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에 기대 각종 국내외 이벤트, 정책 등에 대한 기대감이 이어지는 중이다.
■ 뉴욕 주가가 예비했던 한국 주가 상승
지난 주말 관심을 모은 미국 CPI가 예상을 하회하면서 뉴욕 주가가 오른 뒤 국내 시장도 강세 출발이 예견돼 있었다.
미국 CPI는 예상을 밑돌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을 키웠다.
현지시간 24일 발표된 미국의 9월 헤드라인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연간 상승률은 3.0%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전월(2.9%)을 소폭 웃돈 것이나 예상치(3.1%)는 하회한 것이다. 월간 상승률(0.3%)은 예상치(0.4%)와 전월(0.4%)을 모두 밑도는 수준이었다.
근원 CPI의 연간 및 월간 상승률은 각각 3.0%, 0.2%를 기록해 예상치(3.1%, 0.3%)와 전월의 수치(3.1%, 0.3%)를 모두 밑돌았다.
미국 CPI가 예상을 밑돈 데다 미중 관세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자 뉴욕 주가는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다우가 472.51포인트(1.01%) 오른 47,207.12, S&P500은 53.25포인트(0.79%) 높아진 6,791.69, 나스닥이 263.07포인트(1.15%) 상승한 23,204.87을 나타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1.9% 상승했다.
미국이 셧다운으로 경제지표를 제 때 발표하기도 힘든 가운데 일단 CPI는 이번주 연준의 기준금리 25bp 인하, 그리고 12월 추가 인하에 대한 믿음을 강화시켰다.
미국이 이끄는 위험 선호 무드는 아시아장에도 일단 불쏘시개로 작용했다.
코스피가 4천, 니케이가 5만을 돌파하는 장세가 만들어졌다.
■ 이번주 미·일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감
뉴욕 주가가 상승한 뒤 아시아 시장에서도 기대감이 강화됐다.
이번주 월요일 오전부터 한국, 일본, 대만의 대표 주가지수가 2% 넘게 뛰는 등 아시아 위험자산 시장도 달아올랐다.
주가가 오르는 데는 각종 이벤트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다.
일단 통화정책 이벤트들은 위험자산의 원군으로 평가 받는다.
오는 28~29일 FOMC 회의에선 금리가 추가 인하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올해 5회 연속 정책금리를 동결한 후 후 9월 첫 금리 인하(4.00~4.25%)에 나선 뒤 10월, 12월 모두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연준의 양적긴축(QT) 종료 기대감도 커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 등을 근거로 빠르면 이번 주 회의에서도 종료 선언이 가능하다거나, 이번에 QT 종료 계획을 시사한 뒤 12월에 종료할 수 있다는 전망 등이 보인다.
일본은행은 29~30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개최한다. 3~9월 금리 동결(무담보익일물 콜금리 0.50%) 후 이번에도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에선 아베노믹스를 추종했던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이 들어선 만큼 당초 우려보다 꽤 우호적인 유동성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작용한다. 다카이치 정부 출범 후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관심이 큰 상황이다.
유럽중앙은행(ECB)도 30일 통화정책회의 개최한다. 유로존은 6월까지 4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한 후 7월, 9월 동결(수신2.00%, 리파이낸싱 2.15%, 한계대출2.40%)했다. 이번에도 금리 동결 전망이 우세하다.
■ 경주 APEC, 미-중·한-미 협상 관련 기대와 우려
시장엔 이번주 경주 APEC 정상회의(10월 31일~11월 1일)에 대한 기대감들도 크다.
이번 APEC은 '우리가 만들어 가는 지속가능한 내일: 연결, 혁신, 번영'을 주제로 열린다.
아젠다는 경제정책, 디지털 혁신, 인적교류, 환경 등이다.
글로벌 시장에선 미중 갈등 완화, 한국 시장에선 미중 갈등 완화와 함께 한미 관세협상의 진전 등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경주 APEC 주간에 한미(10/29), 미중(10/30), 한중(11/1) 릴레이 정상회담 일정이 잡혀 있다.
이런 가운데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현지시간 26일 "미·중 무역 협상과 관련해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할 예정"이라며 "이에 따라 미국도 대중국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미 관세협상과 관련한 깜짝 타결(?) 가능성 등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미국 방문 후 "한두 가지 쟁점만 남은 상황"이라고 전해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과 무역 합의는 마무리 단계"라고 밝혀 결과가 주목된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감안할 때 '기대감보다 우려가 큰 것 아닌가' 하는 경계감도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매체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교착 상태"라고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대미 투자액 3500억달러의 현금 직접 투자 비중 등 주요 쟁점을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가 현지시간 26일자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투자 방식, 투자 금액, 시간표, 어떻게 손실을 공유하고 배당을 나눌지 등과 관련한 모든 게 여전히 쟁점"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은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하겠지만 그게 한국에 파멸적인 결과를 초래할 정도여서는 안 된다. 대화가 계속되고 있으며 생각에 일부 차이가 있지만, 타결 지연이 꼭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협상은 지난 7월 말 양국이 큰 틀에서 무역 합의에 도달했을 때 약속한 한국의 대미 3,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 투자 패키지의 구체적 구성과 이행 방안을 확정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에서 열리는 큰 국제 행사를 앞두고 한미 양국이 어떤 조율을 할지 주목된다.
아울러 주요 민간 회사 CEO들도 대거 한국을 찾는다.
28일 3B(Beyond, Border, Business)를 주제로 열리는 CEO 서밋도 관심이다. AI, 반도체, 에너지 전환 등에 대한 논의와 젠슨 황, 샘 올트만 등 주요 경제계 거물들의 발언들도 주목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글로벌 기업의 리더들이 1700여 명이나 한국을 찾아 한국 기업 등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이기 때문에 관련한 기대감이 상당하다.
■ 주식, 갈 데까지 가보자는 유동성 장세
주가가 급등하는 데엔 글로벌 유동성 원인이 크다.
국내외적으로 돈이 많이 풀려 있어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중이며, 그 가운데에서도 한국이 가장 뜨거운 나라 중 하나다.
최근 한은이 부동산과 환율 때문에 금리인하에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지만, 연준은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산업적으로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따른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10만원을 뛰어넘어 '10만전자'가 됐으며, 이미 '50만닉스' 고지에 올라선 SK하이닉스는 신고가를 더욱 높은 곳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이번주 APEC을 앞두고 각국 갈등 해소 기대감 등이 만만치 않다.
한국 정부와 여당은 계속해서 주식을 부양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 상법 개정 등이 주가지수 상승에 기폭제 역할을 한 가운데 향후에도 추가적인 주식 부양책이 남아 있다.
여당 의원들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자사주 소각, 돈을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돌리겠다는 약속 등을 통해 주가 상승을 위한 펌프질을 계속하겠다는 뜻도 비치고 있다.
■ 주식을 보는 3가지 시선...'너무 강한 주식 걱정' VS '포모와 준포모' VS '이해할 수 없는 주가 급등세'
시장에선 연일 주가가 신고가를 경신하자 부담스럽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A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본부장은 "이성적으론 이렇게 달리는 게 맞나 싶다. 주식은 그야말로 거침이 없다"면서 "시중에 대체 얼마나 돈이 풀렸길래 이러나 싶다"고 말했다.
이 베테랑 주식투자자는 "쏠림이 심해도 너무 심한 느낌이다. 전형적으로 좋은 것만 반영하려는 시장"이라며 "사람들은 몇 년만에 보는 국장의 달콤함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강세장에 진입한지 1년도 안 돼 더 갈 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너무 빨리 끝까지 가보자는 분위기"라며 "아직 지방선거가 꽤 남았는데 너무 일찍 잭팟을 터트리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주식을 하지 않는 사람들의 낭패감, 즉 포모(Fear Of Missing Out)와 준(準)포모도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들도 보인다.
주식을 10억원 가까이 투자한다는 개인투자자 B씨는 "주변에 주식이 없어 괴로운 사람들이 많이 있다. 또 주식을 덜 들고 있어서 괴로운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서울 부동산 급등에서 소외된 채 주식시장에서 포모, 준포모(주식 투자규모가 적은 사람들의 두려움)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포지션이 제일 좋지 않다고 했다.
이 투자자는 "서울 부동산이 폭등하는 상황에서 주식에도 올라타지 못한 사람들은 그야말로 괴로운 사람들"이라며 "특히 서울 아파트가 없는 사람들은 주식으로라도 좀 벌어야 어느 정도 본전이라는 심리가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환율이 1,400원대에서 고공행진을 벌이는 가운데 주가는 급등하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매우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오랜기간 증권사에 다니다가 퇴직한 C씨는 "지금과 같은 높은 환율에 주가가 이렇게 뛰는 것은 비정상적"이라며 "IMF 외환위기가 오기 전에 자산 인플레가 일어나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은 1% 성장도 어려울 정도로 경제가 망가진 상황인데, 주가만 이렇게 뛰는 게 정상으로 보이느냐"라며 "한국 제조업이 중국에 잡아먹히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같은 주가 상승은 매우 기형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가 한국에 생돈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느냐. 자칫 잘못하다가는 한국경제가 골로 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 주가만 뜀박질을 하고 있다"고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