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호의 채권산책] 부도에 대한 두려움
김형호 CFA(한국채권투자운용 대표)
기사입력 : 2026-04-27 09:00
[김형호 CFA(한국채권투자운용 대표)] 채권투자위험은 크게 금리상승위험과 신용위험으로 나눌 수 있다.
신용위험은 다시 부도위험, 신용등급 하락위험, 신용스프레드 확대위험으로 구분한다.
기간Match로 투자할 경우 금리상승위험, 신용등급하락위험, 신용스프레드확대위험은 없어지고 부도위험만 남는다.
국공채는 주로 기간Mismatch로 투자하기 때문에 금리상승위험, 회사채는 기간Match로 투자하기 때문에 부도위험이 중요하다.
“금리상승위험”은 Duration과 Convexity로 측정할 수 있고, 금리민감도분석을 통해서 시나리오별 투자결과를 미리 알 수 있다.
반면, “부도위험”은 비정형적, 비대칭적이어서 일목요연하게 분석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금리상승위험을 Homogeneous(동질적)하다고 하고, 부도위험을 Heterogeneous(이질적)하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IMF Bail-out 이후 무담보·무보증채가 발행되었기 때문에 미국, 유럽보다 신용채권 투자경험이 적다.
그동안 대우그룹, 삼성자동차, 현대건설, Hynix반도체, 웅진홀딩스, STX그룹, 동양그룹, 동부건설, 포스코플랜텍, 한진해운, 현대상선, 대우조선해양, 태영건설, 홈플러스 등이 부도났다.
부도사실은 언론에 크게 보도된다.
그러나, 부도 후 회수율에 대한 정보는 거의 제공되지 않아 투자자들이 필요 이상으로 부도에 대해 공포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전자공시 등에서 채무조정 내용을 확인하고 회수율을 계산해 본 소수의 전문투자자들은 부도위험을 이용해서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2015.1.2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동부건설을 예로 들어 보자.
당시 회사채 발행잔액은 다음과 같다.
- 244회(공모) 455,573,000원 (풋옵션을 신청하지 않은 잔액)
- 252회(공모) 542,048,000원 (풋옵션을 신청하지 않은 잔액)
- 257회(공모) 43,000,000,000원
- 259회(사모) 40,000,000,000원
2014년 하반기 내내 동부건설 유동성문제가 제기되었고, 244회와 252회는 대부분 Put Option을 행사해서 상환 받았다.
Put Option 기회를 놓친 244회와 252회를 제외하면 일반투자자 대상으로 발행한 부도채권은 257회 430억원이다.
필자회사는 동부건설 부도 후 257회가 4,000원(액면 10,000원)까지 하락해서 적극적으로 매입하려고 했으나 총거래량의 3분의1 정도만 매입할 수 있었다.
자산운용회사의 젊은 펀드매니저보다 더 빠른 속도로 매입하는 투자자들이 있었다.
최대한 좋은 가격에 최대한 많이 매입하려고 매수호가를 제시하지 않은 채 매물이 나오면 매입했는데, 다른 투자자들도 그렇게 하고 있었다.
무언의 가격담합을 하고 누가 빨리 Key-in 하는지 경쟁하는 것 같았다.
매입한 257회는 회생계획에 따라 채무조정을 했고, 출자전환주식 매도를 포함해서 약70%의 투자수익을 올렸다.
필자가 동부건설 257회(부도채권)를 매입한 것은 동부건설의 자산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업회생절차에서 담보자산은 회생담보권자에게 우선 배분하고 무담보자산은 회생채권자에게 배분한다.
동부건설의 경우 회생담보권 금액이 크지 않아서 257회의 가치가 상당히 높았다.
회사채가 부도나더라도 “발행회사의 자산가치가 크면 회수율이 높”고, 자산가치가 적으면 회수율이 낮다. (Asset is everything)
회사채 투자자가 “매출채권의 건전성”, “재고자산의 가치”, “관계기업 및 종속기업의 가치”, “유·무형자산의 가치” 등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회사마다 신용위험이 다르고 회수율이 다르기 때문에 부도사례를 많이 분석하면 할수록 더 정확하게 회수율을 예측할 수 있다.
2023.12.28일 “금융채권자협의회에 의한 공동관리절차”(워크아웃)를 신청한 태영건설의 회수율을 살펴보자.
동사의 공모회사채는 68회 1,000억원으로 발행조건은 다음과 같다.
- 신용평가등급: A(stable) (발행당시 기준, 부도직전에는 A-(negative))
- 발행일: 2021.7.19일
- 만기일: 2024.7.19일
- 표면금리: 2.59%(3개월 후급)
2021.5.15일 공시된 동사의 분기보고서(Q1 2021, 연결, 발행시점) 상의 재무상태는 다음과 같다.
- 자산: 3,721,047백만원
- 부채: 3,056,801
- 자본: 664,246
- 부채비율: 460.19%
신용평가등급 A(stable)를 감안하면 부채비율이 상당히 높다.
책임준공, 채무인수 등 직·간접적인 보증을 감안하면 부채비율은 더 높아진다.
부도 이후 공시된 동사의 재무상태(2023년말, 연결)는 다음과 같다.
- 자산: 4,640,488백만원
- 부채: 5,080,708
- 자본: ∆440,220
- 자본 완전잠식
2024년6월 이행된 태영건설의 채무조정은 다음과 같다.
- 기존주식 무상감자: 대주주 100대1, 일반주주 2대1
- TY홀딩스(대주주) 금융채권 3,349억원 신종자본증권으로 전환
- 무담보금융채권 50% 출자전환(주당 2,310원), 나머지 50%는 만기연장(2027.5.30일까지) 및 이자감면(연3.0%)
- 보증채무 현실화금액을 충당부채로 인식하고 무담보금융채권과 동일하게 채무조정(TY홀딩스는 100% 출자전환)
채무조정으로 TY홀딩스 지분율이 58.22%가 되었다.
2024년말과 2025년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720.17%, 541.95%로 여전히 높지만, 영업손익은 +206억원, +527억원으로 회복세에 있다.
태영건설 부도 이후 동사의 68회 회사채를 8,000원에 매입한 투자자의 회수율을 계산해보자.
출자전환 주식의 보호예수 해제일(2025.9.12) 종가는 1,724원이었다.
이 가격에 매도했다면 출자전환 주식의 회수율은 74.95%이고, 잔존 회사채를 포함하면 액면 10,000원당 총회수율은 87.4%가 된다.
87.4% = 74.95% * 0.5 + 50%(회사채) (3% 이자가 지급되므로 할인하지 않았다)
투자수익률(절대수익률, 기간수익률)은 +9.25%이다.
+9.25% = +7.4/80(원금)
지금까지 출자전환 주식을 매도하지 않고 있다면 기대회수율은 93.8%이고, 평가수익률(기간수익률)은 +17.25%이다.
93.8% = 2,025원(2026.4.24일 종가)/2,310원 * 0.5 + 50% (액면금액의 93.8% 회수)
+17.25% = 13.8/80
부도는 Event of Default(EoD)를 의미하고 Default(채무불이행), Bankruptcy(파산보호), Debt Restructuring(워크아웃), 감사의견거절(Covenant 위반) 등을 포함한다.
우리나라는 연간 30개 내외의 상장회사가 부도나는데 그 사유는 감사의견거절이 가장 많다.
부도발생 이후 파산(또는 청산)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대부분 회생한다.
기업회생 방법은 워크아웃, 기업회생절차가 대표적인데 워크아웃과 기업회생절차의 중간 성격인 ARS(자율구조조정지원) Program, P-Plan(pre-packaged bankruptcy plan, 사전조정제도), Stalking Horse Bid(인가 전 M&A를 위한 조건부 투자계약)가 있다.
ARS Program과 P-Plan은 회생절차개시 결정 전에 채무조정을 하는 것이고, Stalking Horse Bid는 회생절차개시 이후에 M&A를 통해서 회생한다는 차이가 있다.
워크아웃은 채권금융기관 역할이 크니까 대기업에 적합한 제도이고, 규모가 적은 코스닥 기업은 회생법원 안에서 이루어지는 ARS Program, P-Plan, Stalking Horse Bid를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투자자들이 “회사채 부도”에 필요 이상의 공포심을 갖는 데는 회수율에 대한 정보부족이 크지만 부도관련 용어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IMF로부터 달러를 차입하는 것을 “IMF Bail-out”이라고 한다.
영국은 1976년에 IMF Bail-out을 받은 경험이 있고, 최근 재무장관과 야당 당수가 “IMF Bail-out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것이 BBC에 보도되었다.
BBC의 보도에도 불구하고 영국 금융시장 반응은 무덤덤했다.
프랑스 재무장관도 “IMF Bail-out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했지만 이 발언으로 프랑스 금융시장이 흔들리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IMF Bail-out을 “IMF 구제금융”이라는 용어로 사용하고, 심지어는 “국가부도”라고도 한다.
Entity(단체)가 어려움을 겪을 때 스스로 치유하면 Bail-in, 외부의 도움으로 치유하면 Bail-out이라고 한다.
IMF로부터 USD를 대출받아서 정상화하는 것이니까 “IMF Bail-out”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회사채는 Bail-in으로 회생해야 하니까 “자산의 가치"가 중요하고, Bail-in할 때 적용하는 법률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과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을 알아두면 좋다.
회사의 자산상태를 꼼꼼히 분석하고 Bail-in 절차를 이해하고 있다면 “부도위험”을 투자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김형호 CFA(한국채권투자운용 대표) strategy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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