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김승원 법무장관 후보의 청문회를 앞두고 주식시장 일각에선 이번에야 말로 금융당국이 제대로 주가조작을 막을 수 있는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세종메디칼의 제넨셀 인수 및 미공개 정보 유출 정황, 로비를 통한 시세 조작 의혹 등이 회자되면서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선 '전통적인 시세조종'을 이번 기회에 뿌리 뽑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것이다.
사실 2010년대 들어 한국 주식시장에선 '의심스러운 자금'을 활용한 무자본M&A가 유행했다. 이 과정에서 개인들이 큰 피해를 봤으나, 시장 질서는 바로 잡히지 않았다.
2010년 초부터 유행한 주가조작 수법이 오랜 기간 노출됐으나, 한국 정부는 정권의 성격을 막론하고 주가조작에 관대한(!) 모습을 보였다.
일부 주식 투자자들은 김승원 후보 관련 의혹에서 현재도 유행하고 있는 한국 시장의 '조작 패턴'을 되짚어 보기도 했다.
■ 김승원 법무장관 후보와 세종메디칼
김승원 법무장관 후보는 브로커 양수진 씨와 바이오 기업 제넨셀 창업자 강세찬 경희대 교수의 요청을 받고 식약처에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 세종메디칼은 식약처의 임상 승인 직전 113억원을 투자해 제넨셀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 유출 및 호재성 공시를 이용한 시세조종 정황(주가조작 가능성)이 포착됐다.
임상 승인 호재 공시로 세종메디칼 주가가 급등하자 재무적 투자자와 '세력'들은 주식을 대량 매도(엑시트)해 시세차익을 챙겼다.
이후 주가가 폭락하며 세종메디칼은 위기에 몰렸던 것이다.
주식시장 일각에선 이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 일부가 개입하지 않았느냐고 의심하는 중이다.
정치권(김승원 등)의 부당한 인허가 영향력 행사와 청탁이 세종메디칼 주가조작 세력의 불쏘시개로 활용됐다는 의혹이 걷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수만명의 개인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은 상태다.
세종메디칼 소액주주 피해자 모임은 최근 "재수사와 특검 등을 통해 김 후보자와 브로커, 주가조작 세력 간의 유착 관계와 구체적인 역할을 명명백백히 밝혀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승원 후보는 식약처 청탁은 없었으며, 민원 전달 차원이었다고 주장했다. 자신은 '주식시장의 작전'과는 관계 없다는 입장인 셈이다.
사건의 진실이 파악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번 사건을 통해 2010년대 초부터 특히 유행했던 한국 주식시장 무자본 M&A를 되짚어 봐야 한다는 목소리들도 나오고 있다.
■ 2010년대부터 한국 주식시장에서 유행한 무자본 M&A
무자본 인수합병(M&A)은 인수자가 자기 자본을 거의 들이지 않고 코스닥 기업들을 인수하는 데 애용하는 수법이었다.
대부업체 차입금,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금융을 활용해 상장사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것이다.
인수 세력들은 기업을 인수한 뒤 시세를 조종하고 회삿돈을 횡령하는 경우가 많았다. 주가부양 후엔 먹튀로 날랐다. 이 과정에선 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거덜이 났다.
무자본 M&A는 통상 브릿지론→CB 등의 대규모 발행→단기차입금 상환의 과정을 거친다.
인수 세력은 '먹잇감'을 정한 뒤 대부업체(사채업자 등)로부터 인수 대금을 단기로 빌려 대상 기업의 기존 대주주 주식을 매수한다. 매수한 주식은 곧바로 사채업자에게 담보로 제공하는 조건(주식담보대출)을 건다.
경영권을 확보한 후 인수 세력은 신사업 진출, 해외 투자를 명목으로 대규모 CB나 BW를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발행한다.
먹잇감이 된 회사의 CB·BW는 인수 세력이 지정한 페이퍼컴퍼니, 혹은 우호 세력이 인수하도록 조율된다.
회사가 신사업을 하겠다며 대규모 자금(CB·BW)을 유치하는 것처럼 꾸미지만, 이때 돈을 투자하겠다고 나선 주체는 인수 세력이 급조한 페이퍼컴퍼니나 짜고 치는 우호 세력들이다.
외형상으로는 회사가 대규모 투자금을 성공적으로 유치한 것처럼 언론 등에 홍보해 개인 투자자들을 유인하고 주가를 부양하는 명분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회사로 들어온 CB·BW 발행 대금을 '타법인 출자'나 '대여금' 형태로 다시 밖으로 빼돌려진다.
회사는 주식 전환이나 인수가 가능한 채권을 발행해 돈을 모은 뒤 이 돈으로 유망 기업의 지분을 사겠다(타법인 출자)거나 파트너사에 돈을 빌려주겠다(대여금)면서 이사회 결의를 거쳐 회사 밖으로 돈을 빼내는 것이다.
이 타법인이나 돈을 빌려 가는 곳도 인수 세력이 통제하는 유령회사나 해외 계좌다.
투자 유치로 들어온 회삿돈을 합법적인 회계 처리처럼 보이게 만들면서 횡령하는 과정이다.
이후 최초에 사채업자에게 빌렸던 인수 자금을 상환해 피인수 회사의 돈으로 인수 대금을 치르는 그림을 완성한다.
즉 회사 밖으로 빼돌린 돈은 결국 처음 기업을 인수할 때 사채업자(대부업체)에게 단기로 빌렸던 브릿지론(인수 자금)을 갚는 데 사용되는 것이다.
■ CB와 BW
무자본 M&A에서 인수 세력은 처음에 자기 돈을 단 1원도 쓰지 않고(무자본), 사채 빚으로 먼저 회사를 산 뒤, 그 회사의 금고를 털어 사채 빚을 청산한 모양새를 취한다.
결과적으로 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회사를 통째로 삼킨 꼴이 된다.
회사는 알맹이가 다 빠져나간 껍데기가 돼 상장폐지 위기에 처하고, 주가 폭락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개미)들의 몫이 된다.
한 때 국내 복강경 수술기구 점유율 1위이자 1천억원대 현금성 유보금을 가졌던 우량 알짜 기업 세종메디칼을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망가졌다.
세종메디칼은 제넨셀 투자, 그리고 2022년 기업사냥꾼 카나리아비오엠에 의해 망가졌다.
세종메디칼은 특히 2022년 '기업사냥꾼 카나리아'에 의해 완전히 거덜나고 말았다.
22년 당시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세종메디칼을 인수한 뒤 회사(세종메디칼)로 하여금 8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게 했다. 이 때 카나리아바이오엠은 현금을 내고 CB를 산 게 아니라 자신들의 계열사 채권(BW)과 장부상으로 맞바꾸는 '상계 처리(채권 돌려막기)' 기법을 활용했다.
거액의 투자를 유치한 것처럼 위장했지만, 실제 회사 통장에 들어온 현금은 없었다.
이후 '기업과 개인투자자를 잡아먹는 카나리아'는 회사 내부의 알짜 현금을 타법인 출자라는 합법적인 명목으로 빼돌렸다.
경영권을 탈취한 세력은 세종메디칼이 수십 년간 수술기구를 팔아 모아둔 현금 수백억원을 빼내 계열사인 카나리아바이오의 주식과 유상증자 주식을 사는 데 쓰도록 했다.
세력은 바이오 신약 개발을 위한 '타법인 출자 및 투자'로 포장했다.
세력들은 알짜 기업의 현금을 빼내 자신들의 실체 없는 신약(카나리아바이오)을 떠받치는 불쏘시개로 이용했다.
투자했던 카나리아바이오의 난소암 치료제 임상이 실패(중단 권고)하면서 세종메디칼이 들고 있던 주식과 채권 가치는 순식간에 0원에 수렴해 1,000억원대의 현금이 통째로 증발해버렸다. 이러면 주식은 종이쪼가리로 전락하고 회사는 상장폐지 결정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욕심많은 세력들은 이후 또다른 작전을 이어갔다.
확보한 자금은 헬릭스미스 등 다른 상장사를 사냥하는 브릿지 자금으로 활용됐다.
세력들은 '자금 뺑뺑이'를 돌리면서 여러 기업, 그리고 수없이 많은 개인투자자들의 돈을 탈취했다.
■ 리픽싱
CB나 BW를 인수 세력이나 관련된 자들이 들고 있으며 향후 신사업 발표 등으로 주가가 급등했을 때 낮은 가격에 주식으로 전환해 엄청난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
2010년대 초반 자주 쓰인 분리형 BW는 채권과 '신주인수권(워런트)'을 분리해 거래할 수 있었다. 채권은 회사에 되팔아 현금화하고, 헐값으로 분리된 워런트만 챙겨 주가가 올랐을 때 주식을 받아 챙기는 수법이 유행했다. 이 때문에 2013년 분리형 BW 발행 금지 조치가 취해지기도 했을 정도였다.
회계사 등 금융전문가들도 참여한 '세력들'은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조항도 악용했다.
주가가 떨어지면 CB·BW의 주식 전환 가격도 함께 낮아지는 '리픽싱' 조항을 이용하는 수법을 쓰는 것이다. 일부러 악재를 터뜨리거나 주가를 누른 뒤 싼값으로 전환가액을 낮춰 받아낼 주식 수량을 급증시켰다.
전통적으로 세력들이 주가 조작을 할 때 가장 애용하는 산업 섹터는 바이오였다. 세종메디칼 사태에서 보듯이 호재를 띄우고 개인투자자들을 갈취하기 쉽기 때문이다.
2차전지, AI 등 유행하는 신사업도 주가 조작세력들이 애용하는 섹터다.
주가 조작세력은 주가를 고점으로 뛰운 뒤 CB·BW를 주식으로 전환해 시장에 대량 매도(오버행)하고 튄다.
결국 껍데기만 남은 회사는 횡령·배임, 감사의견 거절 등으로 거래정지되거나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주가조작세력들은 일반 주주들, 개미들을 활용해 엄청난 돈을 벌게 된다.
특히 그간 다수 사건에서 사모 CB의 리픽싱은 개인투자자들에게 재앙이었다.
주가조작 세력들은 자신들이 먹은 회사가 CB를 발행케 한 뒤 전환 청구 기간이 오기 전까지 일부러 주가를 짓눌러 리픽싱 한도 끝까지 전환가를 낮추는 수법도 썼다.
예컨대 전환가 1만원짜리 100억원 규모의 CB(전환가능주식 100만주)는 주가가 폭락해 최저 한도(예컨대 70%, 7,000원)까지 리픽싱되면 전환 가능 주식은 142만주로 증가한다.
세력들은 주담대(주식담보대출) 물량을 던지거나, 악재성 찌라시를 뿌리거나, 무상증자·감자 등을 이용해 주가를 바닥으로 만든 뒤 낮은 가격에 리픽싱 하는 욕심을 드러내곤 했다.
세력은 주가를 최저가로 리픽싱하기 위해 일부러 담보유지비율을 맞추지 않고 방치하거나 대출 이자를 제때 내지 않아 사채업자 등의 매물을 유도하곤 했다.
주식담보대출에는 '담보유지비율'이라는 조건이 붙기 때문에 돈을 빌려준 사채업자나 금융기관은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담보로 잡고 있던 주식을 시장에 반대매매로 강제 처분할 권리가 생긴다.
꾼들은 의도된 연출을 통해 주가를 떨어뜨린 뒤, 주가가 바닥을 찍으면 차명 계좌나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해 사채업자가 던진 헐값의 주식 물량을 다시 밑바닥에서 싹 쓸어 담는다. 작전을 통한 저점 매집이다.
한편 주가가 떨어질 때는 전환가를 낮춰서 주식을 늘려주지만, 정작 주가가 다시 오를 때는 전환가를 다시 높이지 않는 비대칭 구조가 문제 되자, 2021년 12월부터는 주가 상승 시 전환가액을 다시 올리는 '상향 리픽싱' 의무화 제도가 도입되기도 했다.
아무튼 리픽싱된 CB가 주식으로 바뀌면 시장에 엄청난 물량이 쏟아져 나오고 기존 소액주주들의 지분율이 대폭 희석된다.
세력이 물량을 털고 나가는 순간 주가는 끝없이 폭락하게 된다.
■ 페이퍼컴퍼니와 5%룰
무자본 M&A에서 페이퍼컴퍼니와 5%룰(대량보유 보고제도)은 세력이 신분을 숨기고 공시망을 회피하는 수법이다. 자금을 차명으로 세탁하기 위한 세트 메뉴다.
무자본 M&A 세력은 자기 실명을 내세우지 않는다.
명의대여자를 내세워 설립한 수십 개의 페이퍼컴퍼니(조합, 투자목적회사 등)를 적극 이용하는 것이다.
예컨대 사채업자 등에게 빌린 돈으로 상장사 주식을 살 때 세력 본인 명의가 아닌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대출을 받고 주식을 취득한다.
나중에 횡령·배임이나 주가조작 문제가 터져 사법당국이 추적하더라도 껍데기뿐인 페이퍼컴퍼니의 바지사장만 처벌받고 실제 몸통(진짜 세력)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두는 것이다.
또 피인수 상장사가 발행하는 대규모 CB나 BW를 인수할 때 여러 개의 페이퍼컴퍼니에 나눠서 배정(제3자 배정)한다.
회사 돈을 '해외 투자'나 '타법인 출자' 명목으로 페이퍼컴퍼니에 보낸 뒤, 페이퍼컴퍼니가 그 돈으로 다시 회사의 CB를 사게 만들어 최초 인수 사채 빚을 갚는 '자금 순환 세탁기'를 돌린다.
세력들은 조합이나 투자회사 이름을 'XX컨소시엄', 'YY글로벌파트너스'처럼 그럴싸하게 포장해 유능한 사모펀드(PEF)나 해외 거대 자본이 투자하는 것처럼 속이기도 한다.
5% 룰도 기술적으로 회피해왔다. 상장회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게 되거나, 5% 이상 보유자가 1% 이상 지분을 변동할 때 5영업일 이내에 금감원과 거래소에 의무적으로 보고·공시해야 한다. 이 제도는 적대적 M&A 방지, 대주주 지분 변동 추적을 통해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작전 세력들은 '5% 공시'를 손쉽게 회피해왔다. 세력들은 공시가 나는 순간 감독당국의 감시망에 걸리고 개미들이 경계하기 때문에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해 '지분 쪼개기(Splitting)' 수법을 사용한다.
예컨대 A 상장사의 주식 20%나 CB 수백억원 어치를 사들일 때, 하나의 주체가 아닌 5개의 페이퍼컴퍼니에 각각 4.9%, 4.5% 등으로 나누어 할당하는 것이다. 이러면 시장에선 특정 세력이 A 회사를 삼켰다는 사실을 알 수 없게 된다.
세력들은 지분을 5% 미만으로 쪼개되면서 다단계 다중 차명 구조를 활용하기 때문에 신원이 잘 노출되지 않는다. 투자조합의 실소유주가 특정 페이퍼컴퍼니인데, 특정 페이퍼컴퍼니의 지분을 홍콩의 아무개 투자회사가 들고 있는 식으로 '단계'를 만드는 것이다.
■ 실명 강화와 보호예수의 한계
주가 조작세력이 3~4단계 이상의 해외 다단계 법인 구조를 거치게 되면 수사기관이 추적해서 범죄인을 잡는데 수년이 걸릴 수 있다. 혹은 범인을 놓치게 된다.
주가조작 수법이 발전하자 시장 일각에선 지분율에 관계없이 모든 투자자의 신원을 공개하게 하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정상적인 기업 투자 생태계에서도 기업비밀 유지, 자산 보호, 전략적 보안 등을 이유로 투자자의 신원을 공개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즉 소액 법인 투자자의 실소유주까지 밝히도록 강제하면 헌법상 영업의 자유나 사적 자치 원칙 침해 논란이 발생하고 정상적인 자금 유입까지 막히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일각에선 보호예수 제도를 강화해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막자는 목소리도 냈다.
상장사의 경우 제3자배정 유상증자 등으로 '최대주주'가 되거나 경영권을 인수할 때는 1년간 의무적으로 주식을 묶어둬야(보호예수) 하는 등 규제를 받는다.
하지만 세력들은 지분을 쪼개는 식 등으로 보호예수 의무에서 비켜나간다.
또 주식이 보호예수로 묶여서 장내 매도를 못 하더라도 주식을 담보로 이미 돈을 챙겨 떠나기도 했다.
보호예수 걸린 주식을 사채업자나 저축은행 등에 담보로 제공하고 인수 대금의 50~70%를 현금으로 대출받아 챙기기도 했다. 보호예수가 끝난 뒤 주식을 넘겨주기로 하고 장외에서 다른 바지세력이나 제3자에게 프리미엄을 받고 미리 돈을 받고 계약(양도계약)을 넘겨버리는 수법을 쓰는 것이다. 이러면 향후 주가가 폭락해 반대매매가 나가든 말든, 세력은 이미 대출금과 장외 매각대금으로 현금을 챙겼기 때문에 손해를 보지 않게 된다.
과거 사모 CB를 주식으로 바꾸면 보호예수 없이 즉시 시장에 팔 수 있어 큰 문제가 됐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이를 막고자 2021년 12월부터 사모 CB 발행 후 1년간 주식 전환 및 전매를 금지(보호예수격 규제)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하지만 주가 조작 세력은 1년이라는 보호예수 기간을 '작전 준비 기간'으로 활용해 금융당국에 대항했다.
주가조작 세력은 금융당국보다 빠르게 지적 능력을 키우면서 성장했다.
보호예수에 묶인 주식의 가격 하락 가능성이 커지면 주식을 들고 있는 상태에서 차액결제거래(CFD)나 대차거래를 이용해 해당 종목에 공매도(숏 포지션)를 걸어두는 등 온갖 수들을 동원했다. 주가를 띄운 고점에서 공매도를 쳐두면, 나중에 보호예수가 풀려 주가가 폭락하더라도 공매도 수익으로 차익을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 주가조작 단죄, 선진국도 어렵다...'협상 카드' 적극 활용해야
주가조작이나 무자본 M&A 등 금융 범죄를 해결하는 게 쉽지 않다보니 한국도 미국 등에서 활용하는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 자백 감형제도)이나 리니언시(Leniency, 자진신고 감면제도)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주가조작세력들은 증거를 철저히 은닉하고 다단계 차명 계좌를 쓴다. 따라서 내부자의 제보 없이는 몸통을 잡기가 매우 어렵다.
주가 조작이나 무자본 M&A팀은 자금줄(사채업자)-기획자(몸통)-바지사장-선수(차티스트, 주가조작 현장실무자)-홍보업자(찌라시) 등으로 이뤄져 있다.
따라서 몸통(기획자)의 실체를 폭로하면서 수사에 협조하는 사람들에겐 죄를 감면해주면서 실체에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한국은 증거와 법률에 의해 형벌을 내리는 '죄형법정주의'를 취하고 있는 나라인 데다 '성문법' 국가여서 '죄 깎아주기' 전략을 구사하기도 만만치 않다.
또 주가 조작 가담자가 자신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무고한 사람을 억지로 엮거나, 엉뚱한 사람을 '몸통'이라고 거짓 진술할 위험도 있다.
그러나 일부 범죄인에게 죄를 묻지 않더라도, '큰 몸통'을 잡을 수 있다면 플리바게닝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무자본 M&A 세력이 '침묵의 카르텔'을 통해 한국 기업을 사냥하고 개인들을 털어먹는 데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 모두가 쉬쉬해 온...어둠의 세력들이 행해온 주가 조작과 주식시장 망치기
한국 주식시장에 무자본 M&A와 주가조작 세력이 개입한지는 오래됐다.
과거엔 뒷골목에서 놀던 음지의 돈들이 주식시장을 자신있게 휘젓고 있다.
'3대 어둠의 비즈니스'라고 불리는 성매매(유흥업소), 마약, 도박(사설 토토 등) 관련 돈들이 한국 주식시장의 물을 흐린 지는 오래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차이나 머니'가 크게 개입돼 있다는 소문들도 많았다.
한국 창업가들의 은퇴와 맞물린 상속세 문제와 이를 이용한 중국 돈의 한국 기업 탈취 사례가 씁쓸한 뒷맛을 남긴 경우도 많았다.
차이나 머니의 한국 상장사 침투 및 기술·기업 탈취' 이슈는 2010년대부터 코스닥 시장과 무자본 M&A 판에서 심각하게 대두됐다.
증권업계 일각에선 차이나 머니가 무자본 M&A 세력, 어둠의 비즈니스 세력과 결합해 한국 산업을 갉아먹는 중이란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최근 김승원 법무장관 후보 청문회와 관련해 여러 사람이 거론했던 배상윤(KH그룹 회장), 김성태(쌍방울그룹 전 회장) 등은 조직 폭력배 출신이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9일 '김승원 법무장관 후보자 의혹'과 관련해 "KH필룩스가 제넨셀에 투자했다. 이 회사는 대장동 대북 송금에 나오는 그 배상윤 계열사"라며 "배상윤은 현재 인터폴 적색수배자인데, 정부가 국제수사 공조는 하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조직 폭력배들은 한국 주식시장의 주요 'M&A 주체'가 된 지 오래됐다.
그간 한국 주식시장을 갉아먹은 작전 세력은 피인수 상장사의 대주주, 코스닥 상장사 임원, 금융권 선수, 정관계 인사 등을 포섭할 때 고급 유흥업소 접대와 마약, 성접대 등을 고르게 활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전히 한국에서 벌어지는 금융 범죄 중엔 '완전범죄'가 상당히 많아 보인다.
모두가 '뭔가 있다'고 의심해도 제대로 해결되는 않는 경우도 많았다.
몇 전 전 한국 금융시장, 아니 한국 사회 전체를 뒤흔들었던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펀드 사건에 대한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상당수 주식시장 관계자들이 김승원 법무장관 후보자 덕분에(!) 한국 주식시장의 오랜 병폐인 무자본 M&A와 주가 조작 범죄의 위험성을 되짚어보고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