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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삼성전자 몰락 속 한국경제 비관론에 베팅해야 한다는 채권맨들

장태민 기자

기사입력 : 2024-10-23 14:11

[뉴스콤 장태민 기자] 최근 미국 금리 상승에 국내 금리도 오르고 있지만, 채권시장에선 저가매수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한국경제 비관론에 베팅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일부에선 외국인 매도 속에 삼성전자 주가가 급락한 상황이 한국경제의 암울한 미래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보기도 한다.

올해 1분기 GDP가 예상을 크게 웃돌면서 양호한 수출에 대한 기대감이 이어졌지만, 삼성의 몰락과 함께 한국의 어두운 미래를 대비해 채권 선별 매수에 나서야 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은 것이다.

역대급 외국인 매도에 주저앉은 삼성전자...삼성이 키운 한국경제 비관론

현재 시점을 제외할 때 역대 가장 두드러진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도 기간과 금액은 2022년 3~4월이었다.

그 해 연속 순매도 기간은 3월 25일부터 4월 28일로 25거래일이었으며, 이 기간 외국인은 4조 4,217억원을 순매도했다.

하지만 최근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도 사태는 그 때를 훨씬 웃돈다.

외국인은 9월 3일부터 전날(22일)까지 30거래일을 연속 순매도했다. 매도 규모는 무려 11조 9,084억원에 달할 정도로 크다.

과거 역대 최장기간 매도 때의 강도를 2배 이상 웃도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AI 반도체 흐름을 읽지 못하고 기술에 뒤쳐진 뒤 3분기 어닝쇼크를 발표하자, 한국 대표기업이자 한국 주식시장 대표주인 삼성전자에 대한 비관론은 계속 이어지는 중이다.

올해 여름까지만 하더라도 주식시장의 애널리스트들은 입을 맞춘 듯이 '10만전자'를 부르짖었지만, 현재 투자자들이 당면한 현실은 '5만전자'다.

이런 주가 흐름을 주도한 세력은 외국인이었으며, 이들의 주식 매도에 따라 한국경제 비관론도 더욱 힘을 받았다.

투자자들이 경쟁력 저하를 노출한 삼성전자에 대해서만 의구심을 가지는 건 아니다. 코스피가 전날 2,600선을 내주고 고꾸라지자 한국 기업 전반의 사정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기도 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본부장은 "삼성의 문제도 있지만 많은 국내 기업들의 이익 사이클이 피크를 쳤다. 사실 국내 주식에 대해 계속 낙관론을 견지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장중 삼성전자 주가는 3% 넘게 뛰는 등 간만에 힘을 발휘하면서 6만전자에 다가서 보고 있다.

■ 한은 총재도 시사한 3분기 성장률 둔화

지난 14일 이창용 한은 총재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올해 1분기 성장률이 1.3%로 너무 높아서 성장률 전망 올렸만 그 때 너무 많이 올린 것 아닌가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총재는 "불확실성 커서 (성장률 전망이) 큰폭으로 조정될지 유심히 보고 있다"고 했다.

한은 국정감사 며칠 전에 열렸던 금통위에서도 한은 총재는 성장률 하향 가능성을 피력한 바 있다.

이달 11일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 후 이창용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면서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져 긴축 정도를 완화한는 게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총재는 "내수가 회복 중이라고 하더라도 잠재성장률보다 낮고 경제성장률 자체도 잠재성장률에서 크게 높지 않다"면서 불필요하게 기준금리를 너무 오랫동안 긴축적인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경제 성장률에 대해선 월 하순에 확인해 보고 판단하자고 했다.

총재는 "올해는 수출이 버티어서 2.4%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 3분기 성장률이 나온 뒤 11월 점검할 때 불확실성 영향을 봐야 한다"고 했다.

당시 총재가 꼽은 불확실 요인은 미국 대선, 미국 소프트랜딩 여부, 중국 경기, IT 경기였다.

■ 트럼프가 되면 한국경제 더 어려워진다는 관점

최근 미국 재정악화에 대한 전망으로 미국 금리가 뛰자 국내 금리도 덩달아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트럼프가 당선되면 한국경제는 더욱 타격을 입으면서 금리시장엔 좋은 일이 될 것이란 주장도 있다.

트럼프식 미국 제일주의가 한국과 같은 수출 중심 국가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채권시장에서도 트럼프발 채권 공급 증가 가능성과 한국경제 타격 가능성을 동시에 봐야 한다는 관점도 보인다. 트럼프 효과는 국내 금리시장에 양면적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의 채권딜러는 "미국에서 다시 미국채 금리 5% 주장이 등장하는 등 미국 재정악화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면서 "하지만 트럼프가 당선돼 중국에 관세 60%를 물리고 다른 나라에 보편 관세까지 물린다면 한국과 같은 수출 중심국가는 더욱 어려워진다"고 했다.

그는 "안 그래도 삼성전자 몰락 등 한국경제의 미래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트럼프가 말한 관세 효과만으로 GDP 성장률이 1% 이상 줄어든다는 주장도 있다"면서 "지금 금리가 오르는 때를 채권 저가매수 기회로 활용하는 게 나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 IMF의 한국과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

IMF는 우리시간으로 전날 밤 '10월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2.5%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7월 전망 때와 동일한 수치다.

현재 시점 각 기관의 올해 국내 성장률 전망을 보면 한은 2.4%, 정부 2.6%, KDI 2.5%, OCED 2.5% 등이다. 전체적으로 2%대 중반 성장으로 전망이 모아져 있다.

한국 경제는 다른 나라, 특히 미국과 중국 영향도 많이 받는다.

IMF는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을 0.2%P 상향한 2.8%, 중국 성장률 전망을 0.2%P 낮춘 4.8%로 제시했다.

IMF는 또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은 2.2%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7월 전망 때와 같은 수치다.

내년 미국 전망은 0.3%P 상향한 2.2%, 중국은 7월 전망 때와 같은 4.5%로 제시했다.

■ 채권시장의 경기둔화 기대...한은이 볼 때도 '합리적' 접근?

최근 미국 금리가 뛴 영향 등으로 이날 국고3년물 금리는 3%에 근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이 국채선물을 팔면서 한국 금리도 끌어올리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에선 내일 발표될 한국 GDP 속보치에서 '경기 둔화'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도 했다.

운용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외국인 선물 매도 부담만 크지 않다면 지금 금리는 충분히 저가매수할 수 있는 레벨"이라며 "또한 내일 3분기 GDP가 경기 둔화에 힘을 실어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선 채권시장의 경기 둔화 관점이 나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도 보인다.

한은의 한 직원은 "올해 1분기 GDP가 예상보다 너무 잘 나온 바 있다. 이후 이창용 총재도 전망치를 너무 올린 것 아닌가 살펴보고 있다고 말 한 바 있다"고 상기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볼 때 채권시장이 3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을 가능성을 감안하는 것은 꽤나 합리적인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은 전기비 1.3% 증가해 예상치를 두 배 남짓 웃돈 바 있다. 이후 2분기엔 1분기 반작용 등으로 0.2% 감소했으며, 3분기엔 0.5% 정도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이달 금통위 때 이창용 총재는 11월 기준금리 연속 인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3분기 GDP 데이터나 금융안정 관련 데이터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삼성전자 몰락 속 한국경제 비관론에 베팅해야 한다는 채권맨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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