했으며, 금융비용 증가는 공급을 옥죄었다.

정부는 임기 초기 물량 확보에 신경을 써야 했다. 하지만 현 정부도 건설사들과 각을 세우고 빌라왕 사태를 과장하는 등 오히려 '건설 원가'를 더 올리기 위해 애를 썼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인상, 인건비 상승 등 각종 공사비 인상 요인이 가세했다.

금리가 크게 오른 상태에서 발생한 인건비 상승, 물류비 상승, 주 52시간 근무 등이 모두 원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빌라왕 사태 등도 키워선 안 되는 문제였으며, 허그 전세보증 126%도 써서는 안 되는 정책이었다.

문재인 정부 때 확인한 바도 있지만 '공공' 주택을 많이 짓는 식의 정책은 수급적으로 집값 상승을 제어하는 데 큰 효과가 없다.

한국인들은 착한 체 하길 좋아한다. 자신은 살기 싫어하면서 공공 임대 등 '공공'을 내세우길 선호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고급빵을 원하는 데 저급빵만 많이 제공한다고 고급빵 가격이 떨어지진 않는다.

부동산을 전혀 몰랐지만 멋진 말을 할 줄은 알았던 김현미 전 장관의 말처럼 당장 아파트를 빵처럼 공급할 수는 없다. 따라서 지금이라고 허그 전세보증 126% 폐지나 오피스텔의 주택수 제외와 같은 정책을 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 안정적인 주택 공급을 위해선 다주택자를 임대차 물량을 제공하는 '세입자의 동반자'로 인식(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폐지)하는 태도 역시 필요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아직도 주택 공급자를 적으로 보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프레임이 작동하는 이상 없는 사람들이 더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 윤석열 정부 연이어 이어지는 거듭된 정책 실패와 정책 실기는 늘어나는 아파트 수요에 맞는 공급을 어렵게 만들고 말았다.

■ 늘어난 수요에 맞출 정도의 공급 아니다...서울 아파트 더 오를 수밖에 없어

2021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주택 거래 절멸기가 끝나고 올해는 주택 거래량이 가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크게 축소됐던 거래가 늘어나면 집값도 계속해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 기준으로 보면 작년 11~12월 1,800건대였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올해 1~2월엔 2,500건을 넘어섰다.

그런 뒤 3월과 4월엔 4천건대를 기록했으며, 5월엔 5천건을 넘어선 5,022건을 기록했다.

아직 집계가 끝나지 않은 6월엔 이날 현재 6,829건을 기록해 7천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통계 집계 이후의 역사적 평균치를 넘어서는 국면으로 접어든 것이며, 가격도 계속해서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부동산 거래 절멸기에 쌓여 있던 누적 대기 수요가 터져 나오는 중이다.

서울에선 이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공급이 없어 집값 상승 우려가 크다.

공급 측면에서 유일한 위안이라면 올해 11월 한국 역사상 가장 큰 단지인 1.2만 세대 규모의 올리픽파크포레온(둔촌 주공) 입주가 시작된다는 점이다.

둔주 입주 전후 집값 상승이 제어될 것이란 기대감도 꽤 커 보인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다들 알고 있는 재료여서 실제 여파가 어느 정도일지는 확인해야 한다.

■ 공급 방패가 부실하다면 수요에 직접 대응할 가능성도

아울러 공급으로 터져 나오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면, 수요를 제어하는 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예컨대 금융당국이 거론한 전세자금대출 DSR 적용이나 다른 금융 규제가 나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

금융시장이나 고금리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를 조심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는 중이다.

금융당국에서 일하는 한 직원도 정책가들이 '집값 추가 상승 우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면서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로 한국 시장에서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진 것은 당연하고 또 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금통위도 이런 시기에 금리 인하를 주장해 (집값을 자극해) 역사의 죄인으로 남고 싶어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금리 인하를 열어두자고 했던 신성환 금통위원마저 최근 부동산과 가계부채에 크게 당황해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내수 부진은 취약 계층 지원으로 풀어하는데, 성급히 기준금리를 건드렸다간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말 겁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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