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신한투자증권은 5일 "주식시장이 거칠게 조정 중이지만 침체와 유동성 위기는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노동길 연구원은 "KOSPI 8.8% 하락, PER 8배 구간 진입은 이익과 경기 하강을 반영한 레벨"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전날 KOSPI와 KOSDAQ은 각각 8.8%, 11.3% 폭락했다.
미국 7월 고용 부진과 엔화 강세에 따른 캐리 트레이드 청산, 중동 지정학 우려 재발을 변동성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지난주 금요일 국내 주식시장 변동성 대비 미국 시장 내 한국물(MSCI Korea ETF) 변동성은 상대적으로 덜했으나 당일의 급격한 조정을 피하지 못했다.
노 연구원은 "지수 하락세가 워낙 빨랐던 탓에 유의미한 밸류에이션 기준점(PER 9.5배 디스인플레 구간 하단, PBR 0.9배 변동성 구간 1차 지지선)을 하향 돌파했다"면서 "현재 지수는 실적 추정치 하향을 기정사실화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전일 기준 KOSPI 12MF PER은 8.0배다(FnGuide 기준).
그는 "주목할 만한 사실은 과거 KOSPI PER 8.5배 이하 진입 시 이익 추정치 하향으로 직결됐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2018년 10월, 2020년 3월, 2022년 6월이다. KOSPI PER 8.5배 이하 진입은 주가의 단순한 언더슈팅이라기보다 이익 추정치 하향 및 경기 둔화를 반영한 움직임이었다.
그는 따라서 "이번 KOSPI 조정은 이익 추정치 조정으로 다시 한번 이어질 수 있다. KOSPI 12MF EPS에 점차 과잉이 끼고 있었던 만큼 미국 경기 불확실성은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추정치 하향 조정을 자극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노 연구원은 "추정치 하향이 시작되면 지수 방향성은 PER에 달렸다. 2018년 10월과 2022년 6월은 PER 반등 지연에 따라 지수 횡보 구간을 길게 지속했다"고 밝혔다.
다만 2020년에는 달랐다. 유동성 방출 효과에 따른 PER 상승은 V자 형태의 지수 회복을 이끌었다.
따라서 현재 구간에서 관건은 연준 통화정책의 개입 여부라고 진단했다.
그는 "금리 인하 사이클에 따른 유동성 효과와 리스크 프리미엄 안정화는 PER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반대로 통화정책 결정 지연 시 점차 EPS 둔화에 따라 지수 레벨 다운 후 횡보 구간을 길게 가져갈 수 있다"고 밝혔다.
주식시장이 통화정책 의존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다만 9월 FOMC(공개시장위원회) 이후 중기적 전망에 가깝다.
단기적으로는 8% 내외 변동성을 기록한 이후 과거 패턴에 주목해 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2000년 이후 KOSPI 일간 변동성 8% 이상 사례는 전일까지 8차례 존재했다. 닷컴 버블, 금융위기, 팬데믹 등 굵직한 변동성 사건들이 중심에 있었을 때다.
KOSPI는 8% 변동성 이후 바로 회복하기보다 2주가량 추가 횡보 기간을 가졌다. 이후 평균 5% 반등한 뒤 다시 변동성 상승 패턴을 보인 바 있다.
노 연구원은 "평균과 중간값 기준 KOSPI 변동성 정점 통과 이후 회복은 1~1.5개월 경과 이후였다. 과거 패턴은 8% 조정 이후 V자 형태 반등보다 완만한 형태로 변동성 완화 경로를 밟았다"면서 "1~1.5개월 이후 패턴은 연준과 FOMC 결과에 의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주가 폭락 본질은...
노 연구원은 "본질적인 지수 조정 원인은 미국 경기 의구심"이라며 "고용지표를 거쳐 소비 경기 둔화 우려를 키웠다"고 밝혔다.
미국 Citi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는 올해 4월부터 하락세를 보인 바 있다. 제조업 지수 후퇴 및 고용지표 모멘텀 약화가 누적돼 7월부터 경기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그는 "그럼에도 고민은 남는다. 지나치게 큰 KOSPI 변동성"이라며 "미국보다 일본, 대만, 한국 등 미국 경제권역에 위치한 주식시장 낙폭이 상대적으로 더 컸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출을 미국에 의존하고 테크 비중 높다는 점도 닮았다. 변수는 크게 두 가지"라고 밝혔다.
첫째, 침체 가능성을 반영했는가 여부라고 했다. 본격적이지는 않지만 일부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 중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침체 반영 조짐은 채권시장 강세 중 장단기 금리 차 상승에서 찾을 수 있다(bull-steepening). 과거 장단기 금리 차 정상화는 경기 침체로 즉각 이어졌던 바 있다"면서 "다만 완전히 침체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정황은 선물금리에 내재된 통화정책 기대 때문"이라고 밝혔다.
금융시장은 내년 9월 3.25% 기준금리를 전망 중이다(CME Fedwatch). 침체를 반영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중립금리 수준을 상회하기 때문에 아직은 높아 보인다고 했다.
둘째,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과거 유동성 경색 시 주식시장 낙폭이 커졌던 바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시장 지표들을 고려하면 유동성 경색 조짐을 뚜렷하게 찾기 어렵다. 무엇보다 현재 주식시장 하락이 실물지표 하강보다 서베이 지표 하향에 상당 부분 의존한 상태다.
그는 따라서 "현재 주식시장은 경기 침체와 유동성 위기에 따른 조정이었음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지만 최악을 가정할 필요도 없는 상황"이라며 "KOSPI, KOSDAQ 변동성 원인은 국내 주식시장 수급 환경에서 찾는다"고 밝혔다.
전일 KOSPI 수급은 외국인 주도였다. 외국인은 KOSPI를 1.5조원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장중 KOSPI200 선물 매도도 확대했던 바 있다(현물 시장 종료 후 순매수 전환).
이들은 금융투자 차익거래 수급을 경유해 국내 주식시장 변동성을 키웠다. 기관 수급은 별다르게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투신과 보험, 연기금은 각각 234억원, 179억원, 2,358억원 순매수에 나섰으나 충분치 못했다. 개인은 1.7조원 저가매수에 나섰으나 지수 낙폭을 고려하면 후행적 대응이었다.
노 연구원은 "주가 조정과 KOSPI200 선물 미결제약정 증가는 숏포지션 설정 확대로 해석할 수 있다. 매도 우위"라며 "수급 상황은 당장 지수 방향성에 우호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연준의 시장 개입은 현재로서 투자자들이 기댈 만한 변수이지만 당장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금융시장 낙폭이 아직 연준 개입을 불러올 정도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2010년 이후 연준은 S&P500 고점대비 20% 하락 국면에서 개입해왔다. 대표적으로 2011년(오퍼레이션 트위스트), 2018년(금리 인상 중단 시사, 자산축소 종료), 2020년(제로금리로 긴급 인하,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이다.
2022년 전까지 연준은 S&P500의 20%대 낙폭 구간에서 예외없이 개입했다. 2022년 이후 빈번한 주식시장 조정은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 역할 때문이다. 실물 경기가 아직 급격하게 위축되지 않았다는 점도 연준 개입 가능성을 낮추는 요소다.
그는 "이벤트 관점에서 기대할 만한 때는 8월 22~24일 예정된 잭슨홀 미팅"이라며 "금융시장의 급격한 조정이나 실물 경기 하강이 빠르게 현실화되지 않을 경우 긴급 개입 가능성도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9월 FOMC 전 금융시장이 느낄 리스크 프리미엄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자리라고 평가했다.
노 연구원은 "잭슨홀 미팅에서 투자자들은 좋은 기억을 많이 가졌다. 연준이 통화정책 변곡점 도달 전 잭슨홀 미팅을 즐겨 사용했다는 경험칙도 있다"면서 "정책 개입 의사를 확인한다면 PER 위주 안정세를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주식시장 조정 본질은 미국 경기 의구심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본질적 우려가 해소되기 전까지 유의미한 반등은 지연될 수 있다. 7월 ISM(공급자관리협회) 서비스업 지수는 51.4로 시장 기대치를 앞섰지만 경기 의구심을 완전히 지우지 못했다"면서 "주식시장은 무질서한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낮춘 정도로 해당 지표를 해석했다"고 밝혔다.
그는 "본질적 우려를 해소하기 전까지 회복은 지연된다. 여기에 한국 주식시장 내 수급 공백은 외국인 순매도 규모보다 격한 지수 하락을 불러오고 있다"면서 "의사결정 관건은 밸류에이션"이라고 밝혔다.
KOSPI 요구수익률이 ROE를 상회할 가능성 높은 상황에서 PBR 1배 정당성은 낮아졌다고 밝혔다. 실적 하향 정도를 당장 가늠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그는 "PBR 1배 이하 밸류에이션 상황은 계속될 수 있다"면서 "반등 실마리는 경기 우려 완화에서 찾아야 하며, 당장은 변곡점 도달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금으로선 추가 입수 데이터를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