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 민주당이 상하 양원을 모두 장악하는 '블루웨이브'가 실현된 뒤 주식, 채권 등 증시가 뛰었다.
하지만 미국 시장에선 주식 섹터 중 AI·반도체는 힘을 쓰지 못했다.
결국 반도체가 주된 플레이어인 국내 코스피지수는 급락하면서 매도 사이드카마저 발동됐다.
국내 채권은 미국채 금리 하락과 주식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면서 민감한 레벨을 뚫는 모습을 연출했다.
■ 뉴욕 주요지수 급등에 소외된 '필반'...SOX 급락에 한국 주식시장 휘청
뉴욕 주가지수는 급등했다. 중간선거가 민주당 압승으로 끝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결과를 수용하면서 선거 불확실성이 해소됐다.
이란 전쟁 종식 기대로 국제유가가 급락한 점도 주식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1569.40포인트(3.03%) 급등한 5만3356.12를 기록했다. 이는 무려 18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었다.
S&P500은 119.70포인트(1.58%) 뛴 7688.62를 기록했다. 이 역시 지난 8월 이후 최고의 상승률이었다.
나스닥은 364.50포인트(1.44%) 상승한 2만5736.51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 랠리에 소외된 섹터가 있었다. 바로 반도체 지수였다.
한국 주식시장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지수인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3.13% 급락한 10,268.65를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 3대장 중 하나인 마이크론테크놀러지는 7.00% 급락한 795.2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블루웨이브' 비극을 혼자 짊어진 AI·반도체주의 부진은 한국 주식시장을 강타했다.
■ '반도체'에 덜미잡힌 한국 주식...폭락
오전 중 국내 주식시장에선 코스피200선물이 5% 넘게 급락하면서 프로그램 매도 호가 효력이 5분간 정지되는 일이 발생했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가 맥을 못 추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이다.
민주당이 이기고 데이터 센터 규제 우려가 커져 SOX가 3.1% 급락한 뒤 국내 빅2는 더욱 큰 폭으로 떨어졌다.
삼성전기 등 AI 밸류체인으로 묶여 있는 종목들은 패닉성 매도에 휩싸였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매니저는 "반도체 쏠림이 결국 이런 사단을 만든다. 어쩔 수가 없다. 올라도 반도체, 빠져도 반도체, 그저 반도체 뿐인 한국 시장"이라고 푸념했다.
그는 "이제 AI, 반도체 주가는 규제의 영역으로 들어가 버려서 예측이 정말 힘들어졌다. 짜증이 올라온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냉정해져야 한다. 중국과 패권 싸움을 하는 미국 입장에서 AI라는 중요한 자전거 페달을 멈출 수는 없을 것"이라며 "잠깐의 노이즈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주식 투자자로서 몹시 힘들다"고 토로했다.
■ 트럼프의 참패가 한국 반도체 투자자의 비극으로
미국 민주당이 최종적으로 과반을 훌쩍 넘긴 상원 54~56석, 하원 250~260석을 차지하게 됐다.
민주당이 하원 435석 중 250석 넘게 차지했고 상원은 최소 54석을 확보하며 압승을 완성했다.
민주당이 공화당의 전통적 텃밭인 텍사스, 캔자스 등에서도 승리해 이번 선거는 '트럼프의 참패'로 기록됐다.
미국 시민들이 고유가·고물가에 불만을 트럼프를 향한 분노로 표출한 이벤트로 해석 가능하다.
이제 내년 1월 3일에 출범하는 새 의회는 민주당이 주도하게 된다.
향후 정책이 어떻게 부딪힐지 봐야 한다.
김예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법정부채한도(41.1조 달러)는 2027년 상반기에 도달한다"면서 "이 때 예산안 협상과 맞물려 양당 간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또한 연준 의장·부의장을 포함한 주요 인사는 상원 인준이 필요한 만큼 민주당은 인사 인준권을 활용해 트럼프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관세의 경우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 등에 따라 행정부가 권한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압승에 따른 업종별 차별화도 눈에 띄었다.
중동 전쟁 종료 기대감에 유가가 급락하며 에너지 섹터가 약세를 보였고, 방산주도 동반 하락했다.
잉여현금흐름 개선 기대감에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하이퍼스케일러는 상승했다.
하지만 AI 인프라 관련주는 맥을 추지 못했다.
데이터센터 규제 리스크가 부각되며 서버, 전력 인프라, 광통신 등 AI 인프라 관련주는 하락했다.
결국 '한국과 가장 긴밀히 연결된' 섹터가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제 이번 선거로 부각된 데이터센터 규제 리스크가 실제로 현실화될지 확인해야 한다.
김 연구원은 "민주당이 양원을 장악했지만 상원 60석에는 미달하고 대통령 거부권도 남아 있어 건설 중단이 입법화될 가능성은 낮다. AI 패권 유지가 초당적 과제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면서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 관련 정책은 건설 저지가 아니라 데이터센터 비용 부담 강화로 수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는 하원에서 417대 3으로 통과된 전례가 있어 실현 가능성이 높다. 리스크는 연방이 아닌 주단위 규제"라며 "텍사스의 경우 모라토리엄을 공약한 민주당 주지사가 당선되면서 데이터센터 인허가 보류가 장기화되거나 공식 모라토리엄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 채권시장, '블루웨이브 악재' 직격탄 맞은 한국주식 회복 여부 촉각
또 다른 증시(증권시장)의 한 축 채권시장도 블루웨이브에 환호했다.
고유가·고물가에 대한 분노가 선거 민심에서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에 유가 하향 안정 기대는 채권에 힘을 실어준다.
간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 대비 8.3% 내린 배럴당 88.12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8.7% 낮아진 배럴당 94.62달러에 거래됐다. 약 6주 만에 처음으로 100달러 밑으로 내려갔다.
미국 채권시장은 민주당 압승을 확인한 뒤 유가 급락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완화 기대, 향후 인공지능(AI) 산업 규제에 따른 경제성장 둔화 전망,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감세 및 재정지출 확대 제동 관측 등에 무게를 싣고 달렸다.
간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7.65bp 속락한 4.885%를 기록했다.
국내 채권시장은 민주당의 의회장악이 가져올 변화와 함께 한국 주가급락에 기대 강세 흐름을 연장했다.
국고3년 금리가 3.7%를 깨고 내려왔으며, 국고10년물은 장중 3.9%를 밑도는 모습을 보였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미국 국채금리가 급락한 가운데 국내 주가는 폭락을 하니 채권은 달려나가는 중"이라며 "금리가 너무 급하게 내려와 레벨 부담이야 작용하겠지만 주변 여건 자체는 계속 우호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채권딜러는 "국내 채권의 핵심 재료는 주식"이라며 "주식이 망하면 더 강해지면서 커브가 플랫될 것이며, 반대로 주식이 안정을 찾으면 조정을 보이면서 스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