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메리츠증권은 4일 "이번 실적시즌 예상과 달리 미국과 한국 모두 양호한 실적발표로 긍정적인 흐름이 진행 중"이라고 평가했다.
지금은 2분기 실적시즌이 절반 정도 지난 시점이다. 미국과 한국 모두 대형주 중심으로 실적발표가 마무리돼 시가총액 기준 70% 이상 진행된 상태다.
이번 실적시즌에 대한 주식투자자들의 관심은 상당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기업마진 부담과 경기침체 우려에 외형성장 기대감이 낮았기 때문이다.
이정연 연구원은 "이번 실적시즌을 맞아 상반기 애널리스트들의 이익전망치 하향조정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아 어닝쇼크에 대한 불안감이 잔존한 상황이었다"면서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고 했다.
그는 "S&P 500 종목의 경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예상치를 2.3%, 3.2% 웃돈 실적을 발표했다. 이 같은 양호한 실적발표로 7월말 이후 미국 주가는 금리인상 속도 조절 기대감과 함께 상승 탄력을 받았다"면서 국내도 예상보다 나았다고 했다.
■ 美시장, 실적발표 이전부터 업종별 낙관/비관 실적 전망 선반영
미국시장을 살펴보면 헬스케어, 필수소비재, 유틸리티 등 경기방어업종 매출액은 각각 예상치를 17.4%, 3.5%, 2.3% 상회했다.
이 연구원은 "이들 업종은 매크로 변수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예상치에 부합하거나 상회한 실적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 외 에너지, 경기소비재 등 일부 시클리컬 업종이 매출액 상회에 큰 폭으로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에너지 업종의 경우 2분기 유가 상승 지속에 어느 정도 예상된 긍정적인 결과다. 다만 경기소비재의 경우 경기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서프라이즈가 나타났다는 것이 특징적이라고 밝혔다.
순이익도 마찬가지로 경기방어 업종이 선방했으며, 그 외 에너지, 경기소비재 업종의 상회폭이 컸다.
이 연구원은 다만 "IT,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업종의 경우 매출액과 순이익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았다. 특히,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업종 내 알파벳(구글), 메타 플랫폼(페이스북), 트위터, 스냅 등 주요 종목들이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소비 둔화로 디지털 광고 분야의 실적이 눈에 띄게 부진했다"고 밝혔다.
경기침체 우려로 실적 기대감이 없었던 경기소비재의 어닝 서프라이즈 종목은 주가 강세가 뚜렷했다. 특히 GE, 포드와 같은 자동차 종목의 주가 상승폭이 컸다. 그 외 업종은 어닝 서프라이즈 발표 이후 이틀 간 평균 1.5~3.0% 수익률을 기록했다.
어닝 쇼크 발표 이후 주가 하락폭이 컸던 업종은 에너지, 소재다. 이들 업종은 연초 이후 다른 업종과 달리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이익이 개선되고 있었다. 이러한 이익모멘텀이 선반영돼 에너지, 소재 업종 내 어닝 쇼크를 보인 종목의 주가 하락폭이 컸다.
실적이 잘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에너지, 소재, 필수소비재를 제외하면 예상치를 하회한 종목의 주가 하락폭은 크지 않았다. 특히, IT, 경기소비재 종목들은 어닝 쇼크에도 주가가 상승하는 종목도 다수 있었다.
이 연구원은 "매크로 환경에 대해서 업종별 기대와 실망감이 실적시즌 이전부터 반영돼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해석했다.
■ 한국 시장, '기업마진 부담 + 경기둔화 우려' 속 선방
KOSPI 종목 실적의 경우 미국과 마찬가지로 긍정적인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은 예상치 대비 각각 3%, 5%, 7% 상회했다.
이 연구원은 "지난 10년간 2분기 영업이익, 순이익은 평균적으로 예상치에 부합한 수준(영업이익 0.2%, 순이익 0.6%)으로 발표돼 왔다"면서 "이번 실적시즌의 예상치 대비 발표치 상회율은 2020년, 2021년 기록했던 10% 수준 대비 낮은 수준이나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잔존한 상황에서 크게 선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의 상회율이 높은 것으로 보아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가격전가가 예상보다 잘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예상치를 웃돈 실적이 발표됐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에너지, 경기소비재 업종의 실적 선방이 두드러져 전체 상회폭의 절반 이상을 기여했다. 세부 업종으로 보면 경기소비재 내 자동차의 실적 선방이 긍정적인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 외 경기방어 업종의 실적은 예상에 부합했으며 금융, 산업재 등 시클리컬 성격의 업종도 양호한 실적을 발표했다.
다만 IT,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업종의 실적은 예상치를 하회했다. IT 업종 내 반도체 실적이 가장 부진했으며, IT가전, 디스플레이 업종 역시 역시 예상을 하회한 실적을 발표했다.
이 연구원은 "경기둔화 우려에 따라 시클리컬 업종의 실적 부진이 불안요소였으나 IT를 제외한 대부분 시클리컬 업종이 예상치에 부합하거나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며 선방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실적시즌의 특징적인 점은 어닝 서프라이즈 종목의 주가 변동성이 과거 대비 컸던 점이다. 즉 실적에 따라 주가 차별화가 나타나는 종목장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 연구원은 "실적발표 전 어닝 서프라이즈 종목은 코스피 대비 1.5%p 초과수익률 보이며 과거(0.7%p)대비 크게 선반영됐고, 발표 이후에도 2.0%p 초과수익률로 강세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시클리컬 업종에 속한 종목은 어닝 서프라이즈 이후 주가 상승폭이 컸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시클리컬 업종은 예상치에 부합한 실적을 발표한 경우에도 주가 상승폭이 2%p 이상 나타난 점"이라고 밝혔다.
반면 경기방어주는 예상치에 부합한 실적을 발표한 경우 -2%p 이상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즉 한국도 매크로 환경에 대해서 업종별 기대와 실망감이 실적시즌 이전부터 반영된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실적시즌은 미국과 한국 모두 예상치를 상회한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연구원은 다만 "한가지 우려스러운 점은 이익전망치 하향조정이 실적시즌 전후로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KOSPI 영업이익은 6월 이후 하향조정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최근 2개월 사이 2022년, 2023년 영업이익은 각각 3.2%, 7.1% 하향조정됐다. 다만 이번 실적시즌 주가반응을 통해 한가지 생각해 볼 것은 업종별 낙관/비관적 이익 전망이 연초 이후 주가에 반영돼 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경기방어업종과 에너지 업종은 낙관적 전망이 반영된 반면, 시클리컬, 커뮤니케이션 업종은 비관적 전망이 지속됐다"며 "이에 따라 낙관적 전망이 반영된 업종은 실적 서프라이즈에도 주가 상승탄력이 제한적인 반면 쇼크에는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밝혓다.
이어 "비관적 전망이 반영된 업종은 예상치에 부합한 실적에도 주가 상승이 상당히 나타났다. 따라서 업종별 이익 전망에 대한 주가 선반영이 상당부분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최근의 이익 전망치 하향조정이 주가에 제한적인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