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향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가운데 부통령까지 가세하면서 오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백악관의 연준 압박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밴스 부통령은 3일(현지시간) 백악관 언론 브리핑에서 최근 미 국채시장의 변동성과 금리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통령이 금리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금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인들이 주택을 구입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라며 "금리가 올라가면 차입 비용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인플레이션과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보면 연준이 금리를 내리는 것이 적절하고 책임 있는 일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밴스 부통령은 "우리는 금리를 낮추기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연준의 도움을 조금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연준에 금리 인하를 요구해온 가운데 밴스 부통령도 같은 목소리를 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 경제가 견조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금리가 내려가야 한다며 연준의 통화정책을 거듭 비판해왔다. 경제지표가 양호하게 나오더라도 인플레이션 우려를 이유로 금리를 높은 수준에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다.
밴스 부통령이 특히 주택 구매 부담을 금리 인하의 필요성과 연결한 점도 주목된다. 미국의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 평균금리는 이번 주 6.71%로 올라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높은 차입 비용이 주택 구매자의 부담을 키우면서 주택시장에도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미국 모기지 금리는 연준의 기준금리뿐 아니라 장기 국채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최근 장중 4.818%까지 올라 2023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연준이 기준금리를 낮추더라도 재정적자와 인공지능(AI) 투자 등에 따른 자금 수요로 장기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모기지 금리가 즉각 큰 폭으로 하락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밴스 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는 연준 내부에서 인플레이션 경계감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최근 물가상승률을 연준 목표치인 2%로 되돌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필요할 경우 추가적인 통화정책 대응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뒀다.
연준 내부에서도 향후 금리 경로를 둘러싼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마이클 바 연준 이사는 최근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금리 인상을 지지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이날 최근 나타난 물가 둔화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진다면 9월 FOMC에서 현행 연 3.50~3.75%인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것을 지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월러 이사는 최근 수개월간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의 상승 속도가 둔화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다음 물가지표에서도 디스인플레이션 흐름이 확인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도 9월 금리 결정을 둘러싼 전망이 팽팽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시장은 9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49.6%, 25bp 인상할 가능성을 50.4%가량 반영했다.
최근 미국 경제지표는 연준의 판단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8월 공급관리협회(ISM)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5.4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고 서비스업 가격지수도 72.6으로 상승해 물가 압력이 여전히 강하다는 신호를 보냈다.
반면 고용시장에서는 둔화 신호가 이어졌다. ADP에 따르면 8월 민간고용은 3만8천명 증가하는 데 그쳤고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0만6천건으로 시장 예상치인 20만5천건을 소폭 웃돌았다.
이에 시장은 4일 발표되는 8월 고용보고서와 이후 나올 물가지표를 통해 9월 FOMC의 방향성을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밴스 부통령의 발언으로 연준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해온 상황에서 부통령까지 FOMC를 앞두고 금리 인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다만 밴스 부통령은 이날 연준의 정책 방향을 비판하면서도 구체적인 정책 결정은 연준이 내리는 구조 자체를 문제 삼지는 않았다. 그는 최근 물가 흐름과 미국 가계의 주택 구매 부담을 근거로 금리 인하가 적절하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