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글로벌 주식투자자들이 연준에 불만을 표하고 있지만 다음 수순은 재정 축소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23일 "Fed에 불만이 있는 시장이지만 재정정책도 인플레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밝혔다.
김성환 연구원은 "지금은 60년대 후반과 흡사한 현재 상황이며, 물가를 잡기 위해선 재정적자 축소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경우 중간선거를 전후해 재정 축소 요구가 거세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통화 뿐만 아니라 재정 긴축 가능성도 계산기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 인플레 책임, 연준 뿐만 아니라 재정당국 몫도 커
연준을 향한 주식시장의 불만이 만만치 않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센데, 왜 위기를 미리 감지하지 못하고 펀치볼을 치우지 못했냐는 불만이다.
물가에 대해 낙관적이었던 Fed의 판단은 매번 조정되고 있으며, 이에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 많이 낮아졌다. 높아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이를 방증한다.
김성환 연구원은 "일각에선 Fed가 고인플레이션에 가장 큰 책임이 있고, Fed가 그 책임을 공급망 교란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전가하려 한다는 시각까지도 보인다"며 "작년 하반기 이후 Fed는 몇 차례 오판을 내렸고, 현 시점에서 헤드라인 물가와 기준금리를 비교해보면 Fed의 정책이 아직 뒤쳐져 있는 것도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팬데믹 이후 Fed의 총자산은 5조 달러 가까이 늘었다.
그런데 미국 연방정부의 누적 재정적자는 이를 상회하는 6조달러에 달했고, 단기 수요를 유발하는 stimulus check와 실업급여에 집중됐다.
김 연구원은 "공급이 타이트한 상황에서 이는 물가 부담으로 돌아온다. 최근 시장의 관심사에서 다소 벗어나 있지만 재정정책도 물가 상승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며 "현재 재정정책은 스태그플레이션의 단초를 제공했던 1960년~1970년대의 모습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물가 급등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 중간선거를 전후해 재정지출을 낮추라는 요구가 거세질 수 있다"며 "따라서 통화정책에 가려져 있지만 재정정책도 점차 긴축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 팬데믹 때 투입됐던 재정, 과잉이 돼 돌아오다
팬데믹 이후의 공격적인 재정정잭은 경제 상황이 흡사 ‘전시’에 가깝다는 공감대 아래 전개됐다. 과도한 재정지출이 물가 상승을 불러올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경기가 장기 침체로 빠지는 것보다는 낫다는 인식이 강했다.
2020년 미국이 기록한 GDP 대비 재정적자는 14.5%로 2차대전 이래 최대 수준이었다.
미국 정부는 6차에 달하는 경기 부양 패키지를 통과시켰고 이는 대부분 소비자들에 현금을 지급(가계 이전소득)하는 경로로 사용됐다. 이는 강력한 소비 회복을 지원했다. 가계 저축이 늘어난 가운데 금리 하락, 자산가격 상승까지 맞물리면서 미국인들의 상품 소비는 지난 수년간의 추세를 벗어나 급증하기 시작했다.
여러 이유로 공급이 제약된 상황에서 소비 급증은 결과론적이지만 인플레이션으로 귀결됐다. 작년 여름부터 물가 상승 조짐이 보이자, 바이든 정부가 추진했던 BBB 법안은 공화당의 물가 우려에 막혀 통과가 지연되기 시작했다.
금년들어 전시 상황이 종료되고 물가가 치솟자 정책 입안자들도 재정적자 축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2023년 예산안에는 1.3조달러의 재정적자 축소 계획이 담겼고, 옐런 재무장관 역시 물가 통제를 위해 재정정책을 적절하게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지금 재정에 관심을 둬야 할 이유는 경기가 호황 국면에 위치했을 때 재정이 제때 균형으로 가지 못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됐던 과거 사례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1960년대말과 2000년대 초반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중 60년대말의 과잉 재정은 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행하는 중요한 단초가 됐다고 밝혔다.
60년대 미국이 강력한 소비 호황을 누리던 시기, 린든 존슨 대통령은 ‘위대한 사회’를 기치로 내걸고 재정 지출을 크게 확대했다. 대부분 복지지출이었다.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가 도입됐고 은퇴연금과 장애연금도 증액됐다. 복지지출 뿐만 아니라 월남전으로 국방지출도 늘어났다. 경제가 호황을 누리는 상황에서 재정적자가 확대되자 60년대 후반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이미 6%에 달했다.
김 연구원은 따라서 "1973년 도래한 오일 쇼크는 이미 높았던 물가 상승세와 결합해 스태그플레이션을 일으켰다"라고 지적했다.
또 하나의 사례는 2000년대 초반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닷컴버블을 딛고 경기 확장기에 접어들었지만 부시 정부는 세 차례의 감세 조치를 단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라크전을 수행함에 따라 재정지출을 늘렸다. 경기 확장 후반부에 들어서자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3% 위에서 고착화됐고 일시적으로 5%를 넘기도 했다.
그는 "60년대말 린든 존슨과 2000년대 부시 행정부의 사례는 경기 호황 국면에서 재정정책이 균형으로 가지 못했을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이 쉽게 잡히지 못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작금의 재정정책 상황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수요가 공급을 앞서는 시점에서 지난 1년간 재정지출은 GDP 대비 25%에 달한다. 팬데믹 당시 고점보다는 많이 내려왔지만 여전히 2차대전 후 가장 높은 수치다.
김 연구원은 "반대의 사례도 볼 필요가 있다. 클린턴 행정부는 경기 확장 국면에서 재정지출을 점차 축소해나갔다"며 "전임 아버지 부시 행정부에서 단행된 증세안에 힘입어 임기 후반 재정흑자를 달성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당시엔 경제가 잠재 GDP를 상회하는 호황 국면에서도 물가와 관련된 문제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1) 과거 호황 국면에서의 재정지출 방향성의 차이가 물가를 결정지었던 사례들, 그리고 2) 이번 팬데믹 국면에서 재정지출 확대가 너무 강했던 소비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점을 결부시켜 생각해보면, 현 시점에서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재정적자 축소는 정부가 생각해볼만한 선택지임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재정적자가 줄어들고 있지만 그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며 "전시 상황에서 벗어나면서 재정정책의 톤은 점차 하향되고 있다"고 밝혔다.
물가 상승을 이유로 작년말 BBB 법안이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힌 상황에서도 옐런 재무장관은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으며 재정 역할론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 최우선 정책 목표라고 선회했다.
그는 "3월 발표된 2023년 예산안은 지출을 전년대비 1.0% 줄이고 세입은 2.9% 늘리는 계획을 담고 있었지만 지출이 유의미하게 감소한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밝혔다.
팬데믹 과정에서 급격하게 늘어난 보건, 소득보장 이외의 지출 항목은 증가한다. 대신 세입을 늘려 재정을 충당하려는 계획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법인세율과 자본소득세 및 역외소득 최저한세 인상, 부유세 신설, 미실현 자산소득 과세 등의 증세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김 연구원은 "백악관은 차기 회계연도부터 2032년까지 재정적자가 GDP 대비 4% 후반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으나 물가가 연초보다 더욱 높아진 상황에서 이는 낙관적인 계획일 수 있다"고 밝혔다.
4% 후반의 재정적자율은 과거 경험치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치이며, 과잉 수요가 해소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두 번째 정치적 문제를 봐야 한다고 밝혔다.
생활 물가가 급등하면서 소비심리 급락과 함께 행정부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고조되고 있으며, 이는 그간 재정 확대에 제동을 걸어왔던 공화당의 정치적 압박이 더욱 강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11월 중간선거는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 집권 17개월 차인 바이든 행정부의 현 시점 지지율은 갤럽에 따르면 2차대전 이후 최저 수치"라며 "중간선거가 집권당에 대한 심판 성격이 강하고, 지난 19번의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이 17번 패배했던 사례까지 감안하면 현재 상하원에서 미세한 우위를 점하는 민주당이 양원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 경우 재정지출을 줄이기보다는 증세를 선호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구상은 난항에 빠진다고 밝혔다. 물가가 잡히지 않을수록 재정지출을 줄이려고 압박하는 정치적 공세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 오바마 행정부가 경제 이슈로 중간선거에서 참패한 후 겪었던 시퀘스터 논란과 유사한 사례가 오버랩될 수 있다"고 밝혔다.
■ 美 11월 중간선거, 재정논란 가중될 것
김 연구원은 "결론적으로 재정의 영향력은 이미 줄어들기 시작했지만, 인플레이션 논란과 정치적 부담을 감안하면 행정부가 구상하는 것보다 더 줄어들 개연성이 높아보인다"고 평가했다.
11월 중간선거가 다가오고 있음을 감안하면 재정정책과 관련된 정치적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도 점차 염두에 둘 시점이라고 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재정과 관련된 논란이 시장의 경기 침체 우려를 더할 것"이라며 "재정과 관련된 논쟁에서 타격을 입는 지출은 사회보장 지출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현재 시장의 우려가 경기 침체 우려에 있는 점을 감안하면 주식시장은 우선 저소득층의 소비 둔화를 매개로 경기 악영향을 먼저 걱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방과 인프라 관련 지출은 생존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밝혔다. 재정지출 내 경제 문제(인프라 관련)와 국방 관련 지출 비율은 사상 최저 수준에 머무르고 있고, 공화당이 인프라와 관련된 지출에는 긍정적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그는 "만약 재정적자가 현재 시장의 컨센서스나 백악관의 계획보다 좀 더 공격적으로 축소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시장에 긍정적인 부분도 찾을 수 있다"며 "재정 축소가 과잉 수요를 덜어내는데 일조한다면 인플레이션 압력과 미국 정부의 부채 부담을 동시에 완화시켜줄 수 있기 때문이며, 이는 할인율 상승을 제약시킬 트리거들"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