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처음 열린 고위급 후속 협상에서 60일 이내 최종 합의 도출을 위한 로드맵 마련에 합의했다. 협상 초반 강한 신경전이 이어졌지만 호르무즈 해협 안전 통항과 레바논 전선 관리 방안 등 핵심 현안에서 일정 부분 진전을 이루면서 협상 동력이 유지되는 모습이다.
22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 협상 대표단은 전날부터 이날 새벽까지 스위스 뷔르겐슈토크에서 약 18시간에 걸친 회담을 진행한 뒤 후속 협상 체계 구축과 최종 합의 로드맵에 합의했다.
중재국인 카타르와 파키스탄은 공동성명을 통해 "양측이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분위기 속에서 고무적인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가장 주목되는 성과는 고위급위원회 설립이다.
양국은 기존 종전 MOU 이행 상황과 향후 협상 과정을 감독할 고위급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미국과 이란의 수석 협상대표들은 정기적으로 위원회에 협상 진행 상황을 보고하며 핵 문제와 제재 해제, MOU 이행 점검, 분쟁 해결 등을 담당할 실무그룹을 지휘하게 된다.
고위급위원회는 향후 60일 안에 최종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세부 로드맵을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양측은 이번 주 남은 기간에도 스위스에서 기술적·실무적 협상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최근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던 호르무즈 해협 문제와 관련해서도 진전이 있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의 안전한 항행을 보장하기 위한 메커니즘을 미국과 마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카타르와 파키스탄도 공동성명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기 위해 양측 간 소통 채널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레바논 전선 관리를 위한 별도 기구도 설치된다.
양측은 레바논이 참여하고 카타르와 파키스탄이 지원하는 '분쟁 완화 기구'를 신설해 휴전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군사 충돌 재발을 방지하기로 했다.
이는 최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충돌이 재연되면서 미국·이란 협상 자체가 흔들렸던 점을 감안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란 측은 제재 완화와 경제 정상화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회담 직후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며 "이란의 석유 및 석유화학 제품 수출 제한이 완화됐고 일부 동결 자산도 해제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 재건과 개발을 위한 대규모 계획도 시작됐다"며 "레바논 전쟁 종식을 위한 중재 과정에서도 진전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은 협상 개시 직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 발언으로 한때 파행 위기를 맞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헤즈볼라를 통제하지 않을 경우 추가 공습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고, 이에 반발한 이란 대표단이 회담 도중 자리를 떠났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이후 양측은 물밑 협상을 이어갔고, 결국 고위급위원회 설치와 호르무즈 해협 관리 메커니즘 구축, 레바논 분쟁 완화 기구 설립 등 구체적인 합의사항을 도출하며 협상을 지속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합의가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종전 MOU를 실제 이행 단계로 발전시키기 위한 첫 제도적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우라늄 농축 제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대이란 제재 해제 범위, 호르무즈 해협 운영 방식 등 핵심 쟁점은 여전히 남아 있어 향후 60일간 이어질 협상이 최종 합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