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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기이한 총선

장태민 기자

기사입력 : 2024-04-09 15:49

자료: 최근 총선 투표율, 출처: 선관위
자료: 최근 총선 투표율, 출처: 선관위
[뉴스콤 장태민 기자] 2024년 총선은 기이한 선거 이벤트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내분에 휩싸여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벌인 뒤 '누가 자책골을 덜 넣었나'로 국민의 선택을 받게 된다.

여와 야를 막론하고 선량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자들 면면은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마저 받고 있다.

각당은 무능한 자, 지방 호족, 국민 위에 군림하고 싶은 공무원 출신 법조인, 범죄 피의자나 성 도착자, 친중·종북 인사 등을 이번 선거판의 주요한 말로 내세웠다.

어쩌다 한국민들은 이렇게 형편없는 자들을 '모시고' 살아야 하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차라리 일반 직장인들 중 제비뽑기를 해서 선량을 선출하는 게 더 나았을 것이다.

후보자들은 몇 주 동안만 국민들에게 엎드리면 4년간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있는 특권을 쥐게 되는 부러운 운명을 타고 났다. 그리고 이제 하루 남았다.

어리숙한 한국 국민들은 '잠시' 주인인 채 행동하기도 하지만 결국 이들의 밥이 될 신세다.

먹고 살기 힘들어진 언론들은 다시금 우매한 대중을 향해 '국민이 주인'이라고 치켜 세우면서 싸구려 감정에 아첨하는 보도로 밥벌이를 하고 있다.

■ 국민의힘, 자기편 죽이기...그리고 '분열'

이번 선거 운동에선 여와 야 모두 지기 위한 게임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우선 국민의힘의 선거 전략은 내분 확대, 그리고 지지층 죽이기로 요약할 수 있었다.

국민의힘은 과거 민주당 인사로 볼 수 있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선거 지도부를 꾸려 민주당에 맞서는 기이한 전략으로 선거에 대비했다.

아주 비상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면 정석에서 벗어난 전략을 쓰는 건 위험하다.

예컨대 장기를 둘 때 차(車)와 포(包)가 전력의 핵심이다.

말(馬)과 코끼리(象)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면상장기는 일반적인 장기꾼들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이 아니다. 말과 코끼리를 앞세우면 가장 화력이 좋은 차와 포의 활용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비대위원장 한동훈은 선거 지도부 핵심 인사로 과거 친민주당 인사들을 등용했다.

그는 민주당 인재의 산실이 돼 버린 참여연대에서 오랜기간 활동하다가 국민의힘으로 온 김경률, 386 운동권 중 가장 유명한 인사 중 한 사람인 함운경 등을 내세워 선거 마케팅을 했다.

국민의힘 전통 지지자들로서는 뜨악해 할 수 밖에 없는 진용을 꾸려 선거에 대비했으니 일이 순리대로 풀릴 수가 없었다.

한동훈은 이미 자신의 비서실장으로 김형동을 선택해 많은 '알만한 사람'들로부터 질타를 받기도 했다. 김형동은 간첩활동으로 구속된 전 민주노총 조직국장 석권호의 친구였기 때문이다.

대통령과의 관계도 틀어진 것처럼 보였다.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동생으로 여겼을지 모르나, 한동훈은 그저 좋은 직장 상사였던 대통령에 맞서 자신의 세를 구축하는 데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는 이들 대리인의 감정 싸움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부산 수영구에 나온 장예찬이 윤 대통령, 정연욱이 한 위원장의 대리인이라는 점은 정치 고관여층들이 볼 때는 자명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국힘 텃밭 부산에서 민주당 유동철에게 국회의원 뱃지를 내주는 데 동의한 것처럼 보였다. 단일화만 하면 쉽게 이길 수 있는 게임을 야당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주고 있다. 자신들의 생명줄이 달린 게임에서도 참으로 유치하게 게임을 했다.

무엇보다 국힘은 자신들의 지지자들이었던 의사 집단마저 적으로 돌리는 이상한 전법을 썼다.

의대 증원 2천명이 마치 금과옥조인 것처럼 선동하면서 자신의 지지층을 박살내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더군다나 한국 의료시스템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에겐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매우 위험해 보였지만, 무조건 자신만 옳다고 외쳤다.

이 정책은 민주당에 비례대표를 신청한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실 김윤의 작품이었다. 이러다보니 윤석열은 민주당을 기반으로 하는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상식적인(!) 사람이 볼 때 이번 선거 국민의힘 전략은 '지기위한' 몸부림이었다.

■ 민주당, 자기편 죽이기...그러나 '단합'

민주당의 전략은 국민의힘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민주당도 국민의힘처럼 내분이 심했다. 친명 대 비명의 갈등이 극심했던 것이다.

민주당은 한국 정치사에 '팬클럽' 문화를 확산시킨 조직이다. 정책적 지향점이 아니라 특정 인물 중심의 구도를 만든 정당이다.

이번 선거에선 친명으로 대표되는 개딸(개아들)과 같은 이재명 홍위병 조직과 문꿀오소리(달빛기사단)과 같은 문재인 지지그룹이 크게 갈등했다.

명파는 살아남고 문파는 파문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내부 갈등이 증폭돼 국힘이 반사익을 얻을 수 있는 구도였으나 정부와 국힘은 이를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

홍위병 조직도 없는 주제에 대통령실은 현실 인식 없이 권력을 투사하는 재미에 푹 빠졌으며, 결국 이길 수 있는 찬스도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다른 점은 내부적 갈등이 심했음에도 적 앞에서는 단결할 줄 안다는 점이었다. 한 가지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반명'이라는 이유로 경선에서 탈락한 박용진은 그래도 민주당을 밀었다.

박용진은 이재명과 대립각을 세웠다는 이유로 민주당 주류세력으로부터 화를 입었지만,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미래를 기약했다.

박용진은 수모를 당한 뒤에도 민주당 후보자들 지원 유세에 나섰다. 눈앞에 있는 떡고물은 놓쳤지만 미래의 더 큰 떡고물을 기약할 줄 아는 영민함이 있었다.

민주당은 또 '큰 형님'으로서 범야권에게 떡고물을 던져주면서 규합할 줄 알았다.

헌법재판소가 반국가단체로 판단해 해산시킨 통진당의 후신인 진보당에게도 상당한 지분을 내주면서 승리에 초점을 맞출 줄 아는 현실감이 있었다.

민주, 국힘 모두 형편 없는 정당들이지만 이런 구도에선 민주당이 이기는 게 그리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 더욱 질 낮은 귀족들이 몰려온다

국회의원은 냉정히 얘기해 한국 사회의 귀족이다.

그들은 몇 주만 국민의 종복인 채 연기를 하면 한국 사회의 가장 힘있는 사람이 된다.

하지만 이들은 평범한 사람들보다 더 부도덕하면서도 특별한 능력은 없는 사람들이다.

문제는 이들이 각종 제도를 바꾸는 권력이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배를 산으로 몰고 가는 장기도 가지고 있다.

여당, 야당 모두 무능한 데다 도덕적 기준까지 한 없이 낮다. 장삼이사보다 못한 자들이 다시금 이 나라의 권력을 쥐는 것이다.

4.10 총선, 여당과 야당의 희비가 갈리겠지만 누가 예상보다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더라도 한국경제는 이들의 난도질이 두렵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역대 가장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데다 부도덕한 선량들을 구경했지만, 22대 총선에선 이들 보다 한술 더 뜨는 천박한 부류들이 몰려오고 있다.

한국사회를 지켜내고자 하는 성실한 사람들이라면, 모두 긴장해야 할 때가 왔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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