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인공지능(AI) 확산 이후 AI 노출도가 높은 일자리가 늘고 있지만 고용 증가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역 간 노동시장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특히 생성형 AI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2023년 이후 3년간 관련 고노출 일자리가 24만7천명 늘었으며 이 가운데 80.8%가 수도권에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15일 발표한 'AI와 지역 노동시장-지역간 격차 확대 위험과 새로운 기회' 보고서에서 AI 확산이 지역 노동시장에 미치는 초기 변화를 분석했다. 한은은 2022년 말부터 생성형 AI가 확산하면서 AI 활용 능력 차이에 따른 지역·기업·개인 간 격차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한은은 AI를 생성형, 에이전틱, 피지컬 등 세 유형으로 나누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세 유형에 대한 직업별·지역별 AI 노출도를 산출했다.
생성형 AI는 문서 작성과 정보처리 등 인지적 업무 비중이 높은 사무직과 판매직, 전문가 직군에서 노출도가 높았다. 에이전틱 AI는 생성형 AI와 비교해 고객서비스·보험·금융 관리자 등 관리직의 노출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피지컬 AI는 장치·기계조작과 단순노무 등의 노출도가 높았다.
지역별로 보면 생성형 AI 노출도는 서울, 세종, 경기, 인천 순으로 높았다. 에이전틱 AI 역시 서울, 세종, 경기, 대전 순으로 나타나 상위 3개 지역이 같았다.
반면 피지컬 AI 노출도는 경북, 전남, 충북, 울산 등의 순으로 높아 비수도권의 노출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차이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직업 및 산업구조 차이에 기인했다.
수도권에서는 생성형 AI 노출도가 높은 사무직이 전체 취업자의 20.2%, 판매직이 8.9%를 차지했다. 비수도권에서는 각각 15.8%, 8.2%였다. 에이전틱 AI 노출도가 높은 전문가 비중도 수도권이 28.1%로 비수도권의 18.0%를 크게 웃돌았다.
반대로 비수도권은 피지컬 AI 고노출 직업인 장치·기계조작이 12.0%, 단순노무가 14.6%를 차지해 수도권의 8.1%, 12.7%보다 높았다.
실제 고용 변화에서는 수도권 집중 현상이 더욱 뚜렷했다.
생성형 AI가 본격 확산한 2023년 이후 3년 동안 생성형 AI 고노출 일자리는 24만7천명 증가했다. 이 가운데 수도권에서 늘어난 일자리가 19만9천명으로 전체 증가분의 80.8%를 차지했다.
수도권에서는 생성형 AI 노출도가 0.1 상승할 때 취업자 수 증가율이 1.0%포인트 높아지는 관계가 관찰됐다. 반면 비수도권에서는 두 변수 간 관계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에이전틱 AI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지난해 에이전틱 AI 고노출 직업에서 증가한 일자리 10만5천명 가운데 수도권 증가분이 9만3천명으로 88.3%에 달했다.
반면 육체노동 중심의 피지컬 AI 고노출 직업 취업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에서 모두 장기간 감소세를 나타냈다. 한은은 이들 일자리가 육체노동 기피와 로봇을 통한 단순·반복 작업 대체 등으로 과거부터 자동화에 취약했다고 설명했다.
AI 확산이 청년 고용에는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는 초기 징후도 나타났다.
전체 연령에서는 생성형·에이전틱 AI 고노출 직업의 취업자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증가했지만 20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에서 감소했다.
한은은 대학교육이 여전히 전통적인 지식과 정보 축적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층이 기업에서 요구하는 전문성과 경험 등의 역량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AI 투자가 인재가 집중된 수도권으로 몰릴 경우 지역 간 격차가 더욱 커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현재 지식서비스업 종사자의 수도권 비중은 71.9%, 반도체 제조업은 74.4%에 달한다. AI 투자와 숙련 노동의 보완성이 높은 만큼 AI 투자가 수도권에 집중될 경우 기존 산업 집적 현상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향후 피지컬 AI 발전이 빨라지면 제조업과 운수업, 숙박·음식업 비중이 높은 비수도권에서 고용 감소가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 지역별 AI 준비도를 평가한 결과에서도 서울과 경기의 AI 역량이 비수도권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한은은 AI가 지역경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AI가 사람의 암묵지를 학습하면서 인간과 AI의 협업 모델이 발전하면 대면 접촉과 인재 집적의 필요성이 낮아질 수 있다. 피지컬 AI 발전 과정에서 비수도권 제조공장이 단순 생산에서 제품 개발과 공정 개선 등의 기능을 강화하면서 제조업의 지식서비스화가 촉진될 가능성도 있다.
AI가 상대적으로 숙련도가 낮은 근로자의 생산성을 더 크게 높이는 '균등화 효과'가 나타날 경우 인적자본이 부족한 비수도권의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크게 개선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또 수도권 취업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비수도권에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면 청년층의 수도권 유출을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한은은 평가했다.
한은은 지역 간 노동시장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지역 내 AI 활용 교육시스템을 강화하고 서비스 기업의 혁신성장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지역 주력 제조업과 연계된 연구개발(R&D), 마케팅, 특허 등 지식서비스 분야의 스타트업 육성을 지원하고 지역 거점대학이 학계·기업·정부를 연결하는 '지역 AI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에 기반한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