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미국 경제가 최근 두 달간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과 비주거용 건설에서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관련 수요가 경기 확장을 이끌었지만 고용 증가세는 미미했고, 에너지·운송·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압력도 지속됐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일(현지시간) 공개한 경기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에서 “7월 초 이후 경제활동이 완만하게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12개 연방준비은행 관할 지역 가운데 10곳에서 경제활동이 소폭에서 완만한 수준으로 증가했고 나머지 2곳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다.
직전 7월 베이지북에서는 11개 지역이 소폭에서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1개 지역은 변화가 없다고 보고한 바 있다.
연준은 향후 몇 달간 경기 전망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높은 에너지 가격과 정책 변화, 국제 분쟁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업종별 기업 심리는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지출은 전체적으로 소폭 늘었다. 고가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비교적 견조했지만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 역시 높아졌다.
자동차 판매는 소비심리 부진과 높은 연료 가격, 금융비용 상승 등의 영향으로 대체로 약한 흐름을 보였다. 반면 관광 활동은 증가했고 항공업계에서는 항공료 상승에도 수요가 강한 것으로 보고됐다.
제조업 활동은 대부분 지역에서 개선됐다. 특히 방위산업과 데이터센터 관련 주문이 제조업 수요를 뒷받침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주거용 건설도 전반적으로 증가한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신규 프로젝트가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클리블랜드 연은 관할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와 국방 관련 지출에 힘입어 제조업 수요가 강하게 증가했다.
시카고 연은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와 대형 프로젝트가 비주거용 건설의 중심을 차지했다. 일부 현지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없었다면 건설업 경기가 상당히 부진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는 전력 수요에도 영향을 미쳤다. 캔자스시티 연은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 개발로 전력 수요가 역사적으로 강한 수준을 나타냈다. 일부 기술기업들은 전력 가격보다 얼마나 빠르게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노동시장은 상대적으로 약했다. 연준은 전체 고용이 “매우 소폭”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12개 지역 가운데 3곳은 완만한 고용 증가를, 4곳은 소폭 증가를 보고했고 나머지 5곳은 변화가 없었다.
제조업과 건설업, 일부 서비스업에서는 노동 수요가 양호했지만 소매와 숙박·외식업에서는 인력 수요가 감소했다.
숙련 기능직과 기술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는 기업들의 보고도 이어졌다.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엇갈렸다. 일부 지역에서는 AI 관련 인력 채용이 늘어난 반면 자동화와 생산성 향상으로 초급 및 행정 업무를 중심으로 인력 수요가 감소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임금은 대부분 지역에서 완만한 수준에서 적당한 수준으로 상승했다. 특히 제조업과 건설업의 숙련 노동자 부족이 임금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물가 압력도 지속됐다. 12개 지역 가운데 8곳에서 가격이 적당한 수준으로 상승했고 2곳에서는 완만한 상승세가 나타났다. 나머지 2곳 중 한 곳은 소폭 상승, 다른 한 곳은 강한 상승세를 보고했다.
이전 조사와 비교하면 가격 상승 속도는 8개 지역에서 비슷했고 3개 지역에서는 둔화했다. 상승 속도가 빨라진 지역은 1곳에 그쳤다.
특히 제조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투입비용 부담이 높게 나타났다. 에너지와 운송비를 비롯해 금속과 석유화학제품 등 원자재 가격이 광범위하게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매업과 제조업에서는 관세 영향에 대한 언급도 계속됐다. 의료 및 보험 비용 상승 역시 기업들의 부담 요인으로 꼽혔다.
다만 일부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이 커지면서 비용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충분히 전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베이지북은 오는 15~16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공개됐다. 연준은 지난 7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다.
최근 연준 내부에서 인플레이션이 2% 목표를 충분히 빠르게 향하지 않을 경우 추가 긴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번 베이지북은 성장과 물가, 고용이 서로 엇갈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경제활동과 제조업은 완만하게 확장한 반면 고용 증가세는 제한적이었다. 기업들의 비용 압력은 여전히 높았지만 물가 상승 속도가 빨라진 지역도 제한적이었다.
이에 따라 9월 FOMC를 앞두고 연준은 경기의 견조함과 남아 있는 물가 압력, 약한 고용 증가세를 함께 고려해 추가 금리 인상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베이지북은 지난달 24일까지 수집된 정보를 기반으로 작성됐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