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가 해소되지 않는 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돼 고금리 기조를 장기화시킬 수 있어 채권투자자들은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 바이백, 60억달러로 상향했는데도 실망한 미국채시장
미국 재무부가 장기 국채 바이백(조기매입) 규모를 기존의 3배인 최대 60억달러로 확대하기로 했다. 최근 장기 국채 금리가 수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자 시장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미국채 시장에선 '기대했던 수준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월가 일각에서는 재무부가 시장에 강한 안정 신호를 보내기 위해 70억~80억달러 규모의 바이백에 나설 가능성 등을 거론하고 있었던 것이다.
재무부는 9일(현지시간) 오는 10일 10~20년 만기 국채를 대상으로 최대 60억달러 규모의 바이백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장기물 유동성 지원 바이백의 회당 최대 규모인 20억달러의 3배에 달하는 것이었다.
재무부는 지난달 10~20년물과 20~30년물 명목 국채에 대한 바이백 규모를 기존보다 '최소 두 배' 확대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장기금리가 급등하자 시장 유동성을 지원하고 급격한 금리 움직임을 완화하기 위해 바이백 규모를 '더'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베선트는 지난달 21일 바이백과 관련해 "정책 수단은 많다"면서 회당 매입 규모가 40억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장기물 바이백은 유동성이 떨어진 기존 국채를 재무부가 사들이는 것이다. 금융기관의 기존 국채 보유 부담을 낮추고 신규 국채 입찰에 참여할 여력을 높여 시장 유동성을 개선하는 효과를 도모하는 작업이다.
미국 재무부가 이런 조치를 꺼내는 이유는 최근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숏에 심취한' 플레이어들 사이에선 바이백은 그 한계가 뚜렷해 수급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펼쳤다.
바이백 확대가 시장 유동성을 일시 개선할 수는 있지만 재정적자와 물가 상승 우려 등 장기금리를 끌어올리는 근본적인 요인을 해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 한국 채권시장, '글로벌 금리 오름세'에 주눅
10일 장중 국고3년 금리가 4%, 국고10년 수익률이 4.5%와의 거리를 5bp 이내로 좁히는 모습을 보였다.
4%, 4.5% 등 빅 피겨를 곧바로 돌파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채권시장을 둘러싼 해외 분위기가 너무 나빠 낙관할 수 없다는 진단들도 보인다.
A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미국 금리가 다시 수년래 최고치로 뛰었다. 아시아 장에서도 더 오르려는 모습을 보인다. 일본 30년이 다시 4%를 넘어서는 등 분위기가 만만치 않아 투자자들이 긴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당장은 외국인 선물매매를 주시하고 있다. 외국인은 미국 분위기를 이어받아 3년, 10년 국채선물을 모두 대규모로 순매도하는 중이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3년 3.9%대 중반, 10년 4.4%대 중반이면 빅 피겨로 올려서기 전 저가매수가 나와야 한다. 하지만 외국인의 선물 강력 매도로 나오면서 저가 매수세력의 자신감이 줄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인플레 우려, 미국채 시장의 수급 한계 등을 감안하면서 한국 최종 기준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은 크게 올라간 금리 레벨만 보고 롱으로 접근하기 곤란하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C 딜러는 "조만간 FOMC의 금리인상 관련 스탠스를 봐야 할 것같다. 미국 입장에 따라 한국 최종금리 전망이 3.5%가 아니라 3.75% 이상으로 올라가면 향후 국내시장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이 선거 전까지 이란을 나름대로 관리하다가 선거가 끝나면 확전을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인플레이션 이슈가 더욱 전면에 등장하면서 글로벌 채권시장이 더 큰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미국채를 둘러싼 수급도 문제가 있다. 수급이 어렵다보니 미국 시장에선 바이백을 100억 달러까지 기대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베선트의 바이백 의지를 보고 막연히 롱으로 접근하려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폭 늘어난 바이백 규모에도 미국 시장이 크게 실망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 3년 4%, 10년 4.5% 앞둔 공방
미국은 최근 30년물 금리가 2007년 이후 최고치로 오르자 장기물 바이백 확대와 같은 대책을 마련할 수 밖에 없었다.
투자자들 사이엔 미국 당국도 금리가 여기서 더 오르는 것을 견딜 수 없는 만큼 수를 쓸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보인다.
D 딜러는 "장기 금리가 여기서 더 오르면 미국도 감당을 못한다"면서 "결국 미국 쪽에서 진정이 되면서 다른 나라들의 금리 상승세도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미국, 일본, 한국 등의 금리가 현재의 수년래 최고치 등 민감한 지점에서 더 튀기 위해선 만만치 않은 공방을 거쳐야 할 것이란 진단들도 보인다.
이 딜러는 "국고3년 4%, 국고10년 4.5%가 바로 뚫리긴 힘들다. 금리 상승이 이어지더라도 이 레벨에선 만만치 않은 공방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국내 시장금리가 이미 오를 만큼 올랐다는 주장도 보인다.
E 딜러는 "국고3년이 4%, 국고10년이 4.5% 근처까지 올라왔다. 개인적으론 지금 레벨을 금리 고점 근처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는 여기서 좀더 오를 수도 있고 막힐 수도 있다고 본다. 설사 3년 4%, 10년 4.5%가 뚫린다고 하더라도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