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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국의 거대 예산·미래대응기금...반도체가 준 기회 VS 위험한 재정 포퓰리즘

장태민 기자

기사입력 : 2026-11-02 13:30

사진: 2일 시정연설 중인 이재명 대통령, 출처: KTV
사진: 2일 시정연설 중인 이재명 대통령, 출처: KTV
[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일 202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내년도 예산안은 대한민국을 선도국가로 만들어 갈 미래선점 예산이자 국가 성장을 국민의 성장으로 이어낼 성장확산 예산"이라고 자평했다.

이 대통령은 "역대 최대 규모의 재정지출에도 불구하고 재정건전성 지표는 오히려 큰 폭으로 개선된다"면서 확장 예산의 필요성을 웅변했다.

내년도 정부 총지출은 올해 본예산 727.9조원보다 93조원 증가한 820.9조원이다. 증가율은 12.8%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한 것도 그간 큰 관심을 얻었다.

■ 대통령, 2마리 토끼 잡는 예산...'성장 지원' + '재정건전성 개선'

이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을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한 '성장확산 예산'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이 더 많은 복지를 누리면서 국가의 미래 역량도 동시에 강화한다고 했다.

대통령은 특히 확장재정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재정건전성'도 문제없다고 했다.

대통령은 "재정의 기초 체력 또한 한층 더 튼튼해질 것"이라며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는 올해 마이너스 3.9%에서 내년 마이너스 0.1%로 개선돼 20년 만에 가장 양호한 수준을 기록하게 된다"고 밝혔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올해 51.6%에서 내년 48.3%로 3.3%포인트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채를 발행하기는 하지만 거의 대부분을 기존 국채 상환에 사용하기 때문에 국채 순증가분은 거의 없다"고 자평했다.

대통령은 특히 "IMF, OECD 등 국제기구와 주요 신용평가사들도 재정수지 개선과 미래대응기금의 역할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주장했다.

■ 반도체 호황과 미래대응기금

한국 정부가 '마음 편하게' 거대 예산을 편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 때문이었다.

정부는 이 돈으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는 동시에 복지를 더욱 개선할 방침이다.

내년도 총수입은 올해보다 30.4% 늘어난 880.8조원으로 전망했다.

이 가운데 국세수입은 법인세와 소득세 증가 등에 힘입어 올해 390.2조원에서 내년 584.4조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특히 162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한다.

이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과 민생 지원을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국회를 우회하는 꼼수'라고 비판한다.

지난 10월 30일 국회에 출석한 연세대 경제학과의 양준모 교수는 미래대응기금과 관련해 "국회가 재정을 통제하는 가운데 예산이 편성돼야 한다. (미래대응기금으로) 따로 뺄 필요가 없다"고 비판했다.

양 교수는 "재정의 기본원칙이 무너져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네덜란드병이란 말이 있다. 급작스런 재정 증가를 복지에 써서 다른 산업까지 망가뜨진 병을 말한다"면서 한국 정부가 반도체 세수를 흥청망청 쓰려는 행태에 대해 비판했다.

■ 한국의 거대정부, 모두의 성장으로 '패러다임' 전환...대대적인 '복지 확대'

이재명 정부는 '소수의 성장'이 아니라 모든 지역과 모든 국민들이 성장의 기회와 성과를 고르게 누리는 '모두의 성장'으로 대전환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를 위해 '3대 메가 프로젝트'와 '7대 SEED', '3대 민생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서울·수도권만 잘 사는 나라가 아니라 지방도 함께 잘 사는 나라, 성장의 결과뿐이 아닌 기회가 모두에게 주어지는 그런 공정한 나라를 꼭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나라 경제는 좋아졌는데 내 살림은 여전히 팍팍하다는 국민의 절박한 호소, 내 삶이 나아지지 못한다면 성장이 무슨 소용이냐는 무거운 질문에 우리가 답해야 될 때가 됐다"면서 '큰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한 돈은 13% 급증한 821조원의 예산이다. 여기서 중대 역할을 하는 게 미래대응기금이다.

'모두의 성장'은 사실상 복지 확대와 맞물린다. 우선 중위소득을 대폭 상향해 복지 수급 대상자를 넓힌다.

중위소득은 60여 개 복지사업의 대상자 선정 및 생계 급여액의 기준이 된다. 이 중위소득을 역대 최대인 6.7% 인상함으로써 복지 수급 대상자가 늘어나게 된다.

생계·의료·교육·주거 등 기초생활보장 4대 급여는 대폭 늘어난다. 이에 4인 가구 기준 생계급여도 월 221.8만원까지 높아진다.

저소득 노인에겐 월 최대 3만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저소득 부부 감액 비율은 절반으로 줄여 갈 것이기 때문에 수령액이 56만원에서 최대 68만4천원으로 늘어난다.

장애인연금 대상도 35만명에서 61만명으로 대폭 확대한다.

그냥드림센터를 전국 모든 시·군·구에서 운영하고 위기 징후가 포착된 가구에는 읍·면·동 현장에서 특별한 심사없이 긴급생계지원 30만 원을 우선 지급한다.

■ 복지 확대에 중점둔 예산...군대 초급간부 월급 3백으로

이밖에 내년 예산에선 복지가 크게 늘어난다.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5.4조원 규모의 장기연체 채무 특별조정에 필요한 5천억원을 지원한다.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자영업자·프리랜서들에게는 육아수당 150만원을 새로 지급한다.

지역사랑상품권 25.6조원, 온누리상품권 4.5조원을 발행해서 소상공인·자영업자들과 골목상권의 매출 기반을 더욱 확고하게 넓혀날 예정이다.

또 청년 예산을 올해보다 무려 53.5% 늘어난 43.3조원으로 편성하고 생애주기 전반을 촘촘히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대학생 6만 명에게 졸업 전 첫 경력을 제공하는 인턴학기를 도입하는 등 일경험·훈련·구직 지원 대상자를 56만 명에서 72만 명으로 확대한다.

출생부터 18세까지 부모와 정부가 함께 연 200만원 저축 시 약 7천만 원을 적립하는 우리아이자립펀드를 신설한다.

청년미래적금은 19세부터 34세까지 청년 누구나 조건없이 가입하도록 문턱을 낮춰 '기본이자'를 지급한다.

청년을 위한 청년 공적임대주택을 10.6만호로 늘리고, 역세권에 중산층을 위한 넓은 평수의 보편형 공적임대주택 2만 호를 공급한다.

신혼부부에게 혼인지원금 100만 원을 지급하고, 아이를 낳으면 아이맞이지원금 최대 2천만 원을 지급한다. 아동수당과 부모급여를 통합한 아동기본수당은 12세까지 아동에게 매월 기본 20만 원, 우대지역은 30만 원을 지급한다. 0세부터 1세 아동 중 보육시설에 맡기지 않고 가정에서 직접 돌보는 경우 매월 30만 원을 추가 지급한다.

또 군대의 초급 간부 보수를 월 300만 원 수준으로 높인다고 밝혔다.

■ 지방 지원 강화...지방 국립대 '등록금 무료'

정부는 국토대전환과 지방주도성장에 올해의 두 배가 넘는 33조원을 투자한다.

이 대통령은 "행정의 중심을 지방으로 옮기고, 교육·의료·복지 같은 정주 여건도 강화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중앙행정기관 44개를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세종으로 이전하고,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도 연내에 계획을 확정해 내년부터 착수한다고 밝혔다.

특히 산업 생태계 형성의 핵심인 앵커기업이 지방에 대규모로 투자하면 설비투자액의 최대 50%를 지원하는 성장엔진특별보조금을 신설하고, 5극 3특 권역별 성장거점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지방미래성장지원금 3.5조원으로 지방정부의 자율적인 성장 전략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방 국립대 30개교의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고,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또 농어촌 기본소득 대상 지역을 35개 군으로 두 배 확대하고 공익직불금 3조 원 시대를 열 계획이다.

■ 국가 성장 위한 투자는?

이재명 정부의 성장 전략의 핵심에 3대 메가프로젝트가 자리하고 있다.

정부는 '3대 메가프로젝트'인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 투자에 올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21.3조원을 투입한다.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회계 신설로 안정적 투자 기반을 마련하고, 수도권 팹의 조기 가동과 서남권 클러스터 구축 등 생산기반 확충에 2조원을 투자한다.

제조, 스마트팩토리, 국방 등 민간·공공 8대 핵심분야의 피지컬 AI 현장 실증에 5천억 원을 투자하고, 숙련자의 경험·노하우를 AI에 적용하는 제조 암묵지 활용 AI 솔루션에도 과감하게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전력·용수·산단 인프라에도 2.1조원을 선제 투자해 기반시설 부족으로 기업이 투자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전략 자산인 독자 AI 모델의 글로벌 최상위 성능 확보를 목표로 프론티어 AI 개발 사업에 4.7조원을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국민이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알려주고 신청까지 돕는 공공 AI 에이전트 등 '모두의 AI'도 시작하게 된다고 알렸다.

미래 성장을 주도할 NEXT 10대 전략기술분야에 13.8조원을 투자해 초격차 경쟁력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7대 SEED 등 미래선도기술을 중심으로 연구개발 투자를 4조원 늘려 R&D 예산으로는 역대 최대인 39.5조원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에너지 대전환, 문화산업 육성에도 발벋고 나섰다.

햇빛소득마을 확산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2.8조원을 투자하고,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을 역대 최대인 43만대로 늘리기로 했다. 문화강국 도약을 위해 11.6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반도체 설계와 지역 반도체산업을 이끌 전문인력 2000명을 양성하고, 학생부터 구직자와 재직자까지 생애주기에 맞춘 AI 교육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 정부의 장밋빛 미래, '반도체가 준 찬스'가 독이 됐다는 한탄도...미래대응기금 논란은 여전

이재명 정부가 '거대정부'를 내세워 복지를 강화하고 신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지만, 이를 두고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정부가 반도체 특수에 기대서 돈 뿌릴 궁리만 하고 있다는 걱정도 적지 않다.

미래대응기금이 정상적인 예산 체계를 뒤흔들었다는 비판도 보인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사실 미래대응기금의 여유자금 104조원은 국채 상환에 쓰는 게 옳다"고 했다.

그는 "기금이 지녀야할 특수성을 감안할 때, 지금 정부가 말하는 미래대응기금은 행정부가 국회를 우회하기 위한 예산의 착복이며 위법"이라고 진단했다.

내년 예산 820.9조원에서 따로 떼내 만든 162.3조원의 미래대응기금은 여전히 논란이다.

45.4조원은 사업비, 12.5조원은 국채발행 축소, 나머지 104.4조원은 쌓아 둔다. 주요 항목은 국회에 미리 내지 않고도 30%까지 바꿀 수가 있다. 세금이 덜 걷혀서 일반 회계가 모자라면 이 기금에서 가져다 메울 수 있으며, 이때는 30% 한도조차 적용되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나라살림의 기본원칙'이 훼손됐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야당도 '국회를 피하기 위한' 꼼수를 지적하는 중이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미래대응기금은 큰 문제"라며 "법에 정해진 상한도 없고, 인출 기준도 없다. 세수를 넉넉히 잡아놓고 모자라면, 국회 허락 없이 꺼내 쓰고, 계산은 1년 뒤에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예산을 심의하고 확정하는 것은 국민이 뽑은 국회의 권한"이라며 "이 예산안 법안은 그 권한을 껍데기로 만든다"고 개탄했다.

그는 더 나아가 "재정의 여유가 늘어난다고 해서 지금 미래대응기금을 멋대로 계상해서 대통령 마음대로 쓴다는 것이 바로 국회 권한을 완전히 뺏고 히틀러식 재정 수권법을 공표하려는 것"이라며 "이것은 어떤 형태로든 막아야 하고 감시가 돼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반도체 붐'에 취해 거대 예산을 당연시하고 미래 불확실성을 도외시한다는 비판도 보인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최근 "2029년 이후 기금 재원인 추가 세수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국가채무가 올해 1,413조원에서 내년 1,519조원으로 106조원이 늘어나는 문제도 거론했다.

하지만 올해와 내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거대 실적은 정부의 확장재정 낙관론을 강화시켰다.

최근 발표된 3분기 실적을 보면 SK하이닉스 83조원, 삼성전자는 107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삼성과 하이닉스가 단 한 분기에 이 정도의 돈을 벌었으며, 이 기업들이 낸 성과의 상당부분은 세금으로 들어오게 된다.

이런 흐름은 일단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정부의 확장재정에 힘을 실어준다.

한 주식 개인투자자는 "메모리 호황으로 삼성 노조와 경영진은 성과급 잔치에 여념이 없고 아무것도 한 것 없는 정부는 메모리 호황 때문에 흥청망청 예산을 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투자는 자기 책임이라지만,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노조 이기주의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이 큰 타격을 입었는데 이재명도, 김용범도, 이억원도 나몰라라 한다"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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