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국내 채권시장이 12일 외국인의 국채선물 대량 순매수와 국내 주식시장 급락에 힘입어 큰 폭의 강세로 마감했다.
국내 연휴 기간 미국 국채 장기금리가 하락한 가운데 외국인이 3년과 10년 국채선물을 대거 사들이면서 강세를 주도했다. 국고채 발행 축소에 따른 수급 개선 기대와 원화 강세도 채권시장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코스콤 CHECK(3107)에 따르면 이날 3년 국채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27틱 오른 102.77에 거래를 마쳤다. 10년 국채선물은 101틱 급등한 105.41을 기록했다.
외국인은 3년 국채선물을 3만4,707계약, 10년 국채선물을 1만2,022계약 순매수하며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반면 금융투자는 3년 선물을 2만3,130계약, 10년 선물을 7,903계약 순매도했다. 은행도 각각 7,470계약, 1,727계약 순매도하며 외국인 매수 물량을 받아냈다.
국고채 현물금리는 전 구간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장내 기준 전 거래일보다 7.7bp 내린 3.920%, 5년물은 7.7bp 하락한 4.097%를 기록했다. 10년물 금리는 10.7bp 급락한 4.305%로 내려왔다. 20년물은 6.2bp 하락한 4.354%, 30년물은 7.6bp 낮아진 4.381%를 나타냈다.
특히 10년물 금리 하락폭이 가장 크게 나타나면서 중장기 구간을 중심으로 강세가 두드러졌다.
장중에는 외국인의 선물 순매수가 확대되면서 10년 국채선물이 106틱 이상 상승하고 10년물 금리가 4.3%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이후 일부 차익실현 움직임에 강세폭을 소폭 줄였다.
이날 실시된 국고채 3년물 경쟁입찰에서는 예정액 2조4,000억원이 가중평균금리 3.940%에 낙찰됐다. 응찰액은 6조6,630억원으로 응찰률은 277.6%를 기록했다.
입찰을 무난하게 소화한 이후에도 외국인의 선물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시장 강세가 유지됐다.
국내 주식시장 급락도 채권 매수심리를 뒷받침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41.69포인트(3.65%) 하락한 6,384.24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4.83% 급락한 849.19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원 이상 순매도하는 등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화되면서 채권시장으로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달러/원 환율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오후 3시48분께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오전 6시 종가보다 8.90원 내린 1,333.10원에 거래됐다. 장중에는 1,332.00원까지 내려가며 원화 강세를 나타냈다.
대외적으로는 국내 연휴 기간 미국채 장기금리가 하락한 점이 강세 재료로 작용했다.
지난 9일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5.24%대, 30년물 금리는 5.60% 부근으로 내려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산 경유 공급 확대 합의 발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에너지 휴전 기대가 에너지발 인플레이션 우려를 일부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이 지속되고 러시아 측의 공식적인 휴전 확인도 나오지 않아 관련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국내적으로는 국고채 발행 축소에 따른 수급 개선 기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은행 국정감사도 진행됐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이날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추가 금리인상의 시기와 속도는 물가와 경기 흐름, 금융안정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신 총재는 국고채 발행과 관련해서는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일정 규모의 발행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기준금리가 국채금리에서 나오기 때문에 자본시장을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발행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국고채 발행 축소 발표 이후 한국 국채시장이 주요국과 비교해 상당히 안정됐다며 추가 발행 규모는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에도 시장에서는 외국인의 대규모 선물 순매수와 주식시장 급락, 국고채 수급 개선 기대가 강세를 주도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외국인이 3년과 10년 국채선물을 대거 사들이면서 시장 강세를 이끌었고, 특히 10년 선물은 장중 100틱 이상 상승하는 등 중장기 구간의 강세가 두드러졌다"며 "국고채 3년물 입찰을 무난하게 소화한 데다 주식시장 급락과 환율 하락까지 맞물리면서 채권 매수심리가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단기간 가격 상승폭이 커진 만큼 추가 강세를 위해서는 외국인의 선물 매수세가 지속되는지가 중요하다"며 "최근 국고채 발행 축소에 따른 수급 개선 기대가 시장을 지지하고 있지만 차익실현 움직임에 따른 변동성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연휴 기간 미국채 장기금리가 안정된 가운데 국내 국고채 발행 축소 기대와 외국인 선물 매수가 맞물리면서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신현송 총재가 국감에서 물가 상방압력과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이날 시장에서는 수급 요인이 더 강하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4.3% 부근까지 내려오면서 시장 분위기가 개선됐지만 물가 부담과 미국채 금리의 높은 수준은 여전히 변수"라며 "당분간 외국인 선물 수급과 국내외 금리 흐름을 확인하면서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