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29일 서울 채권시장이 국내주식 폭락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와 외국인의 3년 국채선물 대규모 순매수에 힘입어 강세로 마쳤다.
장 초반에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앞둔 경계감과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기조 재확인, 아시아장에서의 국제유가 반등 등으로 소폭 약세를 보였다. 그러나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전날에 이어 또다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자 위험회피 심리가 급격히 강해지면서 국채선물은 상승 전환했다.
코스콤 CHECK에 따르면 3년 국채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9틱 오른 103.09를 기록했다. 10년 국채선물은 29틱 상승한 105.84를 나타냈다.
외국인은 3년 국채선물을 1만4천450계약가량 순매수하고 10년 국채선물도 100계약가량 순매수했다.
현물시장에서도 금리는 하락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3.6bp 내린 3.794%, 10년물 금리는 3.2bp 하락한 4.260%를 기록했다. 국고 3년물 금리는 장중 3.8%를 밑돌기도 했다.
채권시장은 간밤 미국 국채금리 하락에도 장 초반에는 전일 강세에 대한 되돌림 압력을 받았다.
중동 긴장 완화 기대 속에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4% 넘게 급락하고 미국 7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예상과 달리 하락하면서 미국 국채금리는 전 구간에서 내렸다. 다만 아시아 거래에서 이란의 미사일 발사 소식으로 국제유가가 반등한 데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국내 채권시장의 강세 추격은 제한됐다.
하지만 국내 주식시장이 오전 후반부터 급격히 무너지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는 전날에 이어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잇달아 발동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대형주가 급락하며 코스피가 장중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하자 주식에서 채권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됐다.
달러-원 환율의 급락도 채권시장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달러-원 환율의 오후 3시30분 기준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5.80원 내린 1446.70원에 형성돼 종가 기준 지난 2월 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주요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월말 네고 물량과 역외 롱포지션 청산이 환율 하락을 이끌었다. 주가지수 폭락에도 환율이 오히려 하락하면서 수입물가와 인플레이션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는 인식이 채권 매수에 힘을 보탰다.
신현송 총재는 이날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해 근원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인상 폭과 시기에 대해서는 향후 입수되는 데이터와 경기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총재 발언이 기존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만큼 추가적인 매파 충격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아시아 주요국 채권금리 하락도 국내 채권 강세를 뒷받침했다. 호주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8% 상승해 시장 예상치인 4.0%를 밑돌았다. 이에 국내 채권시장 마감 무렵 호주 10년물 국채금리는 전장보다 4.4bp 내린 4.92%를 나타냈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도 3.3bp 하락한 2.74% 수준에서 움직였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오전에는 한은의 긴축 기조와 유가 반등 때문에 매수세가 주춤했지만, 주식시장이 다시 패닉에 빠지면서 모든 재료를 압도했다”며 “환율까지 1440원대로 급락했고 외국인이 3년 선물을 1만계약 넘게 사들이면서 단기물을 중심으로 강세가 확실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신 총재가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한다고 했지만 인상 시기와 폭은 데이터에 연동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해 예상보다 매파적이지 않았다”며 “다만 최근 금리가 빠르게 내려온 만큼 FOMC 결과를 앞두고 추가 강세를 추격하는 데는 부담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주가 폭락과 환율 하락, 해외 금리 강세가 동시에 겹치면서 채권에 유리한 장세가 만들어졌다”며 “특히 외국인의 3년 선물 매수가 숏커버를 자극하면서 현물 금리도 함께 내려갔다”고 밝혔다.
그는 “내일 새벽 FOMC가 금리를 동결하고 예상보다 비둘기파적인 메시지를 내놓으면 강세 흐름이 이어질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 경계나 추가 인상 가능성이 강하게 부각되면 최근 하락한 금리가 일부 되돌려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전망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