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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AI 금융리스크 발생 가능성 크지 않지만 취약성 누적…韓 충격 전이 우려"

김경목 기자

기사입력 : 2026-10-27 14:12

한은 "AI 금융리스크 발생 가능성 크지 않지만 취약성 누적…韓 충격 전이 우려"
[뉴스콤 김경목 기자] 인공지능(AI) 산업의 급격한 투자 확대에도 대형 선도기업들의 양호한 재무상황을 감안하면 당장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한국은행의 평가가 나왔다. 다만 외부자금 의존도 상승과 부외금융 확대, AI 기업 간 순환금융 심화로 금융시스템의 잠재적 취약성이 누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글로벌 AI 공급망과의 연계성이 높아 향후 AI 산업에서 실물·금융 충격이 발생할 경우 그 영향이 과거보다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은행 조사국 국제종합팀 김윤경 과장과 왕재곤 조사역은 27일 공개한 'AI 산업 자금조달의 주요 특징과 리스크 평가' 보고서에서 "대형 선도기업의 양호한 재무상황으로 AI발 금융리스크 발생 가능성은 크지 않으나 장기금리 상승 국면에서 취약성은 점차 누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최근 AI 산업의 자금조달에서 외부자금 의존도 상승, 부외금융 증가, 공급망 내 금융연계 심화 등 세 가지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AI 투자비용 증가 속도가 수익성 개선을 앞지르면서 기업들의 외부자금 조달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오라클 등 5개 대형 하이퍼스케일러의 올해 1~9월 회사채 발행규모는 약 2,300억달러로 지난해 연간 발행액의 두 배를 웃돌았다.

이는 미국 국채 발행규모의 33%에 달하는 수준이다.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잔액에서 이들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9월 2.0%에서 올해 9월 4.8%로 높아졌다.

모건스탠리는 2025~2028년 하이퍼스케일러의 데이터센터 투자금액 2조9,000억달러 가운데 절반가량인 1조5,000억달러가 외부자금으로 조달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기업별 재무건전성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하이퍼스케일러는 양호한 이익창출력과 높은 신용도를 바탕으로 차입 증가에 따른 위험을 흡수할 여력이 있는 반면, AI 연산 인프라를 제공하는 네오클라우드 기업들은 높은 부채비율과 특정 고객에 편중된 매출구조로 금리 상승과 수요 둔화에 취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실제 올해 2분기 기준 총부채를 영업이익(EBITDA)으로 나눈 비율은 알파벳 0.6배, 마이크로소프트 0.7배, 아마존 1.3배, 메타 1.0배인 반면 코어위브는 10.6배, 네비우스는 121.5배에 달했다.

AI 인프라의 경제적 수명에 대한 불확실성도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보고서는 데이터센터와 GPU의 경제적 수명이 각각 15~20년, 4~6년 수준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기술혁신으로 자산가치가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하거나 수익화가 지연될 경우 기업들의 재무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무제표에 직접 드러나지 않는 부외금융 확대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AI 기업들은 특수목적기구(SPV)와 합작법인(JV)을 활용해 데이터센터 건설자금을 조달하고 장기 임차·구매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자금조달 부담을 분산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하이퍼스케일러의 합작법인형 프로젝트금융 채권 발행잔액은 올해 1,080억달러 이상에서 내년 3,000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이러한 거래가 기업의 설비투자를 장기간의 지급의무로 대체하는 '그림자 차입' 성격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익성이 악화되거나 담보자산 가치가 하락할 경우 기업뿐 아니라 관련 대출과 투자를 제공한 금융기관, 사모펀드 등 비은행금융기관으로 손실이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기업 간 투자와 구매계약이 맞물린 순환금융 구조도 주요 위험 요인으로 제시됐다.

하이퍼스케일러와 엔비디아 등이 AI 모델 개발기업과 네오클라우드에 투자하고, 자금을 지원받은 기업이 다시 투자자의 클라우드 서비스나 GPU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AI 모델 개발기업과 하이퍼스케일러, AI칩 제조사 간 순환금융 비중은 50% 이상으로 추정된다.

특히 하이퍼스케일러의 클라우드 수주잔고 가운데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주요 AI 모델 개발기업과 관련된 순환금융 비중은 약 40% 수준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이러한 구조가 실제 최종수요를 과대평가하거나 기업의 매출과 미래 수익성을 부풀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순환금융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매출이 기초여건과 괴리되면서 기업가치가 과대평가되고 금융시장의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다만 한국은행은 현재 AI 산업의 투자 확대를 과거 닷컴버블과 동일하게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AI 투자는 이미 체결된 계약과 실제 이용 증가에 기반하고 있으며 장기자금 조달 비중이 높아 과거와 같은 급격한 자금경색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설명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북미 주요 데이터센터 시장의 공실률은 1.4%에 그쳤으며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 용량의 80% 이상이 사전 임대된 것으로 추정됐다.

그럼에도 AI 수익화 지연이나 네오클라우드 등 취약기업의 부실이 현실화할 경우 자산가치 하락과 신용공급 축소, 금융기관 손실이 맞물리면서 충격이 증폭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AI 산업발 리스크의 예상 파급경로는 닷컴버블과 글로벌 금융위기의 특징을 공유한다"면서도 "실제 수요에 기반한 투자와 장기자금 조달 중심의 구조라는 점에서 과거 사례와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호조의 최대 수혜국인 우리나라는 글로벌 공급망과의 높은 연결성으로 인해 AI발 실물·금융 충격의 전이 강도가 과거보다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무여력이 충분하지 않고 정보의 투명성도 낮은 네오클라우드와 AI 모델 개발기업 등의 잠재적 위험과 파급 영향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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