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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재정준칙과 예타손질

장태민 기자

기사입력 : 2022-09-13 15:38

[뉴스콤 장태민 기자] 지난 5년간 매년 재정적자가 100조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재난과 문재인 정부의 통큰 재정정책 등이 맞물린 결과였다.

덕분에 한국은 올해 1천조원이 넘는 국가채무를 보유하게 됐다.

지난 5년 많은 사람들이 재정정책과 관련해 안타까움을 토로해 왔다.

수년간 많은 사람들이 납득하지 못했던 부분은 건전재정을 강조하던 사람들 조차 권력을 잡자 '한국은 재정이 너무 건전해서 문제'라는 식으로 나온 점이었다.

사실 국가재정을 산수의 문제로 보지 않고 '우리편'의 정치적 목적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의 관점으로 봐온 측면이 있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재정 확대도 재정 축소도 모두 절대선과는 무관하나, 최근 수년간 확장 재정은 마치 절대선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그 덕분에 IMF 마저 한국의 부채 증가속도를 염려할 정도로 재정사정이 빠르게 악화됐다.

최근 수년간 코로나19로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제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때다.

■ 한국과 튀르키예만 신경 안 썼던 재정준칙

사실 박근혜 정부가 끝나기 전 민주당에서도 재정준칙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OECD 38개 회원국 중 재정준칙을 도입해 보지 않은 나라가 한국과 튀르키예 정도 뿐이었으니 '국민세금 잘 쓰는 원칙'에 관심을 갖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코로나를 핑계로 이 원칙을 뒤로 미루다가 문재인 정부 후반부에 재정준칙이 발의됐다.

지난 2020년 12월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뒤 작년 2월에 기재위에 상정됐다. 하지만 작년 11월 소위 논의 뒤 지금은 계류돼 있는 상태다.

준칙이 단순명쾌해야 함에도 식이 복잡했다. 또 통합수지 적자 3% 기준은 '너무 나이브하다'는 식의 비판도 받았다.

재정준칙 한도를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규정해 이 문제를 가볍게 보는 듯한 분위기도 풍겼다. IMF에 따르면 준칙 도입국의 60% 이상이 법률, 심지어 헌법에 준칙의 근거를 둔다.

기존 준칙의 유예기간도 적지 않은 논란을 부른 바 있다. 예컨대 3년 유예기간을 둬, 또 다시 돈 써야할 이유가 생기면 정부가 쉽게 재정을 늘리겠다는 식으로 나오지 않을까하는 의심을 잠재우지 못했던 것이다.

■ 재정적자 줄이고 세계잉여금에서 빚 더 갚겠다

올해 5월 정권이 바뀐 뒤 윤석열 정부는 재정준칙을 보다 긴축적으로 수정했다.

기본적으로 수지한도를 관리하지만, 국가채무가 특정비율을 초과할 경우 수지한도를 축소토록 했다.

엄격한 재정건전성 관리를 위해 통합수지에서 관리수지로 활용 지표를 바꿨다. 관리수지 통제가 채무관리엔 보다 효과적인 게 사실이다.

관리수지는 통합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수지(국민, 사학, 산재, 고보)를 뺀 것으로, 한국의 경우 아직 복지제도 미성숙으로 상당기간 사보수지 흑자가 발생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셈이다.

GDP 대비 통합수지와 관리수지 적자 비율을 보면 2020년 각각 3.7%, 5.8%, 2021년 1.5%, 4.4%, 2022년 3.3%, 5.1%로 관리수지 적자가 컸음을 알 수 있다.

새 정부는 이제 관리수지 적자를 3% 이내로 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관리수지 적자가 GDP의 5% 수준이지만, 앞으로는 코로나 이전 수준인 3% 이내로 크게 개선하겠다고 다짐했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2019년 2.8%에서 2020~2021년엔 4%대 중반~5%대 후반으로 커졌다.

정부는 또 국가채무 60%를 좀더 확실하게 '위험선'으로 설정했다.

EU 회원국 등 가장 많은 나라들이 채무기준으로 60%를 채택하고 있으니, 한국이 이런 정도의 노력을 하는 게 크게 특별한 것은 없어 보인다. 다만 최근 부채 증가속도가 상당히 빨랐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정부는 임기 중 채무비율은 50% 중반 수준에서 막는다는 방침이며, 일단 부채가 60%를 넘어설 경우 더욱 타이트하게 빚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다.

정부는 또 나라살림을 사는 과정에서 못 쓰고 돈는 남으면 빚을 더 갚는다는 입장도 보이고 있다.

예컨대 세계잉여금 처리와 관련한 국가재정법을 개정해 채무 상환에 좀더 비중을 두겠다고 한다.

아무튼 법 통과 시 처음 편성하는 예산, 즉 2024년 예산부터 이 준칙을 적용하게 된다. 9월 재정준칙 법제화를 위한 국가재정법이 개정안이 발의되고 정기국회 논의를 거쳐 올해내 법제화를 추진한다.

■ 논란 많았던 예타 손질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제도 개편 방안도 내놓았다.

지난 1999년부터 대규모 신규 재정사업에 대한 예타제도가 운영 중이나 최근 '조건을 너무 낮췄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예타 평가항목에서 '경제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자 비판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즉 경제적 타당성이 낮고 시급하게 필요하지도 않은 사업에 세금을 너무 쓴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기재부는 "지난 5년간 예타면제 증가 등에 따라 예산 낭비를 사전에 방지하는 예타 본래의 목적이 약화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했다.

예타가 부처의 자율적 사업추진과 조사참여를 제한하고 조사지연으로 시급한 사업추진이 저해되는 등 경직적이라는 문제제기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엄격한 예타제도 운영을 통해 예산낭비를 방지하는 재정 문지기(Gate-Keeper)로서 예타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최근 5년간 예타 면제가 크게 늘어 재정에 대한 걱정이 커졌던 것도 사실이다.

면제 규모를 보면 2008~2012년 90개 사업, 61.1조원에서 2013년~2017년 5월 94개 사업, 25.0조원으로 규모가 크게 줄었다.

하지만 이후 5년(17년 6월~22년 4월)간 149개 사업, 120.1조원으로 면제사업 규모가 대폭 증가했다.

불명확한 예타 면제 요건 덕분에 면제 사업이 급증하다 보니 '정치적으로' 예타제도를 활용하고 있다는 의심들도 있었다. 아울러 예행연습 없이 바로 본격적인 사업을 하면서 나라 살림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던 게 사실이다.

정부는 "최근 상당수 대규모 복지사업이 시범사업 없이 본사업을 추진했다"며 "특히 복지사업은 일단 재정이 투입되면 사업 중단이 어려운 비가역적 특성이 있어 신규사업 추진 여부 판단시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물론 한국의 지역별 격차를 감안하면 예타와 관련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소멸을 시작한지 오래된 한국 '수도권외 지방'의 경우 경제성이 높지 않아 예타를 통과하기 쉽지 않고, 결국 지방은 영원히 소외받다가 없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불길한 예감도 든다.

한국은 전세계 꼴찌 출산율 덕분에 젊은층이 소멸 중인 나라다. 제2의 도시라는 부산은 '노인과 바다'의 도시가 되면서 자조(自嘲)에 시달리는 실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뻔히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사업에 예타 기준을 완화하거나 면제해 미래 세대에 더 큰 부담을 남기지는 말아야 한다.

미래 경제성도 확대하면서 지역도 살리라고 우리는 정책가들을 크게 대우해주면서 동시에 큰 짐도 맡겨 놓은 것이다. 물론 이런 기대조차 사치스러워 보일 때가 많지만 말이다.

(장태민 칼럼) 재정준칙과 예타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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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재정준칙과 예타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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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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