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정부가 외국인이 해외에서도 원화를 자유롭게 거래하고 결제할 수 있도록 역외 원화결제 인프라를 구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원화 국제화 로드맵'을 19일 발표했다.
정부는 외환시장 24시간 개장에 이어 역외 원화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고 외환거래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해 원화를 규제통화에서 자유교환통화로 전환하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해외 투자자의 국내 자본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자본시장 선진화와 잠재성장률 제고를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재정경제부는 이번 로드맵이 ▲역외 원화거래 인프라 구축 및 외환제도 개선 ▲원화거래 수요 확충 ▲원화 유동성 공급 확대 ▲다층적 리스크 관리체계 구축 등 네 가지 축으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우선 외국인이 해외 금융기관에서 원화 계좌를 개설해 다른 외국인과 자유롭게 원화를 거래할 수 있는 '역외원화결제기관' 제도를 도입한다. 일정 요건을 갖춰 재경부에 등록한 해외 금융기관을 통해 국내 계좌 개설 없이 원화 예금·송금·결제가 가능해진다.
한국은행은 외국인 간 원화 거래의 최종 결제를 지원하기 위해 내년 1월부터 24시간 운영되는 '역외원화결제망'을 구축한다. 역외원화결제기관을 이용하는 외국인 간 원화 자본거래는 외환법상 사전 신고를 면제하고, 은행의 확인 의무도 최소화해 실시간 결제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정비한다.
정부는 지난 6일부터 시행된 외환시장 24시간 운영과 연계해 원화 거래의 시간·공간 제약을 모두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회계·과세 기준이 되는 매매기준율 산정 방식도 글로벌 관행에 맞춰 현행 시장평균환율(MAR) 방식에서 시간가중평균환율(TWAP) 방식으로 변경하고, 글로벌 벤치마크 환율(WMR) 편입도 추진한다.
외환거래 규제도 대폭 손질한다. 외국인 대상 원화자금 대출과 외화 차입 등 자본거래 사전신고 기준금액을 2배 이상 상향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일정 규모 이하 원화증권 발행은 사후보고 체계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외국환은행의 역내·역외계정 운용 규제도 합리화하고 복잡한 원화계정 체계 역시 통합·간소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디지털 금융환경 변화에도 대응한다. 원화 표시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유통·거래 근거를 마련하고, 한국은행 기관용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연계한 국채 토큰화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주도하는 디지털 국제결제 프로젝트인 '아고라(Project Agorá)'에도 정식 참여해 디지털 국제결제 표준 구축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외국인의 국내 자본시장 접근성 개선도 지속 추진한다. 정부는 MSCI 자본시장 접근성 개선 과제 25개 가운데 완료된 22개 과제의 시장 안착을 지원하는 한편 증권거래·결제 자동화, 투자자 등록 개선, 영문공시 확대 등 남은 3개 과제도 일정에 맞춰 완료하기로 했다.
또 외국인이 보유한 국채와 통안채의 담보 활용도를 높이고 역외 증권대차거래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외국 중앙은행과 국제금융기구 등의 국내 채권시장 접근성도 개선할 예정이다.
원화 사용 확대를 위한 경상거래 지원도 강화된다. 정부는 원화 결제 무역거래에 대해 정책금융 금리 우대와 무역보험 한도 확대를 검토하고, 주요 교역국과 자국 통화로 수출입 대금을 결제하는 현지통화 직거래(LCT) 체계도 확대하기로 했다. 통화스와프를 활용한 원화 무역금융도 점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는 원화 국제화에 따른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도 대비한다. 공공부문의 외화자산을 활용한 '제2의 외환보유액' 개념을 도입하고, 외환시장 안정화 정책과 외환건전성 관리체계를 재설계하는 한편 재정·통화·금융감독 등 거시경제 정책 간 유기적인 대응체계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형렬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은 "그동안 외환정책은 외환위기 예방을 최우선으로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이제는 원화 국제화를 통해 경제적 혜택을 적극적으로 누리는 방향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이 주저함 없이 원화를 보유하고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만들어 원화 자산 투자를 촉진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번 정책 전환은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