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이란과 걸프 국가들이 호르무즈 해협의 새로운 해상 항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개최할 예정이었던 외무장관급 회의가 막판 연기됐다.
바레인이 불참을 선언한 데 이어 일부 역내 국가들이 회의 개최에 반발하면서 참가국 간 이견을 조율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해진 것으로 보인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AFP 등에 따르면,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은 이날 오후 11시께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합의 도출을 위해 내일 살랄라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역내 회의가 연기됐다"고 밝혔다.
알부사이디 장관은 "우리는 역내 안정과 지속적인 협력을 뒷받침하는 대화를 촉진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만 외무부도 역내 안보와 안정을 뒷받침할 지속가능한 이해에 도달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위한 적절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회의를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회의 개최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회의는 당초 14일 오만 남부 도시 살랄라에서 이란과 이라크, 걸프 국가 외무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었다.
이란과 오만이 협의해 온 호르무즈 해협의 새로운 상업용 선박 안전 항로가 핵심 의제였다.
이란 파르스뉴스는 이란과 오만 정부가 공동으로 회의 연기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란 외무부 당국자는 일부 역내 국가들이 회의 연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회의 개최를 둘러싼 걸프 국가들의 반발은 앞서 표면화했다. 바레인은 지난 12일 이란의 걸프 지역 기반시설 공격 등을 문제 삼으며 "이란과 외교관계가 복원되기 전에는 이란이 참여하는 어떠한 회의에도 당사자로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참을 선언했다.
바레인은 호르무즈 해협이 차별이나 통행료, 별도의 허가 없이 개방돼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최근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의 충돌이 격화하면서 사우디의 회의 참석 여부도 불확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의 새로운 항로를 둘러싼 이란과 걸프 국가들의 입장 차이가 회의 연기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은 회의 연기가 발표되기 직전까지도 예정대로 개최될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영국에 본사를 둔 아랍권 매체 알아라비알자디드와의 인터뷰에서 바레인을 제외한 걸프 국가 등 7개국이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가장 중요하고 사실상 유일한 의제가 "호르무즈 해협의 새 해상 항로 문제"라며 이란과 오만이 합의한 새로운 항로 개설 방안을 참가국에 설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란 외무부도 지난 11일 회의 개최 계획을 발표하면서 역내 현안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업용 선박의 안전 항로 지정에 관한 이란·오만 협상 결과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서 수수료를 징수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지만 오만은 이에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란 국영 매체 IRIB는 최근 이란 게슘섬 인근 해역에서 상선이 "적의 공격"을 받아 1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이란도 지난달 30일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기뢰 설치용 로켓발사대를 타격한 이후 무력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이란과 걸프 국가들의 회의에 대해 "나는 상관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달린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가 개최 하루 전 전격 연기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항로와 원유 수송 정상화를 둘러싼 역내 협상도 일단 미뤄지게 됐다. 회의 재개 시점과 걸프 국가들의 참여 여부가 향후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정상화와 국제유가 흐름을 좌우할 변수로 주목된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