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카타르 국영 에너지 기업 카타르에너지가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과의 액화천연가스(LNG) 장기 공급계약에 대해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다. 중동 전쟁 여파로 생산 차질이 현실화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불안이 한층 확대되는 모습이다.
24일(현지시간) 주요 매체들에 따르면 카타르에너지는 한국과 중국, 이탈리아, 벨기에 등 4개국과 체결한 일부 LNG 장기계약에 대해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불가항력은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 통제 불가능한 사태로 계약 이행이 어려울 경우 법적 책임을 면하기 위해 선언하는 조치다.
이번 조치는 지난 18~19일 이란의 공습으로 카타르 북부 라스라판(Laffan) LNG 생산 허브가 타격을 입은 데 따른 것이다. 해당 공격으로 카타르 전체 LNG 수출 능력의 약 17%가 마비된 것으로 전해졌다.
카타르에너지의 사드 알카아비 최고경영자(CEO)는 앞서 “이란의 공격으로 LNG 생산 라인 14개 중 2개가 손상됐다”며 “복구에는 최소 3~5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연간 약 1,280만톤의 LNG 생산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타르 측은 장기계약 특성상 공급 차질이 장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어 불가항력 선언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이번 조치는 불가항력 검토 가능성을 시사한 지 수일 만에 현실화됐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차단하면서 에너지 수송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점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유조선과 LNG 운반선 운항이 제한되면서 저장 시설 부족까지 겹쳐 생산 자체가 어려워지는 구조적 문제도 제기된다.
한국의 경우 카타르산 LNG 의존도가 일정 수준 있는 만큼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간 약 900만~1000만톤의 LNG를 카타르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이 중 장기계약 물량만 약 610만톤에 달한다. 공급 공백이 발생할 경우 현물 시장 조달 확대에 따른 비용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이번 사태는 LNG뿐 아니라 LPG, 콘덴세이트, 헬륨 등 에너지 및 산업용 원자재 전반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반도체, 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번 불가항력 선언이 단기적인 공급 차질을 넘어 중장기적인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중동 지역 긴장이 지속될 경우 에너지 시장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