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기존의 흑자규모 1위였던 올해 2월의 231.9억달러, 2위였던 25년 12월의 187.0억달러를 대폭 웃도는 수치다.
경상수지 2000년대 들어 두 번째로 긴 35개월 연속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경상수지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는 3월 중 350.7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기존 1위였던 올해 2월의 233.6억달러보다 117.1억달러나 더 많은 것이다.
■ 이미 알고 있었던 3월 경상수지 역대 최대 흑자
3월 경상수지의 역대 최대규모 흑자는 대부분 추론할 수 있었다.
이미 발표된 통관기준 3월 수출이 866.3억달러로 전년동월대비 49.2%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통관기준 3월 수출은 2월(674.1억달러) 수치와 작년 3월(580.6억 달러)를 크게 웃돈 상황이었다.
3월엔 반도체와 정보통신기기의 고공행진이 이어진 데다 석유제품, 화공품, 승용차 등도 증가로 전환해 수출이 특히 힘을 받은 상태였다.
통관기준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49.8% 급증했고, 컴퓨터 주변기기(SSD)는 167.5%, 무선통신기기는 13.1% 증가했다. 비IT 품목에서는 석유제품이 69.2% 늘었고 화공품(+9.1%), 철강제품(+5.9%), 승용차(+1.1%) 등도 증가했다.
통관기준 3월 수입은 603.9억달러로 전년동월에 비해 13.2% 증가했지만 수출 증가율에 크게 못 미쳐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를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 한은이 발표한 경상수지 기준 수출은 943억2천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6.9% 증가했다.
반도체와 컴퓨터 주변기기 등 정보기술(IT) 품목의 높은 증가세가 이어진 가운데, 조업일수 확대와 석유제품 가격 상승 영향으로 비IT 품목도 증가세로 전환한 영향이다.
수입은 592억4천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7.4% 증가했다. 자본재 수입 증가 흐름이 이어진 가운데 원자재 수입도 화공품을 중심으로 6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한편 통관기준(무역수지)은 상품이 우리나라의 관세선(국경)을 통과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 관세청이 주관하며 수출 신고가 수리된 날짜를 따른다.
경상수지 기준(상품수지)은 상품의 소유권이 이전(Change of Ownership)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 한국은행이 국제수지표(BOP)를 작성할 때 사용하며, 대금이 지급되거나 실제 소유권이 넘어간 때를 기록한다.
예컨대 선박은 건조에 수년이 걸려 관세선은 나중에 통과하지만, 대금 결제에 따라 소유권이 먼저 넘어가면 경상수지에 먼저 잡히게 된다.
■ 4월 경상수지의 양호한 흐름도 '기정사실'
이미 발표된 통관기준 4월 수출은 859억 달러(전년동월비 48.0% 증가)다.
수입은 621억 달러(전년동월비 16.7% 증가)로 무역수지는 238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무역흑자는 역대 4월 수치 중 최대였다.
3월 무역흑자 잠정치는 4월 초 257.4억달러로 발표된 뒤, 확정치는 262억달러로 소폭 상향된 바 있다.
월간 무역수지 데이터는 매달 1일에 잠정치를 발표하고, 그 달 15일 이후에 확정치를 발표한다.
4월 흑자는 3월보다는 약간 적지만 상당히 큰 규모임을 알 수 있다.
월간 수출이 800억 달러를 넘은 것은 지난 3월 처음이었으며, 4월에도 수출이 8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두 달 연속 800억 달러를 넘어선 수출 때문에 4월 경상수지 흑자 역시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경상수지 데이터는 통관 데이터보다 약 35~40일 정도 뒤에 발표된다.
■ 반도체가 판 키운 한국의 수출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AI 수요 급증과 메모리 가격 급등이 맞물려 크게 늘어났다.
통관기준 잠정치 기준으로 정부는 올해 1월 205억 달러(전년비 102.7% 증가), 2월 251억달러(160.8%), 3월 328억 달러(151.4%), 4월 319억달러(174%)를 발표했다.
3월에 반도체 월간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300억달러를 돌파한 것이며, 4월에도 두 달 연속 3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반도체 수출은 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13개월 연속으로 갈아치운 상태이며,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을 넘어선 상태다.
사실상 반도체가 한국 수출을 끌고 나간다는 평가가 나올 수 밖에 없다.
■ 외국인 배당 대폭 나가는 4월..그러나 경상수지 양호한 흐름..향후 전쟁 여파 확인 필요성도
통상 4월에는 외국인 배당 지급 증가로 본원소득수지가 적자로 전환되면서 경상수지도 꽤 영향을 받곤 했다.
하지만 올해엔 반도체 수출이 워낙 좋은 흐름을 보이는 등 무역수지의 흐름이 양호해 경상수지도 다시금 '큰 수치'를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김영환 한국은행 경제통계1국장은 "통상 1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상품수지 흑자가 축소되는 계절성이 있지만 올해는 예상보다 강한 수출 호조 속에 상품수지 흑자폭이 큰 폭으로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1분기 전체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737억8천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크게 확대된 수준이며 3분기 연속 최대 흑자였다.
김 국장은 "3월 상품수지는 상품수출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면서 2개월 연속 최대 흑자 기록을 경신했다"며 "반도체와 컴퓨터 주변기기 중심의 IT 품목 호조 속에 비IT 품목도 조업일수 확대와 석유제품 가격 상승 영향으로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반도체 수출가격과 물량 흐름을 보면, 현재로선 중동 사태가 반도체 호조를 크게 흔들 정도는 아닌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다만 향후 미-이란 전쟁 여파를 면밀히 살펴봐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도 거론하고 있다.
김 국장은 "미국-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영향이 4월 상품 수출입에 일부 나타나고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전체 흐름을 흔들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에너지류 수입 가격 상승과 물류 차질 영향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 3월 통관수입에서는 원유와 가스가 도입 시차 영향으로 아직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4월 이후에는 가격 상승과 물류 차질 영향으로 상품수입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4~5월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가격 상승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연간 경상수지에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