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1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오후 들어 1,490원 초반까지 하락하며 두 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 고조에도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중공업체의 대규모 달러 매도 물량이 이어지면서 수급이 환율 하락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달러-원 환율은 오후 2시48분 현재 전 거래일 서울장 종가(1,503.40원)보다 12원가량 내린 1,491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장중에는 1,486원대까지 저점을 낮추며 지난 5월 중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환율은 이날 1,500.00원에 출발한 뒤 장 초반부터 하락 압력을 받았다.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에 따른 대규모 달러 공급 기대와 한화오션 등 중공업체들의 선물환 매도 물량이 이어지면서 달러 매도 우위가 형성됐다.
재정경제부도 이날 외환시장 점검회의에서 주요 반도체·중공업 기업들의 선물환 매도 물량이 대규모로 출회되면서 외환시장 수급 불균형이 완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상반기 1천383억달러에 달한 무역수지 흑자를 바탕으로 하반기 외환수급 여건이 구조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주식도 원화 강세를 뒷받침했다. 전일 대규모 순매도에 나섰던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5조원 안팎의 순매수로 돌아서며 커스터디성 달러 매도 기대를 키웠다. 코스피도 0.6% 안팎 상승세를 나타냈다.
달러-엔 환율도 장중 162.2엔대로 소폭 하락했다. 일본 정부가 공적연금(GPIF)의 자산배분 재검토 가능성을 재차 언급하면서 엔화가 강세를 보인 점도 달러-원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환율 하단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재개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화물에 20%의 안전비용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미군도 이란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면서 국제유가는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의 매파적 발언 이후 미국 금리 인상 기대가 높아진 점도 달러화 약세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시장은 이날 밤 발표될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주목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중동 리스크와 유가 상승에도 시장의 관심은 기업들의 대규모 달러 공급에 집중되고 있다"며 "SK하이닉스와 중공업체 물량이 예상보다 꾸준히 나오면서 달러-원이 두 달 만에 1,480원대로 내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CPI 발표를 앞두고 변동성이 커질 수 있지만, 당분간은 실제 달러 공급 규모와 외국인 주식 수급이 환율 방향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며 "기업 매도 물량이 이어질 경우 1,480원대 안착을 시도할 수 있지만, 중동 리스크가 확대되면 낙폭은 일부 제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