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한국은행이 최근 민간소비가 회복 국면에 진입했지만 향후 증가 속도는 과거보다 완만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6일 한국은행 조사국 경기동향팀이 발표한 ‘과거 회복기에 비추어 본 현 소비국면 판단과 향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소비는 지난해 1분기를 저점으로 하반기 들어 빠르게 반등한 뒤 올해 들어서도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내구재와 대면 서비스 소비가 개선되며 소비 모멘텀이 강화되는 모습이다.
보고서는 2000년대 이후 소비 회복기를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하나는 위기 이후 억눌렸던 수요가 단기간에 급격히 분출되는 ‘급반등(pent-up)’형이며, 다른 하나는 거시경제 여건 개선을 배경으로 점진적으로 회복하는 ‘점진적 개선’형이다.
한은은 최근 소비 흐름이 두 유형의 특징을 모두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하반기 소비가 빠르게 반등한 모습은 급반등형과 유사하지만, 금리 인하 효과 누적과 반도체 중심 수출 증가, 증시 호조, 소비심리 개선 등은 과거 점진적 개선형 회복기에 나타났던 특징과 닮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이후 소비 흐름은 단기 반등 국면을 넘어 ‘점진적 개선형’ 회복 경로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한은은 평가했다. 금리 인하 효과 누적과 기업 실적 개선 기대, 정부의 정책 여력 확대 등이 소비 회복을 뒷받침할 요인으로 지목됐다.
다만 과거와 비교해 소비 확산의 파급력은 약해졌다는 점도 지적됐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 성장 구조로 인해 산업 간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수출 증가가 고용과 가계소득 확대로 이어지는 효과가 과거보다 약해졌다는 것이다.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 진작 효과 역시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가계부채 확대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부의 효과를 제약하고, 최근 증시 상승도 고소득층에 자산이 집중된 구조로 인해 소비 확대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인구구조 변화 등 구조적 요인으로 중장기 성장에 대한 가계의 기대가 낮아지면서 경기 개선이 소비 확대로 바로 이어지기보다는 저축 확대나 부채 상환으로 연결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민간소비는 지난해 급반등 이후 올해부터 점진적 개선형 회복기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소득·자산·기대 경로 등 소비 파급 채널이 과거보다 약화된 만큼 향후 소비 증가세는 이전 회복기보다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