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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은 수장 되는 세계적 경제석학 신현송...이미지 고정 거부하는 '매파 총재'

장태민 기자

기사입력 : 2026-04-15 13:56

15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15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콤 장태민 기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15일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을 향한 '도덕성 비판'에 대해 사과했다.

다만 해외에 오랜 기간 거주하는 과정에서 한계가 있었다면서 이해를 구했다.

신 후보자는 "신상 문제로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쳐 대단히 송구스럽다"면서 "외국 생활을 하면서 행정처리를 잘못한 불찰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개인적) 이익을 추구한 고의적 행위는 없었다"면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국경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신 후보자는 큰 문제 없이 차기 한은 총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간에서 그를 '합리적 매파', '실용적 매파' 등으로 평가하기도 한 가운데 신 후보는 한은 본연의 임무인 '물가 안정'을 강조했다.

현재 한국의 성장과 물가 모두가 문제가 있는 가운데 신 후보자는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둘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신 후보자는 "상충될 때는 무게중심을 잡는 게 중요하다"면서 "한국처럼 유가에 민감한 나라는 물가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다만 실용적 매파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이분법으로 매파, 비둘기파로 나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 세계적 석학, 한국은행 총재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월 22일 차기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을 지명했다.

신 후보자는 글로벌 경제학계나 국제 경제기구 등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와 더불어 '가장 유명한 한국 경제학자 2인'에 속하는 인물이었다.

사실 4년전 이창용 후보가 한은 총재가 될 때 신 후보자 역시 강력한 후보였다.

결과적으로 한국계 경제학자들 중 글로벌하게 가장 유명했던 두 사람이 모두 한은 총재를 거치게 된 것이다.

신 후보는 특히 일각에서 노벨 경제학상 후보자로 거론할 정도로 학문적 성과를 쌓은 인물이었다.

이날 청문회에서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거시금융론에서 신현송이 가장 탁월한 사상가라는 평가가 있더라.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어야 하는 사람이란 평가도 있었다"는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애덤 투즈(Adam Tooze) 콜럼비아 대학 교수는 "2022년 노벨경제학상은 벤 버냉키가 아닌 신현송 국장에게 수여됐어야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현대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역동성과 실물 경제 사이의 복잡한 연결고리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한 학자는 신현송이었다"고 했다.

세계경제가 B/S(balance sheets) 네트위크로 엮여 있다는 신현송의 이론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발생한 '레포 런'과 같은 금융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극찬했다.

■ 그를 실용적 매파로 보는 건 '합리적'...신 후보자, 주변의 매파 이미지 고정 시도에 '거부감' 표시

시장이나 주변에서 신 후보를 '매파'라고 인식했던 이유는 그의 과거 발언 때문이다.

신 후보자는 지난 2024년 7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기대가 불안정해지면 이를 낮추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 이 경우 기대가 안정적일 때보다 훨씬 강력한 통화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또 2022년 9월엔 G20 컨퍼런스에선 "인플레이션은 한 번 시작되면 더 많은 항목으로 번지고 서로 상호작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도 한은이 물가 안정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중동전쟁이 얼마나 지속될지 등을 봐야 한다고 했다.

신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중동사태가 일시 충격이면 통화정책적 대응이 없지만, 오래 지속돼 기대 인플레이션, 근원 물가에 반영이 되고 전반적인 인플레로 이어지면 통화정책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공급 충격이 와서 인플레이션이 올라가는 건 당연하다"면서 "올라간 물가가 지속될 것인가 등이 중요하다. 충격이 지속되면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이창용 총재가 강조해온 가계부채 축소에 대해선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도 드러냈다.

신 후보자는 "가계부채는 한국이 타개할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라며 "가계부채는 금융안정 뿐 아니라 성장에 직결된다. 부채가 많으면 소비가 타격을 입는다"고 말했다.

그는 "가계부채는 GDP대비 80~85%를 임계치로 본다. 비율이 80% 밑으로 내려오면 성장을 발목 잡는 요소가 안 될 수 있다. 하지만 80% 이상에 머무르면 성장에 악영향을 준다"면서 통화정책만으로도 해결이 안 되고 거시건전성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은 내부에서도 그를 '매파'로 보는 시각이 엿보인다.

한은의 한 팀장급 직원은 "신 후보자는 인플레 기대감이 번지기 전에 대응해야 한다는 점 등을 거론해 온 사람"이라며 "당연히 매파적인 성향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 후보자는 이날 자신이 매파 등 특정 성향으로 고정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신 후보자는 자신의 과거 발언을 두고 매파로 지칭하는 것과 관련해 "당시는 2022년 러우전쟁 언론 인터뷰 때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그 때는 선제 대응을 하는 게 맞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반드시, 항상 같은 방법으로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통화정책은 경제, 금융상황을 감안해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 채권시장도 '매파' 인증?

채권시장에서도 신 후보자가 물가, 금융안정 등을 거론하자 그를 매파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나타났다.

A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신현송 차기 한은 총재가 오늘 청문회에서 말을 조심하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물가 안정을 강조했다"면서 "신 후보자의 매파적인 발언도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B 증권사 딜러도 "일단 오늘 시장 반응에선 신현송이 매파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 후보자가 교과서적이고 '무난한 답변'을 했다면서 매파로 넘겨짚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보였다.

C 증권사 중개인은 "신 후보자는 오히려 시장이 자신의 성향을 지레짐작하는 것은 원치 않았다"면서 "오늘 청문회에서 딱히 그가 매파성을 드러낸 것은 없는 것같다"고 말했다.

레버리지(부채) 연구자 신현송

신현송 후보자는 영국 이매뉴얼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옥스퍼드에서 학사, 석사, 박사를 마쳤다.

학계와 정책 현장을 모두 거치면서 국제금융 분야에서 이름값을 높였다.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교, 옥스퍼드 대학교, 런던 정치경제대학교(LSE) 교수를 거쳐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영란은행(BOE) 고문, 뉴욕 연방준비은행 금융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글로벌 통화정책 흐름에 관여했다.

2010년 이명박 정부 당시 대통령실 국제경제보좌관으로 발탁돼 서울 G20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 설정을 주도하기도 했다.

신 후보자는 당시 외환 거시건전성 3종 세트를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도입하는 데 앞장섰다.

자신의 전문 연구 분야인 '비핵심 부채(Non-core liabilities)' 이론을 정책으로 구현했던 것이다.

신 후보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전 자산가격 버블과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미리 경고하기도 했다.

금융 시스템 내의 '레버리지 사이클'과 '대차대조표 전염' 이론을 정립한 인물이었던 만큼 이런 고찰이 가능했다.

이후 2014년부터 BIS 조사국장(수석이코노미스트) 및 경제보좌관으로 임명돼 세계 중앙은행들의 경제분석과 정책 방향을 총괄하는 역할을 했다.

그런 뒤 이번에 고국의 중앙은행 총재에 오르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한 베테랑 직원은 "한국 출신 글로벌 경제학자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 한은 총재가 된다"면서 "하지만 한국 냄새는 가장 덜 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창용 총재가 된장 냄새 나는 '국제인'이었다면, 신현송 차기 총재는 그야말로 '검머외'(검은 머리 외국인)에 가깝다"면서 한국 물정을 잘 모르는 사람이어서 우려도 된다고 주장했다.

오후 2시부터는 신현송 한은 총재 후보 청문회의 오후 세션이 시작된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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