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미-이란 전쟁 따른 금통위원들의 물가·경기 '동시 고민'...무게추는 물가로 기울 듯
장태민 기자
기사입력 : 2026-04-29 11:10
사진: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뉴스콤 장태민 기자] 전날 공개된 4월 금통위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들은 미-이란 전쟁에 따른 물가 상방압력과 성장 하방압력을 모두 우려하면서 '당분간 금리 유지 필요성'에 방점을 찍었다.
금통위원들은 중동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과 공급망 차질, 환율 변동성 확대 등으로 정책 판단의 난이도가 크게 높아졌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위원들은 한국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상당히 큰 만큼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지켜보자'는 입장을 보였다.
시장에선 중앙은행 속성상 물가와 성장 모두가 문제가 될 때는 인플레이션 제어가 우선이어서 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둘 수 밖에 없다는 평가들도 보인다.
■ 금통위원들, '물가 상방압력' VS '성장 하방압력' 고심
A 금통위원은 "향후 통화정책은 당분간 사태 추이를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지켜보는 가운데 기조적 물가흐름과 성장경로의 변화 가능성, 금융안정 상황 등을 점검하면서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중동전쟁 이후 성장의 하방압력과 물가의 상방압력이 증대되고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향후 중동사태의 지속기간과 범위, 국내 물가와 성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B 금통위원도 "통화정책은 성장과 물가경로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중동 상황의 전개와 그에 따른 국내경제 영향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정책방향을 신중히 결정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성장의 하방압력과 물가의 상방압력이 확대된 가운데 중동상황의 전개양상에 따른 전망경로의 불확실성도 크게 높아졌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C 위원은 "중동사태에 따른 유가 상승 등 공급망 충격이 성장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향후 기준금리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도 "중동전쟁에 따른 공급충격으로 인해 성장 경로의 하방 리스크는 증대된 가운데 물가는 상방압력이 가중되면서 어느 때보다 통화정책의 신중한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 금통위원, 경기·물가 동시 고민 속 물가에 좀더 무게 두는 모습들도
A와 B, C 위원이 '물가와 성장'을 모두 우려하면서 면밀히 상황을 지켜보자고 했지만, 물가에 더 우위를 두는 모습도 보였다.
D 위원은 "성장은 하방, 물가는 상방 압력을 받는 것이 불가피하지만, 그 정도가 기조적인 것일지 여부는 중동 분쟁의 확전·장기화 가능성 등 전개 양상에 따라 크게 변화할 수 있어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성장 측면에서는 예상을 넘는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와 추경 편성 등 확장적 재정 기조가 경기 위축 우려를 일정 부분 완충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따라서 현시점에서는 우선적으로 물가·환율·금리와 같은 가격변수의 변동성에 더욱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D 위원은 "앞으로 당분간은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에 초점을 맞추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성장, 물가, 금융안정 등을 모두 봐야 하지만 물가 우선순위를 강조하는 모습은 또 있었다.
E 위원은 "글로벌 공급 충격의 지속 기간과 영향, 기대 인플레이션 및 기조적 인플레이션 흐름의 변화, 주요국 통화정책의 향방, 그리고 정부 정책대응의 영향 등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물가, 성장, 금융안정 간의 상충관계를 감안해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통화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물가안정"이라며 "경제주체의 기대 인플레이션 안정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노력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공급 측 충격에 상당히 취약하다.
금통위원들은 따라서 공급 측 충격이 성장과 물가에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정책 대응이 힘들어졌다고 하소연하는 중이다. 물가, 성장 중 어느 쪽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지 가늠하기도 쉽지 않다고 본다.
그럼에도 물가에 다소 기울어진 모습들은 확인되고 있다.
F 위원은 "일단 공급측 충격을 완충시키는 대책과 함께 웨이트 앤 시(wait-and-see)의 자세로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총수요로 대응할 경우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심화될 수 있으며, 최근의 시장금리 상승은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을 일부 반영하고 있다"면서 "그 동안의 물가안정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실물 경제가 어려워지면 대응 여력이 제한적인 저소득층이 더 큰 고통을 받기에 이에 대한 선별적 지원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지만, 취약 계층은 인플레이션의 위험에도 가장 크게 노출돼 있는 만큼 물가의 흐름 또한 면밀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환율과 고유가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시차를 두고 확산된다. 중동지역의 상황, 경제의 성장 경로 및 물가 추이를 지켜보고 향후 기준금리의 변경 여부를 고려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 1분기 GDP 서프라이즈와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움직임...결국 우리도 금리 올려야
이런 가운데 지난주 발표된 국내 GDP는 놀라운 수치를 보여줬다.
한은이 23일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치)은 전기 대비 1.7%나 증가했다. 이는 2020년 3분기(2.2%)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6% 성장해 2021년 4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 경제가 일단 1분기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기 때문에 통화정책은 경기보다 물가에 보다 집중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도 보인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금통위원들이 전쟁에 따라 물가, 경기 중 어디에 방점을 찍을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1분기 GDP 서프라이즈를 감안할 때 인플레이션 제어에 방점이 찍힐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어제 일본도 금리 추가 인상을 예고했으며, 유럽 등 다른 나라들도 금리를 올려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한국이라고 다를 이유가 없다"고 했다.
고다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임금 인상률 확대 국면에서 유가 상승의 2차 파급효과에 대한 우려로 기저 인플레이션이 2%에 근접할 위험이 확대됐다"면서 "BOJ는 6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00%로 25bp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영숙 국제금융센터 선진경제부장은 "일본은 수입물가 상승이 가속화돼 중기 기대 인플레가 역대 최고수준으로 뛰었다"면서 "전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엔저가 6월 금리 인상을 촉구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일본의 금리 추가 인상이 멀지 않은 가운데 유럽 쪽도 만만치 않은 분위기다.
ECB가 집계한 지난 3월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4.0%로 전월보다 1.5%포인트나 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23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3년 기대 인플레도 3.0%로 0.5%포인트 올라 지난 2023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형성했다. 영국에선 유가 상승 우려와 정치적 불확실성이 겹쳐 금리가 뛰었다.
간밤 독일과 영국의 2년물 국채 금리는 7bp 내외로 뛰는 등 통화긴축 관련 긴장감이 커진 모습이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한 가운데 국내 금통위 역시 물가에 무게를 두면서 금리인상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관점이 강화된 상태다.
운용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일단 한국이 올해 하반기 중 2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