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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국고채 단기구간 발행비중 확대와 초장기구간 커브 눕히기

장태민 기자

기사입력 : 2025-12-12 13:23

자료: 1시20분 현재 국채선물과 국고채 금리 동향,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1시20분 현재 국채선물과 국고채 금리 동향, 출처: 코스콤 CHECK
[뉴스콤 장태민 기자] 전날 정부가 내년 국고채 단기구간 비중을 늘린다고 발표하자 일드커브가 급하게 눕는 등 시장이 채권시장이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전날 장중엔 초장기 구간이 급하게 눕는 등 변동을 보였으며, 이날도 긴 구간 금리가 상대적으로 더 빠졌다.

투자자들은 전날의 영향을 다시 생각하면서 수급 영향을 지켜보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정부가 선택한 비중 조정이 맞는 방향인가 하는 데 대한 의구심도 남아 있다.

■ 국고채 단기구간 비중 확대 발표 뒤...'굳이 짧은 쪽을...'

기재부는 전날 'KTB(Korea Treasury Bond) 컨퍼런스'에서 내년엔 단기물 발행 비중을 늘린다고 발표했다.

내년 국고채 총발행 한도 225.7조원인 가운데 연물별로는 2~3년물 비중을 35%로 작년보다 5%p 올린다고 했다.

대신 5~10년물을 5%p 낮춘 30%, 20~50년물을 작년과 같은 35% 내외로 발표했다.

기재부는 시장 불확실성에 따른 탄력적 대응을 위해 연물별 비중의 관리목표 범위를 ±5%p로 설정했다.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의 여지를 둔 것이다.

정부의 발표 뒤 내년에 단기물 발행이 늘어난다는 소식에 단기물 약세 압력이 커졌고 30년물 등 장기물로 매수세가 붙는 모습이 나타났다.

전날엔 특히 당장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비판도 많았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고정수요가 풍부한 구간은 발행을 늘려야 한다. 10년 이상 구간은 보험사 외에 WGBI 관련해 외국인까지 가세해서 매수하게 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2~3년 국채 비중을 늘린 것은 커브 왜곡을 심화시킬 수 있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채권발행이 늘어나니 정부가 이자 비용에 신경을 쓰면서 단기구간 비중을 늘렸다고도 하는데, 만약 그랬다면 이는 소탐대실"이라고 평가했다.

B 증권사 딜러도 "채권시장이 어려우니 정부가 시장을 도와주는 차원에서 부담이 적은 단기구간 비중을 늘렸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큰 그림에서 보면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조치"라고 했다.

그는 "시장 수요가 많은 쪽 비중을 늘리는 게 기본이라는 점에서 좀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했다.

■ 채권 발행 규모 커진 한국...대내외 수요 확충

이제 본예산 기준 한국의 국고채 발행 규모만 해도 200조원을 훌쩍 넘긴 226조원에 달한다.

외평채로 돌린 부분, 내년 추경 가능성에 따른 추가 발행분 등을 감안하면 국채 발행규모가 얼마나 더 커질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보인다.

이재명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추구하면서 돈 들어갈 데가 많다 보니, 국채시장 리스크 관리도 더욱 철저히 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당장 시장동향 분석 및 대응 전담조직을 신설하기로 했다.

정부는 "국채와 공사채 등 채권 발행기관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발행계획과 시장 안정방안을 조율할 것"이라고 했다.

채권 발행이 늘어나는 만큼 수요기반도 확충해야 한다.

정부는 개인투자용 국채와 관련해선 3년물을 새롭게 도입하고 정기적인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또 10년 이상 장기물은 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매입을 허용하는 등 제도 개선을 예고했다.

국내 수요 뿐만 아니라 국외 수요도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WGBI 편입 때문이다.

구윤철 부총리는 전날 "내년에도 주요국 통화정책 방향, 통상환경 변화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으나 WGBI 편입이 본격 시작되는 4월부터는 우리 국채시장이 획기적인 성장 기반을 다지게 될 것"이라며 "이런 도전과 기회가 공존하는 환경 속에서 2026년이 선진 국채시장의 원년이 될 수 있도록 국채시장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WGBI 편입에 따른 외국인 투자가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경과물 거래 활성화를 위한 재발행, 시장조성 제도 등을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 이자 아끼고 싶은 정부...과도하게 반응할 필요 없다는 진단도

기획재정부 강영규 재정관리관은 전날 "국채 이자비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재정관리관은 '기재부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강 재정관리관은 "내년 국채 이자가 증가해 언론도 걱정한다. 조금이라도 이자가 낮은 채권을 (더) 발행하는 쪽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예산 및 세제 분야 주요 보직을 거친 재정담당 차관보도 늘어난 채권 발행과 이자에 대해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내년 국채수급 물량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이자 부담, 시장이 느낄 부담을 동시에 줄여야 하는 상황이란 평가도 보였다.

아울러 2026년은 통화정책 완화 등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더욱 수급에 신경을 써야 하는 해라는 진단도 보인다.

C 운용사의 매니저는 "내년은 국채 수급 부담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단기채를 늘리고 장기채를 줄여준 건 호재 쪽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사실 어제 시장의 반응은 다소 의외였다"고 말했다.

그는 "투심이 약한 상황에서 외국인의 차트 플레이를 받을 만한 세력이 없다보니 숏 재료에는 민감하고 롱 재료에는 둔감한 상황이 이어지는 것 같다"면서 "사실 시장금리가 시장성을 잃어가는 것 같아서 걱정이 된다"고 했다.

최근 국가 부채와이 크게 늘어나고 국채 발행도 한층 더 커진 만큼 당국의 시장 안정 의지도 업그레이드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책당국은 발행이 많지만 안정화 대책도 있다고 하는 등 시장을 어르고 달랠 수 있는 안정화 의지가 좀 강력하게 나와야 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아울러 이번 비중 조절은 정부가 수요를 파악해서 약간 조정한 것일 뿐 과도하게 평가할 필요 없다는 진단도 보인다.

D 매니저는 "장기 구간은 보험사 수요가 줄어든 것을 반영해 발행 비중을 축소했고 단기 구간 발행은 최근 기조를 감안해 단기물 비중을 늘린 것"이라며 "갑작스러운 측면이 있지만 사실 지난달부터 이미 알려진 내용이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최종관찰만기 현실화 유예로 엔드 수요가 줄었다고는 하나 WGBI 편입으로 외국인 수요와 경합해야하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발행비중까지 줄어드는 바람에 초장기 구간 커브 왜곡이 극심해지지 않을까 우려가 없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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