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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장기화 속 외환당국-국민연금 4자 협의체 본격 가동

김경목 기자

기사입력 : 2025-11-25 07:22

고환율 장기화 속 외환당국-국민연금 4자 협의체 본격 가동
[뉴스콤 김경목 기자] ― 전략적 환헤지·스왑 연장 검토…“수익성 훼손 우려” 경계론도

달러/원 환율이 1470원대를 넘어서며 고환율 흐름이 장기화하자 정부가 국민연금을 환율 안정의 전면에 세우는 조치를 본격화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한국은행·국민연금으로 구성된 ‘외환시장 4자 협의체’가 24일 첫 회의를 열고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달러 수급 문제와 시장 불안 요인을 점검했다. 외환 이슈를 놓고 네 기관이 공식 협의체를 구성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외환시장 안정을 조화시키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목적”이라면서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비정기적으로 협의체를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율이 급등할 때 즉각 대응할 수 있는 ‘탄력적 회동’ 체제를 만든 셈이다.

전략적 환헤지·스왑 연장, 실질 카드로 부상

가장 유력한 대책은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가동이다. 해외 자산 비중이 44%에 달하는 국민연금이 보유 달러를 시장에 공급하면 원화 약세 압력을 완화할 수 있다.

환율이 미리 정해둔 기준을 넘어설 경우 해외 자산 중 최대 10%까지 달러를 매도하는 방식이다. 시장에서는 발동 기준선이 1480원 안팎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카드인 한은–국민연금 외환스왑 계약 연장도 사실상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양 기관은 지난해 650억달러 규모의 스왑 계약을 체결했으며 연말 만료를 앞두고 있다.

스왑이 연장되면 국민연금은 해외투자용 달러 조달 시 시장에서 직접 달러를 사지 않아도 돼 외환시장 수급 안정을 돕는다.

“해외 투자 확대가 고환율 요인”…정부 판단 변화

정부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국민연금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고환율 요인이 단순 수급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요인까지 겹친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확대와 개인투자자의 미국 주식 매수 증가가 달러 수요를 고착화시키는 구조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됐음에도 환율이 올라가는 것은 이 때문이라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최근 “풍부한 수출 달러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외화가 해외로 빠져나가 달러 부족이 발생하고 있다”며 국민연금 등 주요 수급 주체와 협의를 예고한 바 있다.

국민연금 수익성 훼손 우려…“미봉책일 뿐” 비판도

다만 국민연금을 환율 안정 수단으로 동원하는 데 대한 경계론도 만만치 않다.

전략적 환헤지는 달러 매도 시점에 따라 기금 수익률을 떨어뜨릴 수 있고, 해외투자 비중 조정은 장기 수익성과 포트폴리오 안정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국민연금은 환헤지 비용을 줄이고 환차익을 확보하기 위해 2015년 이후 환헤지를 하지 않는 전략을 유지해 왔다.

시장 관계자들은 “국민연금은 노후 자산을 위한 기금이지 환율 안정 기관이 아니다”라며 “단기 처방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구조가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기금운용위원회 중심인 만큼 기금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한 미국이 지난 6월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다시 지정하면서 ‘국민연금–한은 스왑 확대’를 사례로 언급했던 만큼 외교적 부담도 존재한다.

고환율 상황 계속…정부 “시장 불안 완화에 총력”

이날 서울 외환시장 주간 거래에서 달러/원 환율은 1477.1원으로 마감하며 7개월 반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구두 개입에도 불구하고 고환율이 고착화되는 양상이 이어지자 정부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협의체 내부에서도 “국민연금의 역할을 심리적 안전판 수준에 그쳐야 한다”는 신중론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철저히 수익성·안정성 원칙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외환시장 안정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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