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년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과 2월 2.0%를 기록한 뒤 3월 2.2%, 4월 2.6%로 상승폭을 키웠다.
그런 뒤 5월 3.1%, 6월 3.2%로 높아졌으나 7월엔 2%대로 회귀한 것이다.
국가데이터처는 "서비스, 공업제품, 농축수산물 및 전기·가스·수도가 모두 상승해 전체적으로 2.8%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전월 대비 CPI는 8개월만에 하락세로 전환됐다.
전월비로는 서비스가 상승했지만 전기·가스·수도, 공업제품, 농축수산물이 하락해 전체적으로 0.2% 떨어졌다.
근원물가는 전년비 2%대 중반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오름폭을 약간(0.1%p) 높였다.
식료품및에너지제외지수는 전년동월대비 2.6%, 전월대비 0.4% 상승했다.
농산물및석유류제외지수는 전년동월대비 2.5%, 전월대비 0.1% 올랐다.
금융시장에선 물가상승률 둔화, 혹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물가 흐름 등에 따라 과도한(?) 금리인상 부담에선 벗어났다는 평가들도 보였다.
■ '당국이 누른' 헤드라인 물가
헤드라인 물가 상승률이 2%대로 둔화된 데엔 당국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
당국 정책효과에 따른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상승세 둔화가 물가 상승률을 낮춘 것이다.
물가 상승률이 2%대로 회귀한 가장 큰 이유는 7차 석유제품 최고가격 인하(6월 27일 리터당 150원↓)를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3%p 낮췄기 때문이다.
석유류 가격 상승률은 전년비 24.7%에서 15.5%로 낮아졌다.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률6월 3.2%에서 7월 0.9%로 둔화됐다.
석유류의 물가상승 기여도는 6월 0.9%p에서 7월 0.6%p로 내려왔으며, 농축수산물 기여도는 0.2%p에서 0.1%p로 낮아졌다.
이지호 한은 부총재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가격 상승률이 최고가격 인하로 전월대비 큰 폭 낮아지고 농축수산물도 정부 물가안정 대책 등으로 상승률이 둔화되면서 2.8%를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당분간 세금을 통한 물가 누르기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재경부는 "석유 최고가격 운영 등 석유류 가격안정과 함께 농축수산물 할인지원, 수입·공급 확대 등을 위한 '추석 민생안정대책'도 차질없이 마련해 9월 중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 근원 물가 상승폭 확대와 8월의 '기술적' 상승 압력
근원 물가의 전년비 상승률은 6월의 2.5%보다 높아진 2.6%를 나타냈다.
항공료, 여행비 등 여행관련 서비스가격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가운데 IT기기, 전기자동차 등 내구재가격 오름폭이 확대된 영향이 작용했다.
이지호 부총재보는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비중이 높은 생활물가 상승률은 2.5%로 큰 폭 낮아졌으나 근원물가는 비용 충격 전이 등으로 내구재가격 오름폭이 확대되면서 상승률이 소폭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도에 있었던 일부 이동통신사의 대규모 통신요금 할인 기저효과에 큰 영향을 받아 7월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부총재보는 "향후 소비자물가는 중동전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정부 물가안정 대책이 하방요인으로 작용하겠으나, 비용충격의 전이, 수요측 압력 확대 등으로 근원 품목들이 높은 상승률을 지속할 것"이라며 "경계심을 가지고 물가상황을 점검해 나걸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당국의 관리 덕분에 물가 상승률이 둔화된 사실을 홍보하면서 작년 통신비 할인에 따라 8월엔 다시 물가가 올라간다는 점도 알렸다.
이형일 재경부 차관은 "지난주 발표된 유로존 7월 물가가 에너지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상승세가 확대(6월2.8→ 7월2.9%)된 것과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는 물가상승세가 완화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는 그러나 "중동전쟁 불확실성과 함께 작년 통신비 일시 할인에 따른 기저효과, 폭염 등 이상기후 영향, 식품가격 등 물가 상방리스크가 상존하고 있어 향후 상방압력을 최소화하고 민생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전부처가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작년 8월 한달동안 시행됐던 일시적 휴대전화비 할인으로 인해 올해 8월 휴대전화비 상승률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약 0.8%p나 높이는 기저효과로 작용한다면서 긴장했다.
정부는 따라서 당분간 적극적으로 먹거리 물가, 식품 가격 등에 개입할 계획이다.
우선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해 7월부터 시행중인 역대 최대규모 농축수산물 전품목 할인행사를 8월에도 지속하고, 공급 및 가격안정을 위해 계란·고등어 등 수입을 차질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산물은 8월부터 고등어 뿐만 아니라 갈치·오징어도 가격 상승시 정부가 직접 수매후 할인 방출하는 등 적극 대응해 나갈 예정이다.
이상기후에 대응해 채소류·양식어류 등 폭염·폭우 민감품목 동향을 철저히 모니터링해 신속 대응하는 한편, 식품업계와의 소통을 지속하는 가운데 물류·원재료 수급 등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식품가격 인상요인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했다.
■ 물가와 8월 정책금리 결정...헤드라인 둔화 vs 코어 상승
채권시장에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달만에 2%대로 둔화되자 8월 금리인상은 쉬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들도 나왔다.
A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CPI가 2%대로 둔화되고 유가도 하락하면서 8월 금리 인상은 물건너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주가가 폭락하고 달러/원 환율도 크게 빠져 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오늘 물가까지 동결에 힘을 실어줬다"고 평가했다.
B 증권사 딜러도 "코스피가 7월 폭락에 이어 8월에도 회복에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환율도 이미 1,500원 불안에선 벗어난 데다 미-일 환 개입 공조 영향도 있다"면서 "오늘 물가도 예상보다 낮게 나온 만큼 이달 금리 인상은 없을 듯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 의해 낮아진 CPI 헤드라인을 과대평가해선 안 되고 물가 압력 자체를 봐야 한다면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도 찾을 수 있다.
C 딜러는 "신현송 한은 총재가 근원물가를 보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힌 상태"라며 "총재가 반도체 가격, 근원 물가를 중시한다면서 같이 이를 점검하자고 했다"고 상기했다.
그는 "총재 말대로 반도체 가격, 근원 물가 등을 보면 8월 연속 인상이 자연스러운 상황"이라며 2%대로 낮아진 헤드라인에 무게를 둘 때가 아니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